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 지방선거에서 서울 서대문구청장 후보로 출마할 예정인 새누리당 후보가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 자신의 선거 사무실 외벽에 기호 1번이 들어간 펼침막을 내걸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한쪽만 무공천’ 기형적 선거 현장
‘사라진 기초2번’…야권, 무소속 난립에 전멸 위기감 고조
‘사라진 기초2번’…야권, 무소속 난립에 전멸 위기감 고조
“혼란스럽다”, “괴롭고 힘들다”, “딱히 방법이 없다”, “전패가 확실하다”.
6·4 지방선거를 준비하는 새정치민주연합의 기초단체장·의원 예비후보들이나 시·도당 관계자들의 한결같은 말이다. 새누리당과 기타 정당들은 공천하고, 새정치연합만 기초선거 공천을 하지 않을 경우 ‘궤멸적 타격’을 입을 수도 있다는 주장이다. 당 주류 쪽에서는 지나친 과장이라는 반론도 나온다.
30일 현재 전국의 각 기초선거 지역구에는 새정치연합의 이름을 앞세운 5~10명의 예비후보가 등록된 상태다. 무공천으로 선거를 치를 경우 야권 성향 후보들이 대거 무소속으로 나오면서 저마다 새정치연합의 ‘파란색’을 내세우고, 이는 유권자들의 혼란과 새정치연합 지지층의 표 분산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혼란은 이미 나타나고 있다. 이번에 3명의 기초의원을 뽑는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자선거구(인계·행궁동, 우만1·2동, 지동)의 경우, 새누리당 후보는 3명으로 확정된 반면, 야당은 현역 새정치연합 기초의원 2명을 포함해 모두 7명이 나선 상태다. 김명욱 수원시의원은 “이미 무소속 후보들이 너도나도 파란색으로 예비후보 펼침막을 내걸었다”고 전했다. 야권 지지세가 강한 지역에 출마하는 후보들은 너나없이 파란색 펼침막과 옷을 입고 선거운동을 할 태세다. 김 의원은 “새누리당 성향이 분명한 일부 후보들조차 표를 얻으려고 파란색 펼침막과 선거운동원 복장도 준비한다고 한다. 거의 ‘멘붕’ 상태”라고 말했다.
부산시의원에 도전하는 서은숙 부산진구 구의원은 “자기 이름을 빼면 시민들한테 정체성을 알릴 길이 없다. 지역에서 오랫동안 활동한 경력이 있는 후보 말고는 전멸할 듯하다”고 우려했다. 박기춘 새정치연합 의원(남양주을)은 “이대로 가면 해보나 마나다. 만나는 기초선거 예비후보자들마다 ‘제발 무공천 방침 철회를 위해 지도부에 힘 좀 써달라’고 읍소한다”고 말했다.
정당 정체성 알릴 방법 사라져
여당성향 후보조차 파란옷 챙겨
“유권자 혼란에 표 분산” 아우성
일각선 “패배주의 과장” 반론도 서울구청장 등 수도권 설욕기회
새누리 ‘무공천 반사이익’ 기대 광역단체장의 선거와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없다는 우려도 많다. 지방선거의 경우 같은 정당의 후보를 한꺼번에 찍는 이른바 ‘줄투표’가 그동안의 으뜸 전략이었다. 인지도가 낮은 기초단체·의원의 경우 이런 줄투표로 당선되는 경우가 많아 정당공천에 목을 맬 수밖에 없었다. 오영식 새정치연합 서울시당위원장은 “신당 창당으로 일대일 구도를 만들었지만, (무공천 여파로) 기초후보들의 조직적인 지원을 기대할 수 없어 광역단체장도 어려움이 예상되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새누리당은 새정치연합의 기초선거 공천 폐지에 따른 반사이익을 기대하고 있다. 새누리당은 특히 2010년 지방선거 때 크게 졌던 수도권 기초단체장 선거에서 설욕을 벼르고 있다. 당시 새누리당의 전신인 한나라당은 서울의 경우 25개 구청장 자리 가운데 불과 4개만 건지는 완패를 당했다. 하지만 이번 지방선거에서 야권 성향의 표가 분산되면 현역 기초단체장 프리미엄이 없어져 새누리당에 유리한 선거구도가 만들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대해 새정치연합 핵심 관계자는 “기초선거를 공천하지 않으면 패배할 것이란 주장은 과장된 느낌이 든다. 우리 안의 패배주의나 다름없다”며 “정치적 결단이 내려지면 담대하게 밀고 나가면 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지방선거에서 우리쪽 후보에 대해 새정치연합 차원에서 지지나 지원을 밝힐 수 있다. 번호만 2번에서 다른 번호로 옮겨갈 뿐이기에 문제는 없다”며 “이 문제가 해결돼야 지역에서 본격적인 민생정치가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이승준 이세영 김수헌 기자, 수원 대전/홍용덕 송인걸 기자 gamja@hani.co.kr [KFC #3] 공천폐지와 ‘안철수 딜레마’
반면 한 야당 후보는 선거 사무실 외벽에 기호를 넣지 않고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와 함께 찍은 펼침막을 내걸어 대조를 보이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여당성향 후보조차 파란옷 챙겨
“유권자 혼란에 표 분산” 아우성
일각선 “패배주의 과장” 반론도 서울구청장 등 수도권 설욕기회
새누리 ‘무공천 반사이익’ 기대 광역단체장의 선거와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없다는 우려도 많다. 지방선거의 경우 같은 정당의 후보를 한꺼번에 찍는 이른바 ‘줄투표’가 그동안의 으뜸 전략이었다. 인지도가 낮은 기초단체·의원의 경우 이런 줄투표로 당선되는 경우가 많아 정당공천에 목을 맬 수밖에 없었다. 오영식 새정치연합 서울시당위원장은 “신당 창당으로 일대일 구도를 만들었지만, (무공천 여파로) 기초후보들의 조직적인 지원을 기대할 수 없어 광역단체장도 어려움이 예상되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새누리당은 새정치연합의 기초선거 공천 폐지에 따른 반사이익을 기대하고 있다. 새누리당은 특히 2010년 지방선거 때 크게 졌던 수도권 기초단체장 선거에서 설욕을 벼르고 있다. 당시 새누리당의 전신인 한나라당은 서울의 경우 25개 구청장 자리 가운데 불과 4개만 건지는 완패를 당했다. 하지만 이번 지방선거에서 야권 성향의 표가 분산되면 현역 기초단체장 프리미엄이 없어져 새누리당에 유리한 선거구도가 만들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대해 새정치연합 핵심 관계자는 “기초선거를 공천하지 않으면 패배할 것이란 주장은 과장된 느낌이 든다. 우리 안의 패배주의나 다름없다”며 “정치적 결단이 내려지면 담대하게 밀고 나가면 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지방선거에서 우리쪽 후보에 대해 새정치연합 차원에서 지지나 지원을 밝힐 수 있다. 번호만 2번에서 다른 번호로 옮겨갈 뿐이기에 문제는 없다”며 “이 문제가 해결돼야 지역에서 본격적인 민생정치가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이승준 이세영 김수헌 기자, 수원 대전/홍용덕 송인걸 기자 gamja@hani.co.kr [KFC #3] 공천폐지와 ‘안철수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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