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정복 안전행정부 장관이 5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인천시장 출마를 선언한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유 장관은 이 자리에서 박 대통령의 격려성 발언을 소개해 논란을 자초했다. 김경호 기자 jijae@hani.co.kr
박대통령 ‘유정복 지지’ 발언 논란
인천시장 출마를 선언한 친박근혜(친박)계 핵심 유정복 안전행정부 장관이 5일 박근혜 대통령의 ‘선거 개입성 발언’을 공개하면서,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박 대통령의 선거중립 의무 위반 논란이 돌발 변수로 떠올랐다. 민주당은 박 대통령이 사실상 유 장관에 대한 지지 발언을 한 것이라며, 대통령의 사과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유권해석을 요구하는 등 정치 쟁점화를 시도했다. 이에 맞선 새누리당은 파장을 최소화하기 위해, 2004년 탄핵소추의 빌미가 됐던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선거 개입 사례를 거론하며 민주당에 역공을 취하는 등 적극 ‘진화’에 나섰다.
민주당은 박광온 대변인에 이어 노웅래 사무총장까지 국회 정론관 브리핑에 나서며 유 장관과 청와대를 비판했다. 박 대변인은 “박 대통령이 선거 주무장관을 사퇴시켜 광역시장 후보로 내보내는 자체만으로도 지방선거를 관권선거로 치르겠다는 의도를 드러낸 것인데, 그것도 모자라 대통령이 사실상의 지지발언을 한 것은 명백한 선거개입이자 공무원의 선거 중립 의무를 위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2004년 노무현 대통령은 총선을 앞두고 ‘열린우리당이 잘됐으면 좋겠다’는 발언을 해서 수사기관에 고발되고, 선관위로부터 조치를 받고 결국 탄핵되기도 했다”며 박 대통령의 지지성 발언을 비판했다. 노 사무총장은 “박 대통령은 관권선거 논란에 대해 사과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민주당이 이처럼 집중 공세에 나선 것은, 청와대가 현직 장관을 무리하게 차출하는 등 지방선거에 개입하고 있는 점을 부각시켜, 새정치연합과의 ‘창당·통합 선언’ 효과를 이어가겠다는 포석으로 읽힌다. 또 인천시장 선거에 나선 유 장관의 출마 과정 등을 문제삼으며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 선거에서 주도권을 잡으려는 의도도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이날 경기도 김포에서 3선 의원을 지낸 유 장관이 인천시장 선거에 나서는 것은 ‘낙하산 출마’라고 몰아붙이기도 했다.
이에 새누리당은 “민주당이 적반하장식의 부당한 정치공세를 벌이고 있다”며 “민주당은 대통령의 발언에 꼬투리 잡기를 그만하라”고 맞대응했다. 박대출 새누리당 대변인은 국회 정론관 브리핑에서 “박 대통령이 유 장관에게 한 언급은 가장 기본적인 덕담이다. 그런데도 민주당은 사무총장, 대변인, 부대변인을 총동원해 선거개입 의혹 운운하며 내용을 침소봉대해서 대통령을 또다시 정쟁 판으로 끌어들이려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4년 2월 언론사와의 기자회견 등을 하면서 특정 정당 지지 유도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노골적인 선거개입 발언을 하기도 했다”며 “노 전 대통령 때는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를 망각한 것인지, 아니면 제 눈의 들보는 보지 못하는 도덕 불감증이 재발한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꼬집었다.
박 대통령의 발언 논란이 일단 여야 간 공방의 대상이 되긴 했지만, 정치권에선 민주당이 이 문제를 주요 이슈로 끌고가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박 대통령이 공개석상이 아니라 사석에서 한 발언을 유 장관이 옮긴 데 불과하기 때문이다. 민주당의 한 당직자는 “추후 여론과 선관위의 유권해석 등을 보고 대응 수위를 판단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김수헌 송호진 기자 minerv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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