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례적 수준의 의사표현 판단
민주당, 사전선거운동 혐의로
유정복 전 장관 검찰에 고발
민주당, 사전선거운동 혐의로
유정복 전 장관 검찰에 고발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6일 박근혜 대통령이 인천시장 선거 출마를 앞둔 유정복 전 안전행정부 장관에게 “잘되기를 바란다”고 말한 것은 “선거법 위반이 아니다”라고 유권해석을 내렸다. 유 전 장관이 전날 출마 선언을 하면서 박 대통령의 발언을 언론에 공개한 지 하루 만이다. 과거 한나라당(현 새누리당)이 문제 삼았던 노무현 전 대통령의 발언들이 이례적으로 빠른 유권해석의 ‘근거’가 됐다.
중앙선관위는 전날 민주당 박남춘·김현 의원이 ‘선거법 위반 여부를 판단해 달라’고 낸 공식질의에 대해 이날 “(공무원의 중립의무를 규정한) 공직선거법 제9조 위반이 되려면 공무원이 공직자의 지위에서 공직이 부여하는 영향력을 이용해 선거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한 경우여야 한다”며 “해당 발언은 대통령에게 허용되는 정치활동의 한계를 넘어 선거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할 수 없다”고 밝혔다.
선관위는 △대통령은 행정부 수반이면서 동시에 정당 공천을 받아 당선된 당원이라는 이중적 지위에 있는 점 △대통령의 발언은 직무수행과 관련해 일반 국민을 상대로 한 것이 아니라 장관직 사의를 표명하는 자리에서 당사자에게 행한 점 △발언 내용 역시 의례적 수준의 의사표현으로 볼 수 있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유 전 장관은 5일 국회에서 출마 기자회견을 마친 뒤 ‘대통령의 반응’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박 대통령이) ‘인천이 국가적으로 중요한데, 능력 있는 사람이 (당선)됐으면 하는 게 (국민의) 바람일 것이다. 결단을 했으면 잘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고 밝혀, 선거개입 논란이 촉발됐다.
선관위는 이번 결정에서 2005년 7월 노무현 전 대통령이 청와대 회의에서 한 발언에 대한 유권해석을 근거로 들었다. 지방선거를 1년여 앞둔 당시 노 전 대통령이 “청와대가 선도적으로 정책을 개발해 당의 지방선거 전략에 맞춰 당에서 발표하는 형식을 취하도록 하라”, “(복지분야 예산 문제를) 지방선거 시기에 당이 전략적으로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고 말한 사실이 알려졌다. 이에 당시 한나라당 사무총장이던 김무성 의원이 선거법 위반 여부를 가려달라고 선관위에 질의했다. 선관위는 당시에도 대통령의 이중적 지위와 지방선거가 임박하지 않은 점, 국민이 아닌 비서진을 대상으로 한 발언이라는 점 등을 들어 노 전 대통령의 발언이 선거법 위반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이날 민주당은 “유 전 장관의 발언이 공직선거법 제254조 선거운동기간위반죄에 해당하는 것으로, 발언의 진위와 관계없이 현행법상 금지되는 사전 선거운동에 해당한다”며 유 전 장관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민주당 법률위원장인 박범계 의원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선관위의 유권해석은 박 대통령이 선거법 위반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지, 대통령이 사적으로 한 말을 출마 확정자가 밖에서 구체적으로 말하는 것이 허용되는지에 대한 답변은 아니다”라고 고발 이유를 설명했다.
김남일 조혜정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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