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에서 열린 새정치민주연합 중앙당창당대회에서 김한길·안철수 공동대표와 시민대표들이 당원들에게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시민대표로는 이한열 열사의 어머니 배은심씨와 항일의병의 후손, 한국전쟁 참전 용사 등이 참석했다. 김경호 기자 jijae@hani.co.kr
새정치민주연합 공식 출범
기초 무공천 ‘필패론’ 나돌아
서울시장·경기지사에 ‘사활’
민생정책 공약개발도 급선무
기초 무공천 ‘필패론’ 나돌아
서울시장·경기지사에 ‘사활’
민생정책 공약개발도 급선무
26일 새정치민주연합 창당대회에서 공동대표로 선출된 안철수 의원은 새정치민주연합 창당을 “미래로 가는 새로운 체제의 출발, 낡은 정치의 종말”로 규정했다. 하지만 새로 출범한 새정치민주연합의 현실적 과제는 6·4 지방선거 승리다. 민주당과 안철수 의원의 통합은 야권분열 상태로 선거를 치를 경우 전멸할 수 있다는 위기감에서 다급하게 손을 잡은 ‘약자들의 연합’이다. 지방선거에서 패하면 통합의 의미는 흔들릴 수밖에 없다.
그런데 통합의 고리로 삼았던 기초선거 무공천과 여당 지지층 결집이 당장 새정치민주연합을 위협하고 있다. 출범하자마자 또다시 위기에 빠져들고 있는 것이 통합신당이 맞닥뜨린 냉혹한 현실이다.
6·4 선거 전망에 대해 국회의원, 단체장, 지방의원 등 모든 야당 정치인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확실히 기초선거는 암담해지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아무리 노력해도 후보 난립을 막을 현실적인 방법이 없는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현재는 야당이 압도적인 서울의 구청장, 경기도 주요 시장 등 수도권 기초단체장을 대부분 새누리당에 넘겨주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나돌기 시작했다. 여기에 민주당 기초 단위 조직의 붕괴와 유권자들이 기초선거에서 겪는 혼란은 광역단체장과 광역의원 투표에서도 야당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 쏟아지고 있다.
안철수·김한길 공동대표도 이런 현실을 잘 알고 있다. 이들은 대표로 선출된 뒤 연설에서 일제히 “박근혜 대통령은 정당공천 폐지 약속을 지키라”고 목청을 높였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은 야권의 절규를 외면하고 있다. 대선 공약을 파기했는데도 대통령과 여당 지지율이 고공행진을 하고 있고, 이대로 가면 기초선거에서 새누리당의 압승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결국 안철수·김한길 공동대표는 지금부터 선거일까지 ‘약속의 정치’를 외치며 유권자들이 새누리당을 진짜로 심판해주는 기적을 기대하는 수밖에 없다.
6·4 지방선거 결과에 대한 평가는 복잡하겠지만 일차적으로는 서울시장과 경기지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새정치민주연합이 서울시장을 놓칠 경우 통합의 주역인 안철수·김한길 대표가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한다. 차기 대선주자 대열에서 탈락하는 것은 물론이고 정치를 계속할 명분을 찾기 어려울 수 있다. 반대로 새정치민주연합이 경기지사 선거를 이긴다면 기초선거 결과가 부진하더라도 6·4 지방선거는 야당의 승리로 평가될 수 있다.
통합신당의 또다른 과제는 구체적인 정책공약이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2010년 ‘무상급식’ 공약처럼 매우 구체적인 민생 정책을 전면에 내놓지 못하면 고전할 수밖에 없다. 안철수 대표는 “어떤 정치의제도 민생보다 우선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 “새정치는 블루오션이다. 여의도의 레드오션, 블랙오션을 떠나서 블루오션을 향해 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당 관계자는 ‘블루오션 전략’이 통합신당의 방향을 가장 정확히 압축한 표현이라고 설명했다. 김한길 대표는 ‘민생중심주의 선언’을 강조했다. “창당은 국민생활의 균등한 향상을 가로막는 사회경제적 양극화와 불평등을 극복하기 위한 ‘경제민주화와 복지 선언’”이라고 했다.
두 대표가 이처럼 화려한 연설을 쏟아냈지만, 새정치민주연합에 구체적인 정책공약은 아직 눈에 띄지 않는다. 창당대회에서 채택한 강령·정강정책에는 당위론 수준의 미사여구와 정의, 통합, 번영, 평화 등 핵심 가치, 그리고 수많은 정책의 방향들만 열거되어 있다. 선거에서 이런 나열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우원식 최고위원은 “진보·보수·중도 등 관념적 논쟁이 아니라 국민들의 구체적 삶의 개선을 목표로 하고, 방향은 좌도 우도 아닌 아래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6·4 지방선거를 관통하는 핵심 공약이 새정치민주연합에서 과연 나올 수 있을까? 좀 지켜봐야 할 것 같다.
성한용 선임기자 shy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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