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민영화를 둘러싼 논란
정부, 지분매각·면허권 제한 등
사쪽 문건엔 “위법 가능성 높아”
코레일의 자회사 지분 확대는
흑자전환 어려워 사실상 불가능
국회서도 “알짜노선 떼내면
경영 악화에 공공성 유지 어려워”
정부, 지분매각·면허권 제한 등
사쪽 문건엔 “위법 가능성 높아”
코레일의 자회사 지분 확대는
흑자전환 어려워 사실상 불가능
국회서도 “알짜노선 떼내면
경영 악화에 공공성 유지 어려워”
정부는 ‘철도 민영화’ 논란과 관련해 국토교통부 장관, 기획재정부 장관, 국무총리까지 나서 “수서발 케이티엑스(KTX) 분리는 민영화가 아니다”라고 거듭 밝혀왔다. 그러나 철도노조와 시민사회는 “민영화로 가는 수순”이라며 정부 주장을 믿을 수 없다는 태도를 굽히지 않고 있다.
정부는 ‘(만간 자본으로의) 지분이전 제한’과 ‘면허권 박탈’ 등 가능한 수단을 모두 동원해 민영화를 방지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정부안에 따르면, 코레일은 2016년 초부터 운영을 시작할 수서발 케이티엑스 신규업체의 지분 41%를 소유하게 된다. 나머지 59% 지분에도 민간자본은 참여할 수 없고, 국민연금기금 등 공적자본만 참가할 수 있다. 또 공적자본 지분을 민간에 매각하는 것을 금지하는 조항을 정관에 넣고, 지분 매각 시에는 이사회 특별결의(재적이사 2/3출석, 2/3찬성)를 거치도록 했다. 또 코레일이 영업흑자를 내면 매년 10%포인트씩 지분을 늘릴 수 있도록 했다. 코레일의 경영 성과에 따라 신규업체의 전체 지분을 확보할 수도 있다는 논리다. 서승환 국토부 장관은 “만약 공적자본이 민간에 지분을 매각하면 신규업체의 철도영업 면허권을 박탈하겠다”고도 밝혔다.
그러나 철도노조의 판단은 다르다. 먼저 가장 수익성이 높은 케이티엑스 시장을 떼어주고 코레일이 영업흑자를 내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정부 주장과 달리, 코레일이 신규업체의 지분을 늘릴 가능성은 없다는 게 철도노조의 판단이다. 또 민간자본이 침투할 수 있는 길을 차단한다는 정부 방안 역시 펀드 형태의 지분 참여 등 다양한 우회로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철도노조의 이런 판단에는 나름의 근거가 있다. 앞서 법무법인 세종은 코레일 사쪽의 용역을 받아 정부안에 대한 검토의견서를 작성했는데, 정부가 내놓은 ‘민영화 방지안’ 대부분이 불완전한 것으로 평가됐다. 재매각을 위한 이사회 정족수 제한은 상법에 저촉될 소지가 높고, 면허권 제한은 민간에서의 지분 변동에 대해 ‘인허가권’을 무기로 삼는 행정 행위여서 위헌 소지가 높은 것으로 지적됐다.
두번째 논점은 신규업체 설립의 효과다. 정부는 신규업체 도입에 의해 코레일의 방만경영이 개선되고, 철도 서비스 질도 향상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정부는 “코레일의 방만경영은 심각한 수준으로 한해 평균 5700억원의 적자가 누적되고 있으며, 회계가 불투명하고 비교 대상이 없어 경영 개선도 기대하기 어려운 구조”라고 밝혔다. 신규업체 도입을 통해 경영 판단의 비교 모델이 생기고, 이를 통해 경영 효율화도 기대할 수 있다는 의미다.
그러나 정부의 정책실패로 인한 부채 상당액을 짊어진 코레일한테 신규업체를 분리하는 것은 코레일의 또 다른 부실을 초래할 것이라는 반대 의견도 강하다. 코레일 사쪽이 지난 10일 신규업체 설립을 의결한 이사회에 앞서 작성한 문건을 보면, 코레일은 신규업체 분리에 따라 한해 평균 5000억원 정도 매출이 감소할 것으로 추정됐다. 더구나 정부가 밝힌 신규업체 분리에 의한 코레일의 경영 정상화 효과는 ‘이대로는 적자만 쌓이니 분리하고 보자’는 수준으로 막연하고 모호하다는 게 반대론의 시각이다. 실제 지난 20일 국회 입법조사처가 작성한 ‘철도산업 발전계획 조사 회답’ 자료를 보면, “철도경영 정상화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 마련 없이 출자회사를 설립하는 것만으로는 한국철도공사의 적자는 계속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이런 이유로 정부의 신규업체 분리가 철도 민영화의 우회로라는 지적이 힘을 받고 있는 것이다. 특히 입법조사처는 앞서 ‘철도산업 발전계획 조사 회답’에서 “수익이 클 것으로 예상되는 노선을 출자회사로 분리할 경우 철도공사의 경영여건이 악화되고 철도의 공공성 유지에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수익성을 근본에 둔 경영효율화 작업이 실패로 끝난 뒤에는 민간 매각이라는 수순만 남는다는 것이다. 실제 정부와 코레일은 지난 7월 실시한 ‘철도발전방안 워크숍’에서 수익성이 낮은 일반 철도 8개 노선에 대한 운영 포기를 원론적으로 합의한 바 있다.
노현웅 기자 golok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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