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출장을 이유로 국정감사에 출석하지 않았던 김성주 대한적십자사 총재가 27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불출석에 대해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국정감사 파문·사조직 개입” 주장
국감서도 여·야 모두 강한 질타
김 총재 “죄송하다…시정하겠다” 바짝 엎드려
국감서도 여·야 모두 강한 질타
김 총재 “죄송하다…시정하겠다” 바짝 엎드려
“죄송합니다.” “시정하겠습니다.” “좋은 제안, 감사합니다.”
27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한 김성주 신임 대한적십자사 총재는 여야를 가리지 않는 의원들의 질책에 초반부터 바짝 자세를 낮췄다.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 시절 보여준 특유의 자신감과 당당함은 찾기 어려웠고, 목소리는 시종일관 낮고 겸손한 톤을 유지했다. 경청하는 자세로 고개를 끄덕거리는가 하면, “맞습니다”란 추임새를 간간이 섞어가며 의원들의 비위를 맞추려 노력하는 모습도 역력했다. 보다 못한 김용익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너무 공손하다. 국감장 가면 그렇게 답변하라고 사전 자문이라도 받고온 것 아니냐”고 쏘아붙일 정도였다.
“중국 베이징 출장을 이유로 국감에 불출석한 게 ‘뺑소니’ 아니냐”는 최동익 새정치연합 의원의 비판에 “오해를 낳아 죄송하다”며 답변을 피해가려다 거듭된 최 의원의 추궁에 “그렇게 볼 수도 있겠다”며 물러섰다. “직원들의 헌혈 실적을 인사고과에 반영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김미희 통합진보당 의원의 지적에는 “좋은 제안이다. 감사드린다”며 고개를 숙였고, 적십자 회비 미납과 2000년대초 종군위안부 관련 ‘설화’ 등에 대해선 “공인이 아니었고 경험이 미숙해서 빚어진 일”이라고 사과했다.
“(김 총재와) 같은 이름 때문에 피해를 본 내게 사과할 의향이 있느냐”는 김성주 새정치연합 의원의 물음엔 “존경하는 의원님께 사과드린다”고 납작 엎드렸다. 김 총재의 사과에도 ‘동명이인’ 김 의원의 추궁은 이어졌다. 그는 총재직에 임명된 직후 주재한 간부회의에 성주그룹 직원을 배석시킨 사실을 거론하며 “보통 간부회의 자료는 국회가 요구해도 비밀이라며 주지 않는데 민간회사 직원을 배석시켜 내부자료까지 요구하게 하는 게 말이 되느냐”고 따져물었다. 김 총재가 “기업식 효율성을 가져오자는 차원에서 나를 위해 (적십자사 조직운영 실태를) 분석해달라고 했다”고 답하자 김 의원은 “그 일을 왜 회사 직원한테 시키느냐. 마치 점령군처럼 불안감 조성해서 되겠느냐”고 거듭 추궁했고, 결국 김총재는 “당장 중단하겠다”고 고개를 조아렸다.
앞서 적십자사 노조는 성명을 내어 “신임 총재 선출 이후 이어진 일련의 사태로 적십자사가 창립 이후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며 “총재의 자진 사퇴를 강력히 요구한다”고 밝혔다. 노조는 성명에서 “총재 개인의 돌출행동과 사조직 개입으로 적십자 구성원의 긍지를 무시하고 저버렸을 뿐 아니라, 총재 선임 이후 내부 구성원의 목소리에는 전혀 귀기울이지 않고 국정감사 출석, 기자회견 대응 등 내부 권유와 조언은 무시한 채 독단적으로 행동하며 그 책임을 직원에게 전가하려 한다”고 주장했다.
김 총재는 이날 “노조 성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이목희 새정치연합 의원의 질문에 “충분히 그렇게 생각할 수 있다고 본다. 시정하겠다”고 답했다.
이세영 기자 mon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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