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상임고문
안 의원, 별세한 장인 김씨 상가서 일화 털어놔
“장인어른이 2012년 대선 앞두고 저 때문에 마음 고생을 많이 하셨다. 정치란 게 참….”
장인상을 당한 안철수 전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의 표정은 착잡했다. 28일 빈소인 여수장례식장에서 기자와 만난 안 전 대표는 “어제(27일) 대한적십자사 국정감사를 마치고 귀가한 직후 장인이 쓰러지셨다는 소식을 들었다”며 “여수로 내려오는 승용차 안에서 운명하셨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나보다 건강하신 분이었는데, 80이 넘은 나이에 갑작스럽게 찬 밤공기를 쐬신 게 심혈관 계통의 무리로 이어진 것 같다”며 2012년 대선을 앞두고 있었던 장인 김씨에 얽힌 일화를 소개했다.
“2012년에 어딘가 강연 가서 태풍 때문에 비닐하우스 농사를 짓는 장인어른도 큰 피해를 입었다고 한 적이 있다. 그랬더니 저쪽 사람들이 ‘주말농사 지으면서 무슨 하우스 농사냐’고 공격하더라. 보다못한 지지자 중 한 분이 직접 카메라를 들고 여수에 내려와 무너진 비닐하우스 사진을 찍어 올렸더니 잠잠해졌다. 그때 장인어른도 마음 고생이 심하셨다.”
이날 빈소에는 7·30 재보궐선거 직전까지 새정치연합 대표를 함께 지낸 김한길 전 공동대표와 우원식·양승조·주승용·이윤석·변재일·장병완 의원 등이 찾아와 안 전 대표를 위로했다. 안 전 대표 재임 시절 최고위원과 주요 당직을 맡아 호흡을 맞췄던 의원들이다. 안 전 대표는 이들에게 “찾아줘서 고맙다”며 일일이 손을 잡았다.
이석현 국회부의장과 안 대표의 소속 상임위(보건복지위) 간사인 이목희 의원과 마주 앉은 자리에선 현안과 관련한 의견을 나누기도 했다. 공무원연금 개혁 문제가 화두에 오르자 안 전 대표는 “2년간 아무 것도 안 한 박근혜 대통령이 공무원 연금 개혁을 밀어붙이는 걸 보면 성과가 없는 것에 대한 조급증 같은 게 보인다”며 우려를 나타냈고, “여야와 안행부, 공무원노조가 머리를 맞대고 충분한 대화를 하면 못 풀 일도 없다”는 이목희 의원의 말에는 “맞는 말”이라며 고개를 끄덕이기도 했다.
이 의원이 “안 전 대표가 상임위 활동을 아주 열정적으로 하는데, 언론에선 잘 안 다뤄준다”고 하자, 안 전 대표는 “이번에도 정책 질의를 열심히 했는데, 언론에는 ‘보건복지부 장관이 기획재정부 과장 같다’고 말한 것만 나오더라”며 쓴웃음을 지었다. 안 전 대표는 이어 “이번에 문형표 장관을 보면서 느낀 거지만, 보건복지부 장관은 힘있는 정치인이 해야 기재부 관료들의 독주를 제어할 수 있다”며 국감 소감을 전했다.
안 전 대표는 이날 자신의 싱크탱크인 ‘정책네트워크 내일’의 임시총회와 이사회에 참석할 예정이었으나 갑작스런 장인상으로 불참했다. 행사 불참과 관련해 안 전 대표는 “오늘 새롭게 정비해서 출범하는 날인데 참석을 못했다. 하지만 이사장 비롯해 좋은 분들을 임원으로 모셨으니 큰 걱정은 없다”고 했다. 안 전 대표의 측근 인사 중에서는 후원회장을 맡고 있는 최상용 고려대 명예교수가 이날 오후 빈소를 찾았다.
한편, 이날 열린 정책네트워크 내일 임시총회에서는 새 이사로 경제 전문가인 박원암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와 통일·외교 분야 전문가인 백학순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그리고 정연호 변호사가 선출됐다. 앞서 1기 이사회에 참여했던 윤영관 서울대 교수와 장하성 고려대 교수, 조정래 작가는 이사회를 떠났다. 윤영관 교수는 내일 이사회의 이사장이기도 했다. 이들은 최근 안 전 대표와 사이가 소원해 진 것으로 알려졌다. 역시 백웅기 상명대 교수의 사의로 공석이 된 감사는 안 의원의 핵심 참모인 조광희 변호사가 맡았다. 여수/이세영 기자 mon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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