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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박근혜 정부, MB가 남긴 의혹 털어내야…이대로 가면 실패”

등록 2013-12-17 20:22수정 2013-12-18 15:33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가 16일 오전 한겨레신문사 회의실에서 대선 1주년 관련 인터뷰를 하고 있다.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가 16일 오전 한겨레신문사 회의실에서 대선 1주년 관련 인터뷰를 하고 있다.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박대통령 당선 1년] 박대통령 도왔던 이상돈 명예교수 인터뷰
“이런 식으로 가면 박근혜 정부는 실패할 수밖에 없다.”

이상돈(62) 중앙대 명예교수는 비판에 조금의 망설임도 없었다. 박근혜 대통령 대선 승리 이후 지난 1년에 대해서는 “대립과 긴장, 갈등을 조장한 1년이었다”고 말했다. 국가정보원 대선개입과 노동 탄압 등에 대해서도 돌직구를 던졌다. 박 대통령에게 홀대받고 있다는 생각에 서운한 감정을 드러내고 있는 건 아닐까, 잠시 의심이 들 정도였다.

하지만, 그는 박근혜 정부의 성공을 기원했다. “신뢰와 약속이라는 박 대통령의 브랜드 회복”과 ‘이명박 프레임 탈피’를 촉구하는 목소리에서는 충심이 느껴졌다. 그는 그동안 박 대통령 재임 동안에는 새누리당을 탈당하지 않겠다는 말을 반복해왔다.

이 명예교수의 인터뷰는 16일 오전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신문사에서 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당선된 지 벌써 1년이 됐다. 대선후보 때 박 대통령은 경제민주화와 복지, 국민대통합 등을 외쳤는데 지금은 그런 얘기는 쑥 들어가고 독단적이고 강경한 모습만 남았다. 왜 이렇게 달라졌는지 궁금하다.

“시중에 학설이 몇개 있다. 첫째는 원래 처음부터 그런 약속을 지킬 생각이 없었다는 설이다. 그런데 그건 몇년 동안 국민을 속였다는 것인데, 그건 불가능하다고 본다. 둘째는 선거 때면 외연을 넓혔다가 집권 후에는 집토끼 중심으로 가는 게 정상이라는 견해다. 그러나 이것은 이명박 정부가 걸었던 길로써, 이렇게 가면 실패할 수밖에 없다. 세번째는 박 대통령이 이명박 프레임에 갇혀 있다는 해석도 있다. 이전 정권의 비리와 불법을 척결하지 못하고 있는데, 그것은 ‘티케이(TK·대구 경북) 정치’에 엮여있기 때문이 아니냐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 역시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고 본다.”

-왜 실패할 것이라고 보나?

“어느 정권이든 그 시대가 요구하는 시대정신이랄까 시대과제가 있다. 지금 이 시대의 요구는 지난 10년간 쌓였던 갈등구조를 치유하는 것과 함께 경제적 여건을 개선하는 것이다. 그 부분에 대한 과감한 개혁이 있어야 한다. 이런 과감한 개혁은 국민적 지지가 없으면 안 된다. 특히 야당의 지지가 없으면 할 수가 없다. 지금처럼 야당과 대립되는 정치를 하면 개혁이 안 된다. 결국 대한민국이 좌초할 수밖에 더 있겠나.”

-박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은 여전히 높지 않은가?

“그건 박 대통령 개인에 대해 충성도가 높은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그런 지지는 정책 지지나 당의 지지로 이어지지 않는다. 따라서 지지율에 안주해서는 (정권의 성공은) 힘들다고 본다.”

-지난 1년을 되돌아보면 박 대통령이 특별히 한 게 없는 것 같다.

“개성공단 문제나 통합진보당 등 사건 사고가 많았는데, 그런 뜻하지 않은 사건은 어느 정권에서나 생긴다. 그건 그것대로 대처하면 된다. 대신 대통령은 뭔가 변화를 약속해서 국민들에게 뽑혔다. 따라서 대통령은 고유의 어젠더를 실현해야 한다. 지난 1년 간 그런 어젠더를 실천한 게 없다.”

