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서울시장 후보 경선에 나선 김황식 전 국무총리(왼쪽)와 정몽준 의원이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김 전 총리의 사무실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김경호 기자 jijae@hani.co.kr
정 “‘대한민국 심장 서울’ 내가 먼저”
김 “흔히 쓰는 말…우선권 드리겠다”
비공개회의서 ‘경선룰’ 의견 충돌
김 “흔히 쓰는 말…우선권 드리겠다”
비공개회의서 ‘경선룰’ 의견 충돌
“어제 기자회견하신 것 들었다. ‘서울이 대한민국의 심장’이라는 표현이 참 좋은데, 그건 제가 2주일 전(출마 선언식)에 먼저 썼다. (웃음) 저한테 먼저 우선권이….”
6·4 지방선거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한 정몽준 새누리당 의원이 17일 경쟁자인 김황식 전 국무총리의 여의도 선거 사무실을 찾아가 이렇게 말했다. 사무실을 연 김 전 총리에게 인사하러 방문한 자리였다.
김 전 총리는 “서울이 대한민국의 심장이라는 이야기는 오래전부터 항간에서 쓰여지는 말로 알고 있다”며 “그러나 최근에 쓰셨다면 제가 우선권을 (드려야죠)”라고 응수했다. 두 사람 모두 웃는 얼굴로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했지만, 오가는 말속에는 상대를 겨냥한 ‘가시’가 들어 있었다.
두 사람은 배석자와 함께한 비공개 회동에서는 최근 새누리당 중앙당 공천관리위원회가 검토하기로 한 ‘권역별 순회경선’ 방안을 놓고도 의견 차이를 드러내며 날카로운 신경전을 벌인 것으로 전해졌다.
먼저 정 의원 쪽 배석자인 이사철 전 의원이 “순회 경선을 했을 때 여러가지 부작용이 우려되고, 과열됐을 때 여러가지 폐단이 있는데 꼭 그렇게 할 필요가 있겠느냐”고 말했다고 한다. 이에 김 전 총리쪽 배석자인 이성헌 전 의원은 “우리는 기본적으로 당에서 룰을 정하면 따르겠다. 상향식 공천 등 경선 취지를 살린다면 보다 많은 사람들이 투표에 참여해서 후보를 뽑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맞섰다. 그러자 정 의원이 직접 나서 “인터넷 시대에 그렇게 꼭 사람을 많이 모아서 경선을 하는 것이 좋은 것인지”라며 부정적인 뜻을 나타냈다고 한다.
박근혜 대통령이 김 전 총리를 돕고 있다는 이른바 ‘박심 논란’ 등 예민한 얘기도 오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사철 전 의원이 “청와대가 밀어준다는 얘기가 나오면 안 되지 않겠느냐”며 청와대와 새누리당 친박계 지도부의 김 전 총리 지원설을 겨냥했다. 하지만 이성헌 전 의원은 곧바로 “다수의 당협위원장들이 돕는 것이지 청와대가 돕는 게 아니다”라며 “그런 얘기는 그쪽에서만 안 하면 된다”고 반박하면서 긴장이 조성됐다고 한다.
송채경화 기자 kh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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