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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수사선상에도 안 올린 김관진…조사본부 ‘눈감은 수사’

등록 2014-02-10 08:11수정 2014-02-10 11:50

김관진 국방부 장관이 지난 6일 국방부 대회의실에서 열린 ‘통일기반 구축 분야-외교부·통일부·국방부·국가보훈처 업무보고’에 참석한 박근혜 대통령의 발언을 들으며 메모를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김관진 국방부 장관이 지난 6일 국방부 대회의실에서 열린 ‘통일기반 구축 분야-외교부·통일부·국방부·국가보훈처 업무보고’에 참석한 박근혜 대통령의 발언을 들으며 메모를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사이버사 대선개입 장관보고 파장

“북한 사이버 동향만 보고받아”
김 국방, 두차례 국회 답변
블랙북 존재 드러나자 말 바꿔
지휘권자 수사 애초 어불성설
전·현 사이버사령관 기소 안해
공판 코앞인데 최종결론도 못내
김관진 국방부 장관이 군 사이버사령부 심리전단의 활동 결과를 보고받은 사실이 드러남으로써, 그가 무엇을 보고받고 어떤 지시를 했는지가 새롭게 밝혀져야 할 사안으로 떠올랐다. 또 이 사건을 수사한 국방부 조사본부가 일찌감치 이런 사실을 알고 있었으면서도 김 장관을 조사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축소·은폐 수사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애초 김 장관은 사이버사로부터 ‘북한의 사이버 동향’만 보고받았고, 사업(대응작전) 결과 보고는 받지 않았다고 일관되게 주장해왔다. 지난해 11월20일 국회 국방위원회의 대정부질문에서는 “아침에 (사이버사로부터) 보고받는 사항은 북한의 해킹 시도와 관련된 정보, 그다음에 북한의 사이버 선전·선동에 따른 현황 등 상황 보고”라고 답변했다. 12월1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도 “(사이버사가) 북한과 주변국의 사이버 동향을 파악해서 보고한다. 저도 (청와대처럼) 사이버 동향만 보고를 받았다”고 했다.

그동안 김 장관이 보고받은 사항과 관련해 국방부의 답변은 계속 바뀌었다. 처음에는 사이버사 작전이 장관에게 보고된다는 사실 자체를 인정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북한과 주변국의 사이버 동향을 50개 관계 부서에 전달했다는 검은 가방(블랙북)의 존재가 드러나자 이 블랙북의 내용만 보고받았다는 것으로 바뀌었다.

※누르면 확대됩니다

이와 관련해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 역시 “장관에게 올린 보고서에는 온라인 동향 분석과 언론 동향 분석이 담겨 있다. 블랙북은 장관을 포함해 주요 직책의 간부들에게 아침마다 보고됐다”면서도 “대응작전 보고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사이버사의 댓글·트위트 작전을 장관이 아예 몰랐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국방부 조사본부는 지난해 12월19일 중간 수사 결과 발표 때 ‘북한 사이버 동향’과 ‘대남 심리전 대응작전 결과’가 장관에게 보고됐다면서도 “대응작전 결과는 보편적인 사람이 봤을 때는 특별한 의미가 없는 것”이라면서 그 의미를 축소하려 했다. 이는 사이버사령관들이 심리전단의 활동 결과 중 일부 선거개입 내용을 보고받고도 이를 간과했다는 중간 수사 결과 발표의 내용·방식과 유사한 것이다. 사이버사의 선거개입 활동은 심리전단장과 요원들이 스스로 알아서 한 일이지, 김관진 장관이나 연제욱·옥도경 사령관의 지시에 의한 것이 아니었다는 주장이다.

김 장관이 사이버사의 인터넷상 선거개입 활동을 보고받았음에도 수사가 이뤄지지 못한 것은 조사본부가 장관 직속이라는 수사 체계의 맹점과 직결돼 있다. 중간 수사 결과 발표 당시 조사본부는 김 장관이 대응작전 결과를 보고받았다는 사실을 파악하고도 이를 발표하지 않았다. 그 뒤 조사가 이뤄진 것도 아니다. 특히 사이버사 지휘 계선의 정점에 있던 김 장관이 심리전단의 활동 내용을 어디까지 보고받고 어떤 지시를 했는지 등은 이 사건의 실체와 관련해 밝혀져야 할 대목이다.

결국 이 사건의 수사는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의혹 사건과 마찬가지로 특별검사의 수사에 맡기는 것만이 유일한 대안으로 보인다. 민주당 군 사이버사 대선개입 의혹 진상조사단 진성준 의원은 “국방부 장관의 지휘를 받는 조사본부가 사건을 철저히 수사한다는 것 자체가 애초에 불가능한 일이었다. 특검을 도입해 수사하고 관련자에 대해서는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하어영 기자 ha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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