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전 성과, 장관보고 전담”
2010년 11월 공적조서에 적혀
2010년 11월 공적조서에 적혀
대선 개입 의혹을 받고 있는 군 사이버사령부 심리전단의 새 단장으로 지난 1월 임명된 박아무개씨가 2010년부터 최근까지 심리전단에서 김관진 국방장관 등 상부에 대한 보고를 전담하는 운영대장으로 근무한 사실이 드러났다. 직전 심리전단장이 정치관여 혐의로 기소됐음에도 이 사건 연루 가능성이 높은 인물을 후임자로 임명한 것이다. 국방부가 이번 사건의 진실을 밝힐 의지를 갖고 있는지 의심을 살 만한 대목이다.
<한겨레>가 국회 국방위원회 안규백·진성준 의원에게서 받은 박 단장의 2010년 11월 공적조서 내용을 보면 “운영과장(운영대장)으로서 심리전 성과를 달성했고, 일일 동향을 종합하고, 장관님 등 상부 보고를 전담”한 것으로 돼 있다. 이는 사이버사 심리전단이 김관진 장관에게 북한의 사이버 동향과 대남 심리전 대응작전(선거개입 활동 포함) 결과를 보고했다는 보도(<한겨레> 10일치 1면) 내용과 직결돼 있는 것이다. 박 단장은 사이버사의 선거개입 활동이 활발했던 2012년에 운영대장으로 활동했다.
또 박 단장의 다른 공적 내용 역시 그가 2012년 사이버사의 선거 개입 활동과 매우 밀접하게 관련돼 있었음을 보여준다. 박 단장은 당시 “국내외 심리전 상황과 상부 지침을 바탕으로 대적 심리전 방향을 설정한 뒤 유관 부서 및 기관에 전파”한 것으로 돼 있다. 이는 앞서 기소돼 11일 첫 재판을 받는 이아무개 전 심리전단장의 공소사실과 유사하다. 이 전 단장의 공소장에는 “사령관으로부터 대응 여부와 방향 결심(지시)을 받아 사안별로 3~4개 대응지침을 요원들에게 하달”했다고 돼 있다.
그의 공적조서에는 또 “국정원, 경찰청, 정보사 등 유관 기관과의 정보 공유 활성화를 통해 … 민관군 합동 대응을 주도”했다고 돼 있어, 역시 선거 개입 혐의를 받고 있는 국정원과 긴밀하게 연계됐을 가능성도 보여준다.
공적조서의 내용을 종합해 보면, 박 단장은 이 전 단장 아래 운영대장으로 있으면서 북한의 사이버 활동 동향과 선거 개입 활동을 포함한 대응 작전 체계를 세우고 운영을 주도한 것으로 보인다. 박 단장은 대선 직후인 2013년 1월 김관진 장관의 추천으로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이에 국방부 관계자는 “현재 심리전단 요원 전원을 수사 중이기 때문에 박 단장도 수사 대상이다. 그를 심리전단장으로 임명한 것은 전 단장의 직위 해제로 공백이 된 임무를 유지하기 위한 조처”라고 해명했다. 하어영 기자 ha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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