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수도권은 적당한 인물이 없고, 영남권은 많아도 너무 많다.’ 6월 지방선거를 앞둔 새누리당의 고민을 압축하는 말이다.

　새누리당 텃밭인 영남은 공천이 곧 당선이라는 인식에 당내 경쟁이 과거 어느 때보다 치열하다. 부산시장(허남식)과 울산시장(박맹우) 두 곳이 3선 제한 규정에 걸려 더욱 그렇다.

　재선의 박민식(49·부산 북·강서갑) 의원이 7일 경쟁자들 가운데 가장 먼저 부산시장 출마를 선언했다. 박 의원은 오전 부산시의회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그동안 부산은 낡은 성장의 틀에 갇혀 있어 새로운 경쟁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었고, 결국 열정의 도시 부산이 가진 역동성과 잠재력은 발산되지 못했다”며 “이제는 과거의 틀을 깨는 인식의 변화를 통해 역동적인 변화를 주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일찌감치 부산시장 출마를 준비해온 친박계 주류 서병수(62·부산 해운대·기장갑) 의원도 오는 17일 출판기념회를 계기로 사실상 출사표를 던질 계획이다. 역시 친박인 유기준(54·부산 서) 의원도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으며, 재선의 이진복(56·부산 동래) 의원도 최근 출마 의사를 내비쳤다. 이명박 정부 때 주 일본 대사를 지낸 권철현(56) 전 의원은 설을 전후해 경선 출마를 선언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울산시장에는 강길부(71·울산 울주), 김기현(54·울산 남을), 정갑윤(53·울산 중) 의원 등 현역의원 3명과 김두겸(55) 울산 남구청장 등이 눈독을 들이고 있다.

　대구시장의 경우 김범일(63) 현 시장의 지지율이 낮게 나오자 경쟁자들이 몰리고 있다. 서상기(67·대구 북을), 조원진(55·대구 달서병) 등 현역 의원 2명을 비롯해 주성영(55), 배영식(64), 권영진(51) 전 의원이 뛰고 있다. 여기에 이진훈(57) 수성구청장과 이재만(54) 동구청장 등도 뛰어들 채비를 하고 있다.

　이밖에 경남도지사 자리를 놓고는 안상수(67) 전 한나라당 대표와 박완수(59) 창원시장이 홍준표(59) 현 지사에게 도전장을 던졌으며, 지지율이 높은 김관용(71) 경북지사에게도 권오을(56) 전 의원이 도전을 선언했다.

　반면에 수도권 광역단체장 후보는 인물난을 겪고 있다. 자천타천으로 거론되는 사람은 많지만, 대부분 여론조사에서 야당 후보에게 밀리거나 박빙의 승부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게다가 지지율에서 앞서는 김문수 경기지사는 대선 출마를 위해 지사 선거에는 다시 나가지 않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이에 홍문종 사무총장은 최근 지방선거 승리를 위한 ‘중진의원 차출론’을 꺼냈다. 인지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정몽준 의원과 남경필 의원, 황우여 대표 등을 각각 서울시장과 경기지사, 인천시장 후보로 밀겠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당사자들이 반발하고 나서는 등 어수선한 양상이 이어지고 있다.

김종철 기자 phillkim@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