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길(왼쪽부터)·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와 박영선 원내대표가 2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지난 2006년 8월 국회 교육위원회에서 당시 김병준 교육부총리 후보자를 상대로 한나라당 의원들이 질의하는 모습이 담긴 영상을 보고 있다. 이 영상을 준비한 박 원내대표는 “총리와 장관 후보자에 대한 검증 잣대가 지나치게 엄격하다고 주장하는 새누리당 지도부는 과거 자신들이 했던 검증을 돌아봐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비판적 지식인에 SNS서 이념공세
정의구현사제단 향해 “축출해야”
조정식 의원 “박근혜 호위무사 자처
문화·종교 관련 공무수행 부적절”
정의구현사제단 향해 “축출해야”
조정식 의원 “박근혜 호위무사 자처
문화·종교 관련 공무수행 부적절”
정성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가 2012년부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상에서 원색적 이념 공세를 펼쳐온 사실이 20일 드러났다. 야당 정치인과 교수·성직자·작가 등 정부에 비판적인 지식인들을 상대로 펼친 정 후보자의 무차별 색깔 시비는 그가 “국정 홍보와 국민과의 소통에 기여할 적임자”라는 청와대의 발탁 사유를 무색하게 한다.
이날 조정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에 따르면, 정 후보자는 새누리당 당협위원장이던 지난해 9월6일 자신의 트위터에 “최근 종북·파괴주의자들의 준동을 보면서 국민의 선택이 박근혜가 아니었다면? 문재인이었다면? 모골이 송연하다”고 적었다. 11월 말에는 “조국·박창신·공지영·김용민… 이 사람들 북한 가서 살 수 있게 대한민국 헌법에 거주 이전의 자유가 있다는 걸 상기시켜 드린다”고 조롱했다. 박근혜 대통령과 정부에 비판적 견해를 가진 이들을 ‘종북’으로 몰아세우는 극단적 진영논리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셈이다. 정 후보자가 이 트위트를 올린 2013년 9~11월은 지난 대선 당시 국가정보원 요원들이 야당 후보를 비난하는 인터넷 댓글을 조직적으로 올린 사실이 드러나 대통령 사과와 특검 도입을 촉구하는 촛불시위가 확산되던 때였다.
국정원 대선개입을 비판하며 시국미사를 주도한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에 대해선 “갈등 야기적, 무늬만 신앙인”이라며 “천주교 주교회의는 이들을 경고하고 축출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종교활동을 지원해야 할 주무부처 장관 후보자의 종교관으로는 지나치게 편협하다는 비판이 가능한 대목이다.
대선 당시 박근혜 캠프 공보위원으로 활동한 이력을 발판 삼아 <아리랑티브이(TV)> 사장에 취임한 뒤에도 정치적 발언을 이어갔다. 올해 4월7일에는 “최근 모 정치인의 좌충우돌을 보며 문득 떠오른 영상”이라며 “순백의 라임 요거트 아이스크림에 구정물이 튀었다”고 조롱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공동대표가 기초선거 무공천 여부를 당원·국민여론을 물어 결정하겠다고 밝힌 직후인 점으로 미뤄 안 대표를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조정식 의원은 “정 후보자의 이념 편향성이 정상적 공무수행을 할 수 없을 정도로 도를 넘었다. 박 대통령의 ‘에스엔에스(SNS) 호위무사’ 역할을 자처하지 않았다면 올해 3월 <아리랑티브이> 사장에 오른 지 불과 석달 만에 문광부 장관으로 초고속 승진할 수 있었겠느냐”며 “측근 챙기기 보은인사를 중단하고 검증된 인물을 다시 내놔야 한다”고 말했다.
정 후보자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정치적 야인으로 있던 시절 쓴 글로, 당시 야당뿐 아니라 새누리당의 잘못도 자주 지적했다”며 “여러 글 중에 한쪽 글만 추려내 비판하니 억울함은 있지만, 지적하신 부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이세영 기자 monad@hani.co.kr
정성근 문화체육관광부장관 후보자 트위터 발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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