-보통 5년의 성패는 집권 1년차에 결정되는데, 현 정부는 왜 1년차에 아무 일도 못했을까?

“인사 실패의 영향이 가장 컸다. 인사 실패는 지금도 진행형이다. 대통령의 정책과 어젠더를 끌어갈 수 있는 사람을 내각과 청와대에서 찾기 힘들지 않나. 대신 이른바 ‘신386인사’ 등으로 미래지향적인 이미지를 끌어내는데도 실패했다. 국정원 의혹에 발목을 잡힌 것도 큰 원인이었다. 결과적으로 보면 대립과 긴장, 갈등을 조장한 1년이었다.”

이 명예교수는 피난 시절인 1951년 부산에서 태어났지만, 누대로 서울 종로에 뿌리를 둔 서울 토박이다. 대한제국의 황실 관리였던 그의 외할아버지(고희동 화백)는 일제에 협력하지 않기 위해 그림을 배우고, 창씨개명을 끝까지 거부했던 민족주의자였다. 이 명예교수는 경기고와 서울대 법대를 거쳐 미국 툴레인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뒤 1983년부터 중앙대 법대 교수로 재직해왔다. 보수적 자유주의자로 불리는 그는 지난해 총선 때는 새누리당 비대위원으로, 대선 때는 정치쇄신특위위원으로 박 대통령을 가까이서 도왔다. 하지만, ‘폴리페서’가 되지 않기 위해 대선 직후인 올 초 스스로 교수직에서 물러났다.

-선거 때 중도 개혁을 상징했던 이 교수와 김종인 전 장관, 안대희 전 대법관 등을 집권 이후에 기용하지 않은 것도 신뢰를 저버린 것이 아닌가?

“하하하. 대통령은 자기 정책도 중요하지만 정책을 상징하는 인물이 중요하다. 미국을 얘기하자면, 레이건 때는 방만한 연방 관료제와 연방 예산을 축소하겠다고 약속한 뒤 그 일을 할 사람을 대선 과정에서 이미 지정했다. 데이빗 스톡먼이라고 젊은 하원의원이었는데 그 사람이 칼을 휘둘렀다. 클린턴 정부 때는 세계화 정책을 로라 타이슨이라는 여교수한테 맡겼다. 이처럼 대통령은 사람을 써서 자기 정책을 구현하는 것인데 그런 면에서 현 정부는 경제민주화나 2030 대책에 대해서는 답이 없다고 봐야 한다.”

-깨끗하고 투명한 정부라는 정치분야의 공약도 안 지켜진 것 아닌가. 가장 중요한 내부 소통도 안 되고 있다.

인사실패 지금도 진행중인 상태
국정원 사건 등으로 갈등 조장

정치는 긴장 해소로 가야하는데
전교조·철도파업 등 너무 강경

“대통령과 참모, 대통령과 내각이 과연 소통을 잘 하는가, 나아가서 대통령이 국민과 호흡을 같이하는가에 대해 회의적이다. 투명한 정부라면 공론을 거쳐야지 느닷없이 정책이 나오면 안 된다. 또, 부정부패 문제는 현 정부의 것뿐 아니라 과거 정부의 것도 없애야 한다.”

-과거 정부의 어떤 부분을 척결해야 한다고 보나?

“국민의 공감대를 얻는 것이 4대강사업을 둘러싼 비리다. 공기업 부채나 해외자원 개발 의혹 등에 대해서도 국민들은 그냥 넘어갈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본다. 또 하나, 국정원과 군 사이버사령부 문제는 이미 확인된 것인데 여기에 대해서 확고한 (척결) 의지가 있는지 회의적으로 보는 국민들이 많다.”

-국정원의 불법적인 대선개입 문제에 대해서는 특검을 받아야 한다고 여러차례 촉구했는데.

