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홍원 국무총리가 27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청사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사의를 밝힌 뒤 청사를 떠나 차에 오르고 있다.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정홍원 총리 사의 표명에
가족들 싸늘한 반응
시기·방법 모두 부적절 성토
사퇴 이유로 ‘국정 운용’ 들자
“진정성마저 의심스럽다” 반응
가족들 싸늘한 반응
시기·방법 모두 부적절 성토
사퇴 이유로 ‘국정 운용’ 들자
“진정성마저 의심스럽다” 반응
정홍원 국무총리가 27일 세월호 참사 정부 대응의 총체적인 실패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의 뜻을 밝히자 사고 피해자 가족을 중심으로 시기와 방법 모두 부적절하다는 성토가 쏟아졌다. 전문가들은 ‘(대통령의) 국정운영 부담이 사퇴 결심의 계기가 됐다’고 총리 스스로 밝힌 대목을 두고 사퇴 결심의 진정성마저 의심스럽다고 평가했다.
전남 진도와 경기도 안산의 세월호 피해자 가족들은 총리의 사의 표명에 차갑게 반응했다. 실종된 딸의 생사 소식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는 한 남성(53)은 “처음부터 우왕좌왕하며 일을 엉망으로 벌여놓고 어딜 가겠다는 것인지 한심하다”고 분노했다. 다른 실종 학생의 아버지(54)는 “여전히 (실종자를) 기다리는 가족들이 있는데 (총리가) 중간에 그만둔다는 말을 어찌 하느냐…”며 말을 잇지 못했다. 동생의 주검을 아직 찾지 못한 유아무개(30)씨도 “그만둔다는 말은 아이들 시신이라도 다 찾고 꺼내야 하는 것 아니냐. 이런 식으로 우왕좌왕하다가 사고 수습만 늦어진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실종된 딸을 기다리는 한 어머니는 “더이상 정부를 믿을 수 없는 상황에서 대통령이 총리 사표를 수리하든 말든 뭐가 중요하겠나. 이랬다저랬다하는 게 혼란스럽기만 하다”고 말했다.
50대의 한 희생자 유족은 “정부는 유가족 생각은 조금도 안 하고 행정업무 하기만 바쁘다. 사고 수습도 안 된 상황에서 총리가 사퇴 운운하는 게 말이 되느냐”고 말했다.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장은 이런 유족들의 반응에 대해 “국민들은 정부가 국민과 고통을 나누고 끝까지 책임을 지는 것을 원하는데, 중도사퇴라는, 국민정서와는 전혀 동떨어진 식상한 방법을 택한 것”이라며 “혹시라도 선거가 가까워져 국면을 전환하려 한 의도가 있었다면, 지금 상황의 본질을 잘못 파악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유창선 시사평론가는 “정 총리가 사퇴를 결심한 이유로 ‘국정운영에 부담을 줄 수 없어’서라고 밝힌 것은 국민보다 대통령에 대한 책임을 우선시하는 것으로 국민과 공감하지 못하는 극히 비정상적인 태도”라며 “지금 필요한 건 대통령까지 나서서 국민 앞에 진정으로 사과하고 사태 수습에 총력을 다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진도/최우리 박승헌 기자, 하어영 기자 ecowo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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