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한 경찰청장이 24일 오전 국회 안전행정위원회에 출석해 철도노조 집행부를 검거하려고 민주노총 본부 사무실에 경찰력을 무리하게 투입하고도 검거에 실패한 것을 비판하는 야당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던 중 입을 가리고 있다. 왼쪽은 유정복 안전행정부 장관.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안행위 출석해 변명으로 일관
여야, 진입 ‘불법성’엔 입장 갈려
여야, 진입 ‘불법성’엔 입장 갈려
이성한 경찰청장이 24일 국회에서 5000여명의 경찰력을 동원해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본부에 강제진입하고도 전국철도노조 지도부 검거에 실패한 데 대해 “실패한 작전이 아니다”라고 답변해 질타를 당했다. 여야 의원들은 강제 진입의 적법성 여부를 두고 서로 입장이 갈렸지만, 경찰의 작전이 실패작이라는 데는 대부분 공감했다.
국회안전행정위원회에 출석한 이 청장은 “정보와 작전 둘 다 실패다. 실패한 작전에 대해 책임져야 하지 않나”라는 유대운 민주당 의원의 질문에 “실패한 작전이라는 것은 인정할 수 없다”고 답했다. 그는 의원들의 계속되는 지적에도 “실패한 작전이 아니다”라는 항변을 되풀이했다.
이에 의원들은 여야 없이 이 청장을 질책했다. 이해찬 민주당 의원은 “답변하는 것을 보니 어처구니가 없다. 5000여명이나 동원하고도 못잡은 것에 대해 당당한 게 경찰청장의 태도냐”며 “역대 경찰청장 중 가장 무능하다. 그 정도 무능하면 옷을 벗으라”고 닦아세웠다. 황영철 새누리당 의원도 “검거에 왜 실패했는가에 대한 (의원들의) 책임 추궁을 경찰청장이 따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이 청장을 비판했다. 그러나 이 청장은 “저희는 다양한 경로 통해 상황을 파악하고 수배자들이 안에 있다는 걸로 보고 체포를 시도했다”며 “체포하지 못한 점은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답했다. 철도노조 지도부 체포에 실패한 데 대해서는 사과하면서도, 이들의 소재를 파악하고 진압 작전을 전개한 것인 만큼 작전 자체는 실패가 아니라고 강변한 것이다.
야당 의원들은 이 청장과 유정복 안전행정부 장관을 상대로 법원이 발부한 체포영장만 가지고 민주노총 본부에 강제 진입한 것은 불법이 아닌지를 집중적으로 따져 물었다. 진선미 민주당 의원은 “구속영장과 체포영장은 엄연히 다른 데 단순히 체포영장으로 (경찰) 수천명을 동원해 유리문을 깨며 진입하는 것은 정당한 공권력 집행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김현 민주당 의원도 “경향신문 쪽에서 동의하지 않았는데 유리문을 깨고 12시간 동안 건물 내부를 장악한 것은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이 청장은 “(철도노조 지도부가) 불법파업을 지휘하는 상황을 묵과할 수 없었다”는 답변만 되풀이했다.
반면 여당 의원들은 “철도노조의 불법파업을 해결하기 위한 경찰의 진입은 적법했다”고 강조했다. 박성효 새누리당 의원은 “경찰은 법적으로 작전을 수행하는 게 맞다. 소신을 갖고 해달라”고 당부했다. 경기지방경찰청장을 지낸 같은 당 윤재옥 의원도 “파업이 국민에게 끼치는 불편을 빨리 해결하기 위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노력을 할 수밖에 없다”며 “경찰의 강제진입은 비례의 원칙(과잉금지 원칙)을 위배한 조치라고 보긴 어렵다”고 했다.
이승준 기자 gam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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