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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편집국에서] 권은희·기동민에 대한 상식 / 권태호

등록 2014-07-13 18:28

권태호 정치부장
권태호 정치부장
‘새정치민주연합 광주 광산을에 권은희 전 수서경찰서 수사과장 공천’ 소문이 계속 돌 때, “에이, 설마” 하며 애써 외면하려 했다. 제발 그런 결정을 내리지 않길 바랐다. 상식적이지 않다고 봤기 때문이다.

‘권은희 공천’에 대한 비판은 국정원 댓글사건 폭로의 순수성을 훼손한다는 것에 쏠려 있다. 권은희 전 과장은 김한길 새정치연합 대표의 요청을 몇 차례 고사하다 맘이 흔들렸다. 국정원 사건을 밝혀내려면 지금 국회에 와서 활동해야 한다는 권고에.

그는 출마선언을 하면서 ‘진정성’을 이야기했다. “정직하게 살아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 했다. 그랬을 것이고, 그럴 것이다.

권은희가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에 합당하지 않다는 게 아니다. 다만 그가 공직을 사퇴한 직후인 지금은 아니라는 점이다. 정치란, 혼자 진리를 탐구하는 게 아니다. 나 자신의 믿음보다 때론 다른 사람의 인식을 더 깊이 살펴야 하고, 나 자신의 신념도 다른 사람들이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하는 게 정치의 영역이다. 진정성이란 내가 아닌 남이 판단하는 것이다. 권은희가 광주가 아닌 서울 동작을에 나왔다면 판단은 또 달랐을 것이다.

권은희는 곧 국회의원이 될 것이다. 국회의원이 되면 국정원 댓글 사건을 파헤칠 것이다. 본인의 존재 증명, 본인의 진정성을 확인시키기 위해서라도 그렇게 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권은희가 국정원 댓글 사건을 파헤치면 파헤칠수록 국정원 댓글 사건은 점점 정치공학적, 여야간 정쟁 속으로 빠져들게 만드는 환경을 조성할 수 있다. 또 앞으로 생겨날 내부고발 공직자들이 행동에 옮길 때 ‘권은희 사례’는 나쁜 선례와 빌미가 될 수도 있다. 내 짐작이 틀리기를 바란다.

기동민. 학생운동가 출신인 그는 오랜 기간 재야단체에서 활동했고, 민주당에서도 궂은일을 많이 했다. 또래의 학생운동 벗들이 하나둘 국회로 입성할 때 그는 그러지 못했다. 서울시 정무부시장으로 호남(전남 장성) 출신인 그가 광주 광산을 공천을 신청할 때, 어릴 때 광주 <문화방송>(MBC) 주재기자였던 아버지의 이력까지 끌어당기려 했을 것이다. 지도부는 그에게 서울 동작을 공천을 제시했다. 당황했을 것이다. 동작을은 당선 여부가 확실하지 않다. 게다가 학생운동 때부터 알고 있던 후배 허동준도 눈에 밟혔을 터이다. 무엇보다 이 상황을 동작을 주민들에게는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 본인 스스로에게는 어떻게 납득시켜야 하는가?

원래 재보궐선거는 지역선거 아닌 전국선거이고, 따라서 전략공천이 우선된다. 아쉬운 것은 지도부가 ‘동작을’이란 변칙론을 제시했을 때, “다음 기회를 보겠다”고 접을 순 없었을까 하는 점이다. 쉽지 않다. 하지만 선거란 누군가에게 미안한 마음을 자꾸 얹어줘야 다음에 유리하다.

한 사람, 한 사람으로 볼 때 권은희와 기동민은 괜찮은 사람들이다. 그러나 그들에게 내려진 결정을 받아들인 그 선택이 과연 괜찮았는지 의문이다. 어느 것이 옳은 일인지 판단하기 어려울 때는 자신에게 불리한 게 ‘진정성’에 가깝다. 또 명분은 쌓일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배터리가 방전된 휴대폰을 충전할 때는 막대가 다 차오를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그 휴대폰을 오래 쓸 수 없다.

공천 과정에서 새누리당도 오십보백보였다. 하지만 새누리당과 새정치연합이 똑같이 잘못을 저질러도 새정치연합에 더 큰 매가 돌아간다. 정치지형과 언론환경 탓이다. 새정치연합은 자신에게 더 높은 기준이 적용되는 환경을 전제로 해야 한다. 어쨌든 공천은 끝났다. 이젠 다음 일을 생각해야 할 때다.

권태호 정치부장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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