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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박대통령 ‘일본’ 거명 안했지만…군위안부 국제 쟁점화

등록 2014-09-25 01:39수정 2014-09-25 14:35

유엔 총회 기조연설 내용과 의미
“전시여성 성폭력” 우회적 표현
각국 정상들 앞에서
일본의 역사범죄 첫 공개 비판
한-일 정상회담 불투명해져
일 우익세력 결집 전망도
24일 유엔 총회 기조연설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군 위안부에 대한 언급은 우회적인 화법을 동원하기는 했지만, 정상들이 운집하는 국제무대에서 일본의 ‘부끄러운 역사’를 공개적으로 거론했다는 점에서 적지 않은 파장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이날 “어느 시대, 어떤 지역을 막론하고”, 전시 여성에 대한 성폭력은 인권과 인도주의에 반한다고 밝혔다. ‘전시 여성 성폭력’이란 표현은 사실상 2차대전 시기 일본 군 위안부 문제를 지칭하는 것이다. 그간 위안부 문제는 전시 때 여성 인권이 유린된 대표적 사례로 국제사회에서 지목돼왔기 때문이다.

물론, 박 대통령이 ‘일본’을 특정해 거명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유엔 총회 등 다자무대에선 웬만해선 특정국을 거론하지 않는 것이 외교 관례이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간접화법으로라도 이 문제를 언급했다는 것 자체가 앞으로 국제사회에서 위안부 현안을 쟁점화시키겠다는 뜻을 공식화한 것으로 풀이된다.

박 대통령의 발언은 전례가 없는 일이라, 한-일 관계에 미칠 후폭풍의 폭과 깊이는 가늠하기가 쉽지 않다. 그동안 역대 대통령의 유엔 기조연설에서 위안부 문제를 간접적인 형태로라도 거론한 대통령은 없었다. 그만큼 한-일 관계의 민감한 부분이었기 때문이다.

우선, 최근 다양한 경로의 접촉이 가시화하면서 일견 누그러지는 듯했던 한-일 관계의 냉각은 일정 기간 지속될 수밖에 없어 보인다. 일본 쪽도 ‘아무 일 없다는 듯이’ 관계 개선을 시도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한-일 정상회담 개최를 향한 동력도 당분간 멈칫할 것으로 보인다. 아베 신조 총리는 지난 19일 모리 요시로 전 총리가 2020년 도쿄올림픽 조직위원장 자격으로 한국을 방문해 박 대통령에게 전달한 친서에서 정상회담을 제안한 바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23일 오후(현지시각) 유엔본부에서 열린 ‘글로벌 녹색성장기구(GGGI) 의장 교대행사 개막식’에서 차기 의장으로 추대된 수실로 밤방 유도요노 인도네시아 대통령(박 대통령 왼쪽) 등과 환하게 웃고 있다. 
  뉴욕/연합뉴스
박근혜 대통령이 23일 오후(현지시각) 유엔본부에서 열린 ‘글로벌 녹색성장기구(GGGI) 의장 교대행사 개막식’에서 차기 의장으로 추대된 수실로 밤방 유도요노 인도네시아 대통령(박 대통령 왼쪽) 등과 환하게 웃고 있다. 뉴욕/연합뉴스
한-일 외교 당국 간에 진행 중인 각급 대화와 협의 채널도 일정 정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어 보인다. 10월 초에는 한-일 차관급 전략대화가 예정돼 있으며, 4월 이후 위안부 문제를 주요 주제로 거의 매달 열리는 국장급 협의도 돌발 변수가 없는 한 다음달에 열리게 된다. 하지만 일본이 외교 채널을 통해 박 대통령의 발언을 문제삼을 경우, 위안부 문제를 비롯해 일본산 수산물 수입 재개나 양국의 문화재 반환 등 현안에 대한 협상에도 차질이 예상된다.

민족주의를 넘어 국수주의적으로 바뀌고 있는 일본 내 분위기를 고려하면 아베 정부가 국내 정치적 목적을 위해 더욱 강하게 한국에 맞대응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럴 경우 한·일은 국제 여론전을 펼치며 양국 관계는 악순환의 길로 빠져들 수도 있다. 이원덕 국민대 교수(국제학부)는 “국제사회에서 위안부 문제에 대해 일본이 큰소리칠 입장이 아니라는 건 사실이지만, 아베 총리 지지층의 중요한 한 기둥인 우익 세력은 그렇지 않아서 나라 밖 사정에 어둡다”며 “일본의 우익 세력 결집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지지층의 동요가, 아베 정권으로 하여금 한국에 대해 한층 강경한 태도를 보이게 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김외현 이용인 기자 osc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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