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가 10일 오전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의를 들으며 깊은 숨을 내쉬고 있다. 김경호 기자 jijae@hani.co.kr
정성근 갑자기 사퇴 왜?
청와대 “모든 상황 16일 아침에 벌어져”
청와대 “모든 상황 16일 아침에 벌어져”
정성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임명을 강행하려던 청와대가 임명 직전인 16일 자진사퇴 형식으로 전격 ‘정리’한 배경에는 정 후보자가 받고 있던 추가 의혹의 ‘폭발력’이 정 후보자는 물론 청와대도 더는 감당하기 힘든 수준이라는 판단을 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앞서 청와대가 정 후보자에 대한 청문보고서를 국회에 재송부한 15일 오후, 소관 상임위인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야당 의원들은 “청와대가 임명을 강행한다면 내일부터 바로 (정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 시즌2’에 돌입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았다. 그러나 이때까지만 해도 청와대는 ‘야당의 엄포’ 수준으로 생각하고 크게 괘념치 않는 분위기였다. 당시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정 후보자에 대한 박 대통령의 임명 강행 결정을 곤혹스러워하면서도 “비판은 받겠지만 인사권자가 고심해 결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밤부터 국회 주변에서 ‘정 후보자의 과거 사생활과 관련된 폭로 기자회견이 준비중’이란 소문이 돌았다.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실 관계자는 “청문회를 준비하면서 정 후보자의 사생활과 관련한 민감한 정보를 제보를 통해 확보하고 있었던 건 사실”이라며 “하지만 야당이 공개적으로 그런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판단해 15일 새누리당과 문화체육관광부 쪽에 ‘이런 제보가 있으니 확인해보라’는 메시지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교문위 새정치연합 쪽 간사인 김태년 의원도 “15일 새누리당에 ‘임명을 강행하면 참 안 좋은 일이 생길 수 있다’고 얘기해준 적은 있다”고 말했다.
야당의 추가 폭로 압박이 정 후보자의 거취 결정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정황은 청와대 반응에서도 확인된다. 청와대 관계자는 “추가로 제기된 (사생활 관련) 의혹을 보고받고 박 대통령이 먼저 사퇴시킬 것을 결정했는지, 아니면 정 후보자가 청와대에 사퇴 의사를 전달했는지는 분명치 않다. 다만 모든 상황이 (16일) 아침에 벌어진 것 같다”고 전했다. 정 후보자의 갑작스런 사퇴 소식에 청와대 실무진 사이에선 황당해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이날 청와대에선 정 후보자의 낙마에 대해 “차라리 잘됐다”며 안도하는 분위기와 “청와대 검증팀의 총체적 혼선만 드러낸 최악의 상황”이라는 반응이 동시에 나왔다.
이와 함께 정 후보자에 대한 추가 의혹 제기와 상관없이 전날 박 대통령의 정 후보자 임명 강행 의사 이후 여론이 더욱 나빠진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세영 석진환 기자 mon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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