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전 새누리당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이 27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워크숍에서 강연을 하고 있다. 김경호 기자 jijae@hani.co.kr
김종인 전 위원장 새정치 특강
경제민주화 달성 위한
정치·정당 역할 주문
보수쪽 ‘복지망국론’ 반박도
경제민주화 달성 위한
정치·정당 역할 주문
보수쪽 ‘복지망국론’ 반박도
“선거 이기려고 적당히 구호 내세웠다가, 선거 이기고 나면 (그 구호는) 사라진다. 그 뒤로는 돌아올 수 없는 상황이 전개된다.”
한때 박근혜 대통령의 ‘경제 멘토’로 불린 김종인 전 새누리당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이 27일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워크숍에서 한 말이다. 경제민주화 공약을 앞세워 당선된 박근혜 대통령이 집권 뒤 공약을 이행하지 않고 있는 상황을 꼬집은 발언으로 보인다. 김 전 위원장은 이날 박영선 새정치연합 원내대표의 요청으로 ‘한국 정치, 무엇을 해야 하나’라는 주제로 특강을 했다. 김한길·안철수 공동대표 등 100여명의 의원들이 자리를 지켰다.
김 전 위원장이 이날 주문한 것은 경제민주화를 달성하기 위한 정치와 정당의 적극적 역할이었다. 그는 자본주의를 ‘야수’에, 시장경제를 집에서 기르는 ‘개’에 비유한 뒤 “야수를 개처럼 순치시키지 못하면 장기적 경제성장은 불가능하다”며 “시장이 제대로 기능할 수 있게 공정한 경쟁을 보장할 틀을 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경제민주화가 무슨 괴물인 것처럼 생각하는데, 자본의 탐욕을 제어할 수 있는 힘이 정부에 있어야 한다”며 “정치권이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중장기적으로 (한국 경제는) 헤맬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경제력 집중과 양극화의 파괴적 결과에 대한 경고도 빠뜨리지 않았다. 그는 “시장은 무조건 적응하게 하려고 하지만 사람은 시장에 적응하지 않는다. 자기존재를 보이기 위해 꿈틀거리고, 이렇게 되면 사회가 혼란해지고 민주주의도 경제효율도 확보되기 어렵다”며 “이것(경제력 집중과 양극화 해결)이 가장 시급한 과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시장에 맡기면 다 된다고 하는데 그렇지 않다. 능력 없는 사람들, 시장에 참여할 수 없는 사람들을 방치하고 나가도 국가의 통합이 유지될 수 있는지 심각한 의문을 갖게 된다”고 덧붙였다.
보수 진영이 제기하는 ‘복지망국론’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그는 재정위기를 맞은 스페인·포르투갈을 언급하며 “부동산투기가 과열돼 집을 엄청나게 짓고도 팔리지 않으니 부동산 업자가 망하고 은행이 흔들리고, 은행의 도산을 막으려 정부가 재정 투입하다보니 부채가 늘어 위기를 맞게 된 것”이라며“결코 복지를 대단히 해서 위기를 겪는 게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이어진 질의 응답 시간에는 최경환 경제부총리 내정자가 밝힌 LTV·DTI 완화론의 문제점을 언급했다. 그는 “과연 그걸 푼다고 우리 경제 여건이 나아질지 의문”이라며 “가계부채가 1000조원이 넘는 상황에서 부동산 투기가 재연될 경우 어떻게 감당할 것인지도 생각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세영 이승준 기자 mon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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