“이 문제는 국가기관의 대선 개입 의혹이라는 점에서 심각한 불법이다. 그런데 야당뿐 아니라 국민 다수도 현재 정부가 이 문제를 다루는 방식에 의심을 갖고 있다. 그런 의심을 불식시키지 않고서는 이 정부가 뭘 할 수 있겠나. 의혹 불식을 위해서는 야당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못할 이유가 없다. 특검이 어렵다면 (검찰총장의 지휘를 받지 않고 독립적으로 수사하는) 특임검사라도 임명해서 처리해야 한다.”

-박근혜 정부는 왜 단호하게 처리하지 않고 자꾸 국정원을 두둔하고 감싸는가. 혹시 선대위 관계자가 연루돼서 그러는 것 아닌가?

“그것까지는 모르겠다. 만일 그런 게 있었다면 그 사람에 대해서 처벌을 엄정하게 해야 대통령이 자유로워진다. 워터게이트 사건이 그런 것이다. 불법보다 은폐 때문에 닉슨 대통령이 물러났다. 클린턴 때는 클린턴이 나중에 깨끗하게 사과해서 넘어갔다. 이 문제에서는 박 대통령 본인이 관계됐다고 보는 국민은 아직은 없지 않나. 이 정부를 제대로 이끌어가기 위해서는 박 대통령이 한치의 의혹도 없도록 하겠다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본다.”

-국정원 개혁 문제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나?

“국정원은 북한 때문에 국내외 정보를 모두 다루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데 논리에 맞지 않다. 그런 식이라면 우리보다 안보상황이 더 위험한 이스라엘이 모사드와 신베드를 따로 둬서 국외와 국내정보를 분리하고 있는 것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단일한 거대 기구는 항상 문제다. 내부 부패와 함께 무능해질 수 있다. 단기 과제가 아니라 국정원과 검찰, 경찰을 패키지로 놓고 송두리째 큰 틀에서 개혁을 해야 한다.”

4대강 비리·국외자원개발 의혹 등
처리 못하면 함께 묶여 좌초

박대통령에 충성도 높은 층 많아
지지율 높지만 정책지지와 달라

-전교조 법외 노조화에 이어 철도 파업에 대해 무더기로 징계하는 등 노동정책도 강경한데.

“정치는 가급적 긴장을 해소하는 방향으로 가야 하는 게 맞다. 그래야만 국민의 폭넓은 지지를 얻을 수 있고, 그래야 정부가 해야 할 일을 할 수 있다. 그런데 요새 너무 좀 강경하게 나가는 듯하다. 그래서 이 정부가 적을 자꾸 만들어가는 듯하다. 이렇게 해서 남은 4년을 어떻게 끌고 가려고 하는지 이해가 안 된다.”

-박근혜 정부를 만든 한 사람으로서 충언을 한다면?

“이명박 프레임을 벗어나야 한다. 시간도 별로 없다. 국정원 의혹과 4대강 비리, 해외자원 개발 의혹 등 엠비정권의 의혹을 털지 못하면 같이 묶여서 좌초할 것이다.”

-현 정부가 시급하게 고쳐야 할 것은 뭔가?

“국민과 정부의 대화가 너무 없다. 대화와 소통이 없어 실패한 게 이명박 정부다. 이명박 정부를 답습하지 말아야 한다. 또 박 대통령이 자신의 브랜드였던 신뢰와 약속, 100% 대한민국의 약속을 지키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이명박 정부 때도 비판의 목소리를 냈던 이 명예교수는 ‘주요 주주’로 참여했던 박근혜 정부에 대해서도 여권 인사로서는 맨 처음 쓴소리를 냈다. 입바른 사람을 싫어하는 박 대통령의 스타일을 누구보다 잘 알면서도 ‘총대’를 메는 이유가 궁금했다. “솔직히 나한테 ‘당신은 조용히 있어’라고 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당신이 (정부에) 들어가야 나아지는 것 아니냐는 것이었다. 그런데 근래는 당신이 입을 닫으면 말할 사람이 없다고 한다”며 너털웃음을 웃었다.

김종철 기자 phillkim@hani.co.kr

박근혜 지지율과 막장 드라마 효과 [성한용의 진단 #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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