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조사 물리적으로 쉽지 않아
두 후보 결단밖에 선택지 없어
기동민 대승적 결단가능성도
단일화 성사땐 전체선거판 영향
두 후보 결단밖에 선택지 없어
기동민 대승적 결단가능성도
단일화 성사땐 전체선거판 영향
서울 동작을 야권후보 단일화가 7.30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의 마지막 변수로 떠올랐다. 동작을에서 단일화가 ‘아름답게’ 마무리되면 그 파장은 비단 동작을에서 그치지 않고 여야간 접전을 펼치고 있는 수원 3곳을 비롯해 경기 김포 등 수도권 지역 전체의 판세에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여야는 단일화 마감 시간(24일 자정)을 앞둔 서울 동작을의 기동민(새정치연합)-노회찬(정의당) 후보간의 단일화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러나 24일 오전까지 노 후보와 기 후보쪽의 입장차가 전혀 좁혀지지 않고 있다. 노 후보는 여론조사를 통해서 결정하자는 견해인 반면에 기 후보는 여전히 후보간 담판을 통한 단일화를 주장하고 있다. 두 후보는 24일 중으로 만나기로 했지만, 25일부터 시작되는 사전투표 일정을 감안하면 단일화를 위한 여론조사는 사실상 물건너간 것으로 보인다. 24일 오전에 나온 몇몇 언론사의 동작을 여론조사에서 기 후보가 노 후보를 지지율에서 다소 앞서고 있는 상황이어서 기 후보가 여론조사 단일화 방식을 수용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지만, 여론조사를 실시하기는 늦었다는 게 정치권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따라서 동작을 후보 단일화는 기동민-노회찬 두 후보의 손에 달렸다고 할 수 있다. 여론조사가 물리적으로 쉽지 않은 점을 고려하면 두사람의 만남은 결국 서로 상대방의 결단을 촉구하는 자리가 될 가능성이 크다.
누가 후보가 될까?
먼저 기 후보가 단일 후보가 될 가능성이다. 오늘 중으로 단일화 방식에 대해 별다른 합의를 찾지 못하면 노 후보는 국민에게 약속한대로 사퇴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버티면 기 후보가 이기는 식이다. 이런 점에서는 기 후보가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기 후보가 후보간 담판을 고집하는 이유 가운데 하나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런 방식은 ‘결과적’ 단일화일뿐 ‘아름다운’ 모습으로 비춰질 수가 없다. 노 후보를 지지하는 표들이 온전히 기 후보쪽으로 옮겨가기가 어려워 기 후보는 나경원 새누리당 후보에게 질 가능성이 있다. 이렇게 되면 기 후보는 버티기로 단일 후보는 땄지만 선거 패배의 책임을 고스란히 져야 한다. 정치적으로 게도 구럭도 다 잃게 된다.
이 때문에 기 후보가 오히려 대승적인 양보라는 결단을 할 가능성도 있다. 현재는 전략 공천이기 때문에 자신은 물러날 수 없다는 입장을 강조하고 있지만, 야권 전체의 승리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후일을 기약하는 것이다. 그가 물러나면 수원 영통에 출마하고 있는 천호선 정의당 후보도 스스로 접는 게 확실시된다. 이 경우 임태희 새누리당 후보와 싸우고 있는 박광온 새정치연합 후보도 탄력을 받게 되며, 이웃한 손학규, 백혜련 후보도 단일화 효과의 수혜자가 될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기 후보는 당 지도부의 공천 파동과 이번 노 후보와의 단일화 경쟁을 통해 이미 전국적인 지명도를 얻었다. 그러기에 양보할 수 있는 정치적 자산을 축적한 상태이기도 하다. 기 후보의 결단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장은 24일 <한겨레>에게 게재한 칼럼(7.30과 박원순)에서 “동작을의 경우 여론조사에 비춰볼 때 단일화 효과는 정의당의 노회찬 후보가 더 크다”고 전제한 뒤 “대의를 위해 양보하는 모습으로 다음 총선을 기약하는 게 더 낫다. 또 그게 ‘멋진 놈’ 기동민답다”며 기 후보의 양보를 공개적으로 요구했다.
누구든 양보를 한다면 오후 6시 이전에는 결론날 가능성이 높다. 오후 6시까지 사퇴를 하면 25일 사전투표 용지의 후보자 이름 아래에 ‘사퇴’라는 문구가 적히게 돼 사표를 방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의당의 한 관계자는 “노 후보가 물러나게 되는 상황이라면 사표 방지를 위해 오후 6시 이전에는 결단을 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오후 6시가 넘어가서 사퇴하면 투표용지에는 아무런 표시를 하지 않으며, 다만 사전투표소 바깥에 공고문을 게재하게 된다.
김종철 기자 phill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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