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지도부가 1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7·30 재보선 국회의원 후보자 공천장 수여식에서 선전을 다짐하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김경호 기자 woo@hani.co.kr
새정치민주연합 지도부가 1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7·30 재보선 국회의원 후보자 공천장 수여식에서 선전을 다짐하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김경호 기자 woo@hani.co.kr
7·30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극심한 공천갈등에 시달려온 새정치민주연합이 11일 재보선 공천장 수여식을 열고 본격적인 선거체제에 돌입했다. 연이은 청와대발 인사 파동에 따른 민심 이반이 야당에 유리하게 작용하리라던 낙관론은 자취를 감춘 지 오래다. 당과 지지층 내부에선 공천 후유증이 선거 패배로 이어질지 모른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실제 이번 재보선 공천 과정에서 새정치민주연합이 겪은 갈등의 강도는 역대 어느 재보선 때보다 심각했다는 게 전반적인 평이다. 광주 광산을과 서울 동작을 공천 과정에서 일부 호남 의원과 ‘486’ 의원들은 3차례나 집단 의견을 내 지도부를 압박했고, 공천자 확정을 위해 8일 열린 최고위원회에서는 안철수 공동대표의 측근인 금태섭 전 대변인의 경기도 수원 공천을 두고 비당권파 최고위원들이 반발하면서 공천 확정이 하루 늦춰지기도 했다.
공천갈등이 심각했던 원인 중 하나로는 역대 최대 규모인 15곳이 재보선 지역으로 나왔다는 점이 꼽힌다. ‘나눠가질 몫’이 커지니 계파 간 경쟁도 그만큼 치열했다는 얘기다. 한 ‘486’ 출신 당직자는 “원래 재보선은 지도부가 재량껏 공천을 하고, 그 결과에 대해 정치적 책임을 지는 선거다. 이번엔 ‘파이’가 커지다 보니 계파들이 집단으로 목소리를 키운 측면이 있다”고 진단했다.
이번 공천을 지휘한 김한길-안철수 지도부가 이른바 ‘비주류’와 ‘외부세력’이 만난 ‘약체 지도부’였다는 점도 문제를 키웠다. 지도부의 취약성은 지난 5월 기초연금법 처리 과정에서 단적으로 표출됐다. 당 소속 의원 70%가 법안 처리에 찬성했음에도, 지도부는 강성 의원 30여명의 반발에 밀렸고 안철수 대표가 직접 상임위에 들어가 법안 처리 ‘총대를 메야’ 하는 수모를 감내해야 했다. 기초연금법 갈등은 당내 다수에 대한 지도부의 불신과 방어의식을 키웠고, 결국 이번 재보선 공천에서 ‘비밀주의 공천’, ‘일방통행 공천’으로 이어졌다는 분석도 그래서 나온다.
수도권의 한 4선 의원은 “전략공천 자체가 문제라기보다, 그 과정에서 반대파를 설득해 이해시키고, 결과에 대해 정치적 책임을 지겠다는 태도를 보여줬다면 상황이 달랐을 것”이라고 했다. 물론 지도부 판단은 다르다. 김한길 대표 쪽 핵심 인사는 “공천에 문제를 제기한 의원들의 행태를 보면, 선거 승리보다 오로지 지도부를 견제하고 발목 잡는 데 목적이 있었던 게 아니냐는 느낌을 갖게 된다”며 “(우리가) 당권을 잡고 있지만 당 주류는 여전히 친노, 486, 정세균 전 대표계 등의 옛 당권파가 점유하다 보니 어떤 결정을 내리든 다수파가 흔들면 돌파가 어렵다”고 했다.
당 안팎엔 이번 공천갈등을 차기 당권을 둘러싼 계파간 전초전으로 보는 시각도 상당하다. 2016년 총선 공천권이 걸린 내년 3월 전당대회를 목표로 계파들이 이합집산을 시작했다는 것이다. 당 사정에 밝은 한 정치전문가는 “소수파 지도부로선 이번 재보선 과정에서 주류인 옛 당권파의 세력을 어떻게든 약화시켜야 하고, 옛 당권파 입장에선 현 지도부의 리더십을 최대한 흔들어 놓아야 차기 당권에 더 가까워질 수 있는 게 사실 아니겠느냐”고 했다. 문제는 이러한 양상이 야당에 대한 불신과 정치 전반에 대한 혐오를 키우고 있다는 점이다.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장은 “선거가 코앞에 닥쳐와도 담론도 프레임도 내놓지 못하는 것을 보면, 특정 계파가 아니라 새정치연합 전체가 무능과 무기력에 빠져 있다고 규정할 수밖에 없다”며 “그러다 보니 집권세력과 경쟁해 이기려 하기보다 공천권을 쥐기 위한 내부 투쟁에 몰두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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