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대선 열렸던 2012년
연제욱 청와대 국방비서관이 국군 사이버사령관으로 재직하던 2012년 사이버사 심리전단의 선거 관련 인터넷 글이 다른 해보다 4~14배가량 많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한겨레>가 21일 전해철 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이태하 전 사이버사 심리전단장의 공소장을 분석해보니, 이 전 단장이 2010년 1월부터 2013년 10월15일까지 심리전단 요원들과 함께 작성한 선거 개입 인터넷 글은 모두 3050건이었다. 그런데 이 가운데 66%인 2020건이 국회의원 총선(4월)과 대통령 선거(12월)가 치러진 2012년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2010년은 144건, 2011년은 359건, 2013년은 527건으로 각각 2012년의 14분의 1, 6분의 1, 4분의 1에 불과했다.
2012년 심리전단에서 만들어 올린 2020건의 인터넷 글 가운데 대원들의 트위터와 블로그 글이 각각 1878건, 101건이며, 이 전 단장이 직접 올린 트위터 글도 41건에 이른다. 2012년 1월부터 10월까지 사이버사령관으로서 매일 상황 대응 여부와 방향을 결심(지시)하고 매일 작전 현황을 보고받은 이는 연제욱 청와대 국방비서관이었다. 그의 후임으로 2012년 11월부터 현재까지는 옥도경 사령관이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심리전단장과 대원들은 대선 직전인 2012년 10월부터 선거일까지 단 50일 동안 모두 483건의 선거 관련 인터넷 글을 올렸다. 이는 2010년과 2011년에 각각 올린 선거 관련 글보다 더 많고, 2013년 올린 글보다 약간 적은 것이다. 심리전단장과 대원들은 총선이 치러진 4월에도 한달 동안 모두 205건의 선거 관련 글을 올렸다.
이 전 단장의 범죄 일람표에 나타난 선거 관련 글의 대부분은 민주당과 통합진보당 등 야권을 직접 비난하거나 종북, 제주해군기지, 서해 북방한계선(NLL) 등 주요 이슈와 관련해 야권을 비난하는 내용이었다. 또 대선 직전인 2012년 12월 국정원 요원의 대선 관련 인터넷 활동이 확인된 뒤엔 이 요원을 옹호하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이어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2013년 2월엔 결국 낙마한 김병관 국방부 장관 후보자를 노골적으로 지지·옹호하는 글을 수십건 올렸다.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사이버사령관이 인터넷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 대해 보고받고 대응 방안을 결심했다는 공소장의 사실은 맞다. 하지만 여기서 대응은 사이버 작전에 따른 일반적인 방향에 해당되는 것이다. 대선 개입이라는 의미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한 국방부 관계자는 “현재 국방부 조사본부에서 빅데이터 업체의 협조를 받아 심리전단 대원들의 글을 분석하고 있다. 공소장에 등장하는 인터넷 글의 건수는 현재까지 확인된 것이고, 증거 인멸을 위해 조직적으로 삭제된 글은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어영 기자 ha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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