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준 새누리당 의원
홍문종과 면담서 ‘고민’ 내비쳐
서울시장 선거 불출마 쪽으로 가닥을 잡는 듯하던 정몽준 새누리당 의원이 당의 공식 요청을 받은 뒤 출마 가능성을 내비쳤다.
정 의원은 2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전날 홍문종 당 사무총장의 방문을 받았다며 “이번 선거에서 돕는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지만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 두고서 우리가 힘을 합쳐야 한다는 얘기를 (홍 사무총장에게) 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우리 당에서 서울과 경기도 선거는 중요하고 어려운 선거다. 그동안은 내가 꼭 선거에 나가지 않아도 다른 좋은 후보들이 많이 계시니까 그분들을 돕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었다”고 말해, 서울시장 선거에 나설 가능성을 열어뒀다.
현대중공업 대주주인 그는 공직을 맡게 되면 직무 관련 주식을 매각하거나 백지신탁해야 하는 현행법과 관련해서도 “법의 취지와 제도에 100% 따를 생각”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여권 일각에선 정 의원이 현대중공업 주식 처분 문제 때문에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있어 왔다.
정 의원 쪽 관계자는 “최근 여권 후보들이 박원순 시장에게 뒤지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면서 정 의원이 (출마에 대한) 책임감을 많이 느끼고 있다”며 “출마해 당선되면 2017년 대선은 사실상 포기해야 되는 점이 걸리고, 그렇다고 해서 출마를 거부했다가 당이 선거에서 지면 책임론이 불거져 대선가도에 큰 타격이 될 수밖에 없어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앞서 홍 사무총장은 20일 국회 의원회관 정 의원 사무실을 찾아가 출마를 요청했고, 이에 정 의원은 “미국가서 고민해보고 귀국해서 답을 주겠다”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의원은 23일 미국에 갔다가 다음달 초 귀국할 예정이다. 정 의원은 방미 중 친분이 있는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과 만날 계획인데, 이를 두고 서울시장 출마를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언론재벌인 블룸버그 전 시장은 12년간 재임하면서 뉴욕시에 개인재산 6억5000만달러를 쓴 것으로 유명해, 정 의원이 벤치마킹할 만한 인물로 꼽힌다.
김수헌 기자 minerv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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