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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이용훈 대법원장 후보자 지상청문

등록 2005-09-06 19:29수정 2005-09-06 22:34

400여건 중 대법 사건이 70% 5년동안 수입 23억 재산 5배로-이용훈 대법원장 후보
400여건 중 대법 사건이 70% 5년동안 수입 23억 재산 5배로-이용훈 대법원장 후보
보수와 진보사이 ‘무색무취’ 판결·이력으로본 성향
이용훈(63) 대법원장 후보자의 국회 청문회가 8일로 다가왔다. 국회의 동의를 얻으면 대법관 제청권과 법원행정의 전권을 쥐고 사법부를 지휘할 그의 성향을 판결과 이력을 통해 살펴본다.

불분명한 판결 성향 =이 후보자 스스로 “나는 진보도 보수도 아닌 중도”라고 밝혔듯, 판결을 통해 그의 성향을 가늠하기는 쉽지 않다. 형사사건을 많이 맡지 않아 색깔을 드러낼 기회가 없었다는 측면도 있다.

이 후보자는 1995년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가족수당 등 생활보장적 부분은 파업기간에도 지급해야 한다”는 ‘무노동 부분임금’ 판례를 뒤집고 ‘무노동 무임금’ 원칙으로 회귀할 때, 정귀호·이돈희 대법관과 함께 소수의견을 냈다. “우리나라는 선진국에 견줘 사회보장 제도가 미흡하기 때문에 근로자들이 파업기간 중 임금을 전혀 받지 못할 경우 생계 곤란으로 정당한 쟁의권 행사를 포기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이런 소신은 97년 “무노동 무임금 원칙은 근로계약상 근로제공 의무를 가지는 근로자에게만 적용되는 만큼 노조 전임자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판결로 이어졌다.

97년에는 투자자가 기업체 회계감사를 부실하게 한 회계법인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처음으로 회계법인의 책임을 인정하기도 했다. 이 밖에 △공해배출 시설을 갖추고 있어도 환경파괴 가능성이 크면 공장설립 불허 △북한 어린이 돕기 모금을 불허한 국가 처분은 부당 △의사에게 의료사고가 아님을 입증할 책임 부여 등 의미 있는 판결들을 내놨다.

그러나 이적단체 내부에서의 토론행위를 이적단체 가입죄 외에 “찬양·고무죄로 별도 처벌해야 한다”고 판단한 것이나, 남편의 잦은 폭행에 시달리던 70대 할머니가 낸 ‘황혼이혼’ 소송을 기각한 것처럼 완고한 보수성을 드러낸 판결들도 적지 않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이 이 후보자에 대해 “30년이 넘는 재직기간에 국민의 인권 보장을 위해 소신있는 판결을 한 예가 거의 없다”는 박한 평가를 내놓은 것도 이 때문이다.

이용훈 후보자 약력
이용훈 후보자 약력

사법부 개혁의지는?=군사정권 시절 형사재판을 통해 부당한 권력과 맞설 수 있는 ‘시험’에 들지 못했다는 지적은 그를 계속 따라다닌 꼬리표였다. 이에 대해 그의 주변에서는 ‘권력과의 불화’가 그를 형사사건에서 멀어지게 했다고 설명한다. 유신체제 초기인 72년 의정부지원에서 시국사건 피고인에게 징역 2년 이상을 선고하라는 ‘지시’를 어기고, 선고 때까지 구속기간인 징역 6월을 선고해 석방한 것이 미움을 샀다는 것이다. 이 후보자는 그 뒤 1년 정도의 서울형사지법 판사 경험을 제외하고 형사재판을 거의 맡지 못했다.


93년 서울 서부지원장 시절에는 ‘과거사 청산’을 주장하는 판사들의 사법개혁 요구를 수렴해 법원 수뇌부에 온전히 전달함으로써 소장판사들로부터 신망을 얻었다. 당시 서부지원에서 사법부 개혁을 처음으로 주장했던 김종훈 변호사는 “이전까지는 그러한 움직임에 전출을 시키거나 징계를 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는데, 이 후보자는 ‘인사상 불이익은 내가 막을 테니 걱정하지 말라’며 소장판사들을 감쌌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 후보자의 법원개혁 의지에 의구심을 나타내는 목소리도 있다. 참여연대는 6일 낸 논평에서 “이 후보자가 법원행정처 차장 시절 도입을 주도한 ‘법관 근무평정 제도’가 법원장이 개별 법관을 통제할 수 있는 위헌적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다”며 “인사청문회에서는 법원개혁 및 사법부의 과거사 반성에 대한 소신과 계획이 반드시 검증돼야 한다”고 밝혔다.글 김태규 기자 dokbul@hani.co.kr 사진 김진수 기자 js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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