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새누리당 최고중진연석회의에 이재오 의원(왼쪽)과 서청원 의원이 참석해 있다. 김경호 기자 jijae@hani.co.kr
새누리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이, 박대통령 ‘블랙홀 발언’ 놓고
“대다수 국민 의견과 반대…불통”
서 `‘호위무사’ 자청
“무슨 개헌…먹고사는 경제 우선”
이, 박대통령 ‘블랙홀 발언’ 놓고
“대다수 국민 의견과 반대…불통”
서 `‘호위무사’ 자청
“무슨 개헌…먹고사는 경제 우선”
새누리당 중진인 이재오 의원과 서청원 의원이 8일 당 공식회의에서 개헌 문제를 놓고 정면으로 충돌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6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개헌은 블랙홀’이라며 부정적인 뜻을 밝힌 데 대해 이 의원이 “개헌이 시급하다”며 반박하자, 서 의원이 “경제가 우선”이라며 박 대통령을 엄호하고 나선 것이다.
이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당의 입장에서 새해에 해야 할 화두는 ‘정치개혁’이라고 본다”며 “정치개혁의 첫째는 개헌”이라고 밝혔다. 이어 “연초에 국민들 여론조사에서 75%가 개헌을 해야 된다고 응답했다. 대다수 국민들의 의견에 따라가는 것이 소통이다. 대다수 국민들의 의견과 반대하는 것은 불통”이라며 ‘개헌 소통론’을 설파했다. 개헌 논의를 봉쇄한 박 대통령을 정치개혁과 소통을 회피하는 지도자로 깎아내리며, 개헌에 나서라고 공개 압박한 것이다.
실제 이 의원은 “개헌논의 주체 등의 지혜와 능력에 따라, 개헌 논의를 어떻게 운반하느냐에 따라서 블랙홀이 될 수도 있고 안 될 수도 있다”며 박 대통령의 ‘블랙홀’ 주장을 반박했다. 그는 오히려 “당은 대다수 국민들이 요구하는, 그리고 여야 의원들 100여명 이상이 이미 요구하는 개헌특위를 국회에서 금년에 구성해야 된다”고 말했다.
이에 서청원 의원은 이 의원의 ‘과거’를 거론하며 반박에 나섰다. 서 의원은 “저는 기억한다. 이명박 정권 때 개혁하겠다고 김형오 국회의장 산하에 개헌특위를 만들었다. 그때 모든 언론이 이재오 의원이 정권 2인자라고 이야기했다. 그만큼 힘이 있었다. 그런데 추진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서 의원은 이어 “지금 우리는 개헌문제보다도 국민들이 먹고사는 경제를 살리는데 우선과제를 둬야한다”며 박 대통령의 논리를 그대로 반복했다. 이명박 정권에서 개헌약속을 어기고, 왜 경제를 살리는 게 먼저라는 박 대통령을 비난하느냐는 추궁이다. 서 의원은 회의 도중 이 의원이 먼저 개헌 문제를 꺼내자 혼잣말로 “무슨 개헌이야”라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기도 했다.
당내에서는 당내 중진으로 ‘개헌 전도사’를 자청한 이 의원이 박 대통령을 정면으로 비판하자, 친박계의 좌장격인 서 의원도 대통령의 ‘호위무사’를 자처하며 방어에 나설 수 밖에 없었을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개헌론 본격화되면 모든 관심이 그쪽으로 가기 때문에 레임덕이 빨리 오게 된다. 친박계 입장에서는 대통령 보위 차원에서 이를 막아야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새누리당 안에서는 이 의원 외에도 개헌 필요성에 공감하는 의원들이 많아 갈등이 지속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송채경화 기자 khsong@hani.co.kr
송채경화 기자 khsong@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