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정상회담’ 한반도 정세 분기점
중 “한반도 비핵화” 기본입장 되풀이
한국이 요구하는 북 압박 없을듯
미 MD배치엔 반대…한국은 곤혹
일 역사부정 공동대응 필요성 공감
중 “한반도 비핵화” 기본입장 되풀이
한국이 요구하는 북 압박 없을듯
미 MD배치엔 반대…한국은 곤혹
일 역사부정 공동대응 필요성 공감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간의 3일 정상회담은 양국에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양국 모두 한-중 관계가 수교 이후 ‘최고’라고 평가하고 있지만, 복잡하게 전개되고 있는 동북아 지역 정세가 양자관계를 침해할 수 있는 임계치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먼저, 중국은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한·미·일 안보협력을 기반으로 한 미국의 대중 견제 시도에 맞서 한국을 최소한 ‘중립화’시키려 시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북핵 해법에 있어서도 중국은 6자회담 재개의 문턱을 낮추라고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비해 한국도 표면적으로는 미-중 사이에서 ‘균형외교’를 표방하고 있지만, 동맹인 미국 주도의 질서를 이탈할 수는 없는 처지다. 북핵 문제에 있어서도 한국은 북한이 먼저 진정성을 보여야 한다는 입장이 완강하다.
이에 따라 일본의 ‘과거사 부정’에 대한 공조 등을 제외하고는 지역 정세와 관련된 현안에서 한-중이 실질적인 결과물을 도출하기까지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시 주석이 북한보다 먼저 한국을 방문하는 점 등에 대해 한국 정부가 한껏 의미를 부여하고 있지만, 중국은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한-중 정상회담을 네차례나 여는 등 그동안 최대한 성의 표시를 한 점을 상기시키면서 ‘영수증’을 내놓을 공산이 크다.
■ 북한 및 북핵 문제 중국이 한국의 입장을 반영해 북한을 압박하는 데 동의하거나 6자회담 재개의 문턱을 높일 가능성은 지극히 낮다. 류전민 중국 외교부 부부장은 1일 사전 브리핑에서 “중국의 기본 원칙은 한반도 비핵화”라는 입장을 재확인한 뒤 “(비핵화 문제는) 평화 담판으로 풀어야 한다. 양국 지도자는 이에 대해 이야기 나눌 것”이라고 분명히 밝혔다. 이에 비해 한국은 영변 핵시설 동결과 핵능력 고도화 차단을 회담 재개의 전제조건으로 내세우고 있다.
남북 등거리 외교를 표방해온 중국은 북한을 신경쓰지 않을 수 없는 입장이다. 실제 북한은 여러 수단을 통해 한-중 양국에 관련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북한은 지난 28일 <노동신문>에서 “대국주의자들의 압력도 우리 인민을 굴복시킬 수 없었다”고 밝혔다. ‘대국주의자’는 북한이 중국을 지칭할 때 쓰는 표현인데, 경제·핵 건설 병진노선을 버리지 않겠다는 태도를 분명히 한 것으로 보인다.
김준형 한동대 교수(국제정치학)는 “그동안 중국이 한국에 가졌던 기대가 슬슬 실망으로 전환되고 있고, 북한의 전략적 중요성은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중국이 북한에 그동안 보이지 않던 강한 비핵화 메시지를 내놓지는 않을 것 같다”고 예측했다.
■ 미국과 동북아 안보 안보 분야에서는 미국 주도의 미사일방어계획(MD)이 관건이다. 지난 5월 말부터 미국에선 한반도에 엠디를 배치하려는 계획에 대한 얘기가 나왔다. 엠디 배치 시 레이더를 통해 일거수일투족을 ‘감시’당하게 되는 중국은 당연히 극구 반대하고 있다. “한국은 중국과의 관계를 희생시켜야 할 수도 있다”는 경고도 나왔다. 한국은 미국의 계획 자체를 부인하며 곤혹을 떨치려 하지만, 미국에선 같은 이야기가 여러 경로를 통해 거듭 흘러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엠디 문제가 한-중 정상회담의 공식 의제로 올라올 가능성은 낮게 잡고 있다. 엠디 문제가 예민한 탓에 다른 의제들을 압도해 버릴 수 있고, 이는 곧 양쪽 모두 ‘판을 깨는’과 같은 부담을 안게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국이 비공식적인 자리에서 엠디 문제에 대해 한국의 설명을 요구할 가능성은 높다. 실제로 류전민 부부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한-미 관계가 어떻든 동북아 국가의 평화 안정을 고려해야한다”거나 “평화에 대한 희망은 한국이나 중국이 같을 것”이라며 우회적으로 엠디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를 피력했다.
중국이 최근 ‘아시아의 안전은 아시아인이 지켜야 한다’며 선언한 안보협력기구에 대한 한국의 입장도 관심거리다. 지난 5월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아시아 교류 및 신뢰구축회의’(CICA·시카)에서 시진핑 주석은 “아시아의 안전은 결국 아시아인들이 지키지 않으면 안된다”며 시카의 확대를 거론했다. 경제 분야에선 중국이 주도해온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투자은행)에 대해 중국의 가입 요청이 있을 수도 있지만 한국은 서두를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 일본과 역사 부정 류 부부장의 말대로 한-중 정상회담에서 과거사가 거론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하얼빈 안중근기념관 설립 등 한-중은 그간 ‘역사 공조’를 통해 일본의 ‘과거사 지우기’에 공동 대응해왔다. 특히, 중국은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등 영토 문제도 ‘제국주의 침략의 잔재’라며 역사 문제에 묶어두고 있어 양쪽 모두 공동 대응 필요성을 공감하고 있다.
아울러 1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북-일 국장급 협의 결과에 따라 한-중 간에도 비공식적인 얘기가 오갈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북-일 협의 결과는 3일에나 발표될 거란 전망이 나온다. 3일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한국을 방문하는 날이다. 일본은 일정을 이유로 3일까지 발표를 늦추고 있지만, 사실상 이날 열리는 한-중 정상회담을 겨냥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나오고 있다. 그만큼 동북아 세력 재편을 둘러싼 신경전이 날카로운 셈이다.
김외현 최현준 기자, 베이징/성연철 특파원 osc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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