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국민경선제, 제도적 보완책은?
“만병통치약은 없다. 현행 선거법 체제 아래서 오픈프라이머리를 치르면 백이면 백, 현역들이 이긴다.”
오픈프라이머리 도입에 회의적인 한 야당 재선의원은 “정치 신인들의 무덤이 될 것”이라고 했다. 공직 후보자 선출권을 당원이 아닌 일반 유권자들에게 개방할 경우, 후보자 경선은 인지도에 따른 선호투표가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50대 야당의원 보좌관 역시 “정당의 공조직보다 팬클럽·동호회 같은 사조직이 판 칠 게 뻔하다”며 “조직을 굴릴 돈도 권력도 없는 신인들의 진입 장벽은 더 높고 견고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완전국민경선제에 부정적인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 소장은 “오픈 프라이머리는 현역 의원에게 유리해 ‘물갈이’가 어려운데다, 유권자의 참여도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이에 김형준 교수는 “현역 의원이 당협위원장을 맡을 수 없도록 하고, 선거운동 기간도 확대해 ‘현역 프리미엄’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픈프라이머리의 성패를 가를 관건은 경쟁 절차의 ‘공정성’과 ‘기회균등’을 어떻게 확보하느냐에 달려있다는 얘기다. 선거운동의 절차와 룰을 규정한 공직선거법 개정이 중요해지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예비후보자 등록제’부터 바꿔야 한다고 지적한다. 현행 선거법은 대통령 선거는 선거일 240일 전, 국회의원과 광역단체장 선거는 선거일 120일 전 예비후보자로 등록하면, 본인에 한해 제한된 선거운동을 허용하고 있다. 예비후보자 등록제는 본선거 후보 등록 이후에만 선거운동을 허용하던 과거 선거법에 비해 신인들이 떠안아야 할 ‘핸디캡’을 줄여준 게 사실이다. 문제는 의정·정당 활동을 통해 상시적 홍보가 가능한 현역들에 견줘, 4~8개월이란 기간은 신인들이 자신을 알릴 기회로 활용하기엔 여전히 짧다는 점이다. 손병권 중앙대 교수는 “상시적으로 예비후보 등록이 가능하도록 기간 제한을 없애거나, 예비후보자 등록제도를 전면적으로 폐지해 선거에 관심이 있는 사람은 누구든 선거운동을 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한다.
후보자간 ‘경제력 격차’도 고려돼야 한다. 후보 경선 단계부터 유권자 전체를 상대로 선거운동을 해야 하는 오픈프라이머리는 당원 경선보다 선거비용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현역에 비해 자금 동원력이 떨어지는 신인에겐 그 자체로 ‘진입 장벽’이 되는 셈이다. 전문가들 제안은 경선과 본선거 기간을 구분해 경선기간에도 후원금 모금을 허용하자는 것이다. 정진민 명지대 교수는 “대통령 선거는 23일, 총선과 지방선거는 14일로 돼 있는 선거기간을 선거비용 보전액을 산정하기 위한 기간으로만 활용하고, 실제 선거기간은 경선후보 등록일 이후로 확대해 후원금을 거둘 수 있는 기간을 늘려야 한다”고 했다.
선거법 개정과 별개로 중앙당의 전략공천도 유지해야 한다는 견해도 적지 않다.
능력 있는 신인의 공직 진출을 가장 확실하게 보장할 방법이 현재로선 전략공천 외엔 없기 때문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의 한 초선의원은 “계파와 친분관계에 따라 이뤄지는 정실공천이 잘못이지, 전략공천 자체가 문제라고 볼 순 없다”며 “전략공천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높이는 절차적 보완을 통해 신진인사의 등용문을 열어둬야 한다”고 말했다.
이세영 기자 mon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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