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가 4일 오전 박근혜 대통령에게 면담을 요청하기 위해 청와대 면회실로 향하고 있다. 안 공동대표는 이날 박 대통령에게 면담을 요청하기 앞서 청와대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4월7일까지 박근혜 대통령의 답변을 기대하겠다”고 밝혔다.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청와대 앞에서 경호실 직원이 “건너도 된다” 안내했지만
파란불로 바뀔 때까지 기다려…방문 신청서도 직접 작성
“야당 대표로 안 어울려” vs “진정성 있는 모습” 반응 갈려
파란불로 바뀔 때까지 기다려…방문 신청서도 직접 작성
“야당 대표로 안 어울려” vs “진정성 있는 모습” 반응 갈려
“빨간불인데 가도 되나요?”
4일 박근혜 대통령 면담 신청을 한 뒤 청와대를 나오던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가 발걸음을 멈췄다. 분수대 앞 횡단보도 앞에서였다. 신호등이 빨간불이었기 때문이다. 청와대 경호실 직원이 “건너도 된다”고 안내했지만, 안 대표는 신호가 파란불로 바뀌는 것을 기다렸다가 길을 건넜다.
이날은 안 대표가 제1 야당 공동대표로서 기초공천 폐지 약속을 지키지 않는 데 대해 박 대통령에게 면담을 요청하러 청와대를 직접 방문한 날이었다. 청와대에 도착한 안 대표는 그를 맞이하러 나온 박준우 청와대 정무수석에게 “오늘은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 왔다”고 말했다. 그리고 일반 방문객이 하는 것처럼 직접 방문 신청서를 작성했다. 소속 란엔 ‘새정치민주연합’, 직책란에 ‘공동대표’라고 쓰고 방문 사유에 ‘기초 공천 폐지를 비롯한 정국 현안 긴급 논의’, ‘4월7일(월)까지 답변 부탁드립니다’라고 썼다. 파란불일 때만 건널목을 건너는 ‘바른생활 시민 안철수’의 이미지 그대로였다. 강경한 ‘야성’으로 상징되는 전통적인 야당 대표와는 분명 다른 모습이다.
당내에선 이날 안 대표의 ’공손한 모습’에 반응이 엇갈렸다. 양승조 최고위원은 “어떤 면에서 볼 때는 야당 대표로서 바람직한 모습이 아닐 수 있는데, 저희가 판단하기에는 진정성 있는 모습으로 보이고 기초 공천 폐지에 대한 진일보한 투쟁으로 본다”고 말했다. 안 대표 쪽의 한 관계자는 “과거에도 횡단보도가 없는 작은 도로를 다들 무단횡단 하는데, 굳이 먼길로 돌아서 인도로 길을 건넌 것을 본 적이 있다”며 “이번 면담 신청도 안 대표의 개성이 그대로 드러난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6일 서울 마포구 홍대 걷고싶은 거리에서 열린 ‘기초선거 정당 공천 폐지 국민과의 약속입니다. 안철수·김한길의 약속 토크’“에 참석한 안 대표는 “야당을 국정의 동반자로 생각하고 내일까지는 (회동) 가능 여부를 답해주기 기대한다”며 박 대통령에게 거듭 회동을 촉구했다.
이승준 기자 gam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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