왼쪽부터 류길재 통일부 장관·한민구 국방부 장관·윤병세 외교부 장관. 한겨레 자료사진
정부부처 출입 기자 111명 설문조사
“겸허하게 받아들인다.”(통일부 장관)
“온 지가 얼마 안 돼서….”(국방부 장관)
“한국이 얼마나 잘 하고 있는지 충분히 인식하지 못하는 분들이 있는 것 같다.”(외교부 장관)
박근혜 정부의 외교안보팀에 대해 각 정부부처를 출입하는 현직 기자들은 ‘평균 54점’이란 처참한 성적을 매겼고, 이에 대해 어느 장관은 ‘받아들인다’며 고개를 떨궜고, 어느 장관은 ‘오해’인 것 같다며 항변했다. 이상일 새누리당 의원이 3일 국회 외교·통일·안보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기자들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공개하면서 소감을 물었을 때의 반응은 제각각이었다.
가장 부정적인 평가를 받은 류길재 통일부 장관은 “겸허하게 받아들인다”라며 “남북관계가 장기간 경색 상태를 벗어나지 못했다는 점이 언론인들에게 깊이 각인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류 장관은 부정적인 평가가 56.8%(63명)였고, 긍정적이라는 평가는 6.3%(7명), 보통이라는 응답은 36.9%(41명)였다. 부정적인 이유는 ‘대북정보 및 대응 미흡’, ‘존재감 및 부서 장악력 부족’, ‘남북관계 악화’ 등이 꼽혔다.
지난 6월말 취임한 한민구 국방부 장관(부정적 40.5%, 긍정적 6.3%, 보통 53.2%)은 “취임 뒤 여러 사고가 잇따르면서 부정적 평가를 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한 장관은, 이날 이 의원이 “국방부가 거짓말을 많이 한다는 평가를 받는다”고 지적하자, “정직을 의심받는다는 점에서 심각하게 생각하고 해소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일부러 거짓을 위해서가 아니고, 다단계를 거쳐 보고하고 발표하는 과정에서 미숙함도 있었고, 그런 게 더해져서 국민들이 그런 인식을 갖게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답했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부정적 28.8%, 긍정적 12.6%, 보통 58.6%)은 기자들의 평가를 정면으로 부인했다. 윤 장관은 “국민 여론조사를 하면 외교분야가 높은 평가를 받는다. 작년 정부 각 부처 조사에서도 외교부가 최우수부서로 꼽혔다”라며 “미국과 중국이 왜 한국과 최상의 관계라고 하겠는가. 유럽연합(EU)이 왜 한국을 일본보다 중시하고 있겠는가”라고 강조했다. 그는 “국제 분야에서 글로벌 어젠다를 한국이 얼마나 주도하는지를 충분히 인식하지 못하는 분들도 있을 것 같다. 과거 어느 정부보다 차별화된 정책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윤 장관에 대한 부정적 평가 이유로는, ‘존재감·성과 없음’, ‘상명하복형 예스(YES)맨’ 등 리더십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상일 의원은 외교·통일·국방부 및 국회를 담당하는 기자 111명을 대상으로 지난 10월29일부터 사흘간 설문조사를 실시해 이같은 결과를 얻었다고 밝혔다.
김외현 기자 osc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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