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16일, 그날 무슨 일이…
국가정보원 직원 댓글 사건에 대한 경찰의 긴급 중간 수사결과 발표는 18대 대통령 선거를 사흘 앞둔 미묘한 시점에 이뤄졌다.
댓글 사건 발생 6일째이자 경찰 발표 당일인 2012년 12월16일은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와 문재인 민주당 후보 간 마지막 양자 텔레비전 토론이 열린 날이다. 토론에서 박 후보는 “국정원 여직원이 댓글을 달았는지 증거도 없는 걸로 나왔다. 여성 인권 침해에 대해서는 한마디 말도 없고 사과도 하지 않는다”며 문 후보를 몰아붙였다. 문 후보는 “그 사건은 수사중인 사건이고, 지금 발언은 수사에 개입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서울 수서경찰서는 이 토론회가 끝난 직후인 밤 11시께 긴급 브리핑을 열어 “국정원 직원 김씨의 컴퓨터를 분석한 결과 대선후보 관련 댓글 작성 여부를 확인할 수 없다”고 밝혔다. 경찰이 중간 수사결과 발표를 통해 박 후보의 토론회 발언을 곧바로 뒷받침해 준 셈이 됐다.
당시 선거 판세는 예측을 불허하는 혼전 양상이어서 경찰의 이례적인 심야 발표 배경을 놓고 특히 야권 등에서 상당한 의구심을 제기했다. 댓글 사건 발생 나흘째이자 경찰 발표 이틀 전인 14일 각 언론에 공개된 대선 전 마지막 여론조사에선 문 후보가 박 후보와 격차를 좁혀가면서 초접전을 벌이고 있다는 게 대체적인 판세 분석이었다. 경찰의 발표 내용이 선거 결과를 좌지우지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던 셈이다.
실제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리서치뷰>는 지난해 10월 “대선 당시 경찰이 국정원 사건의 전모를 제대로 밝혔다면, 박근혜 후보에게 투표한 사람의 8.3%가 마음을 바꿔 문재인 후보를 찍어 승패가 바뀌었을 것”이라는 여론조사 분석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이택수 <리얼미터> 대표도 지난해 7월 한 토론회에서 “당시 <리얼미터>와 방송 3사의 조사를 보면, 딱 하루 골든크로스(문재인 후보의 역전)가 있었다. 그런데 16일 늦은 밤 경찰 발표 뒤에 흐름이 다시 박근혜 후보의 우세로 원상복귀했다”며, 당시 경찰의 중간 수사결과 발표가 판세에 미친 영향을 평가한 바 있다.
김수헌 기자 minerv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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