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하나·양승조 발언에 ‘과잉 대응’ 새누리 과거 살펴보니
지난해 대선 당일 이정현 당시 공보단장 ‘선거 불복’ 발언
김무성 “노무현 지조 바꾸지 않으면 퇴임 운동을 벌여야”
“개잡놈” “죽일놈” 등 노 전 대통령 빗대 ‘쌍욕’도 퍼부어
지난해 대선 당일 이정현 당시 공보단장 ‘선거 불복’ 발언
김무성 “노무현 지조 바꾸지 않으면 퇴임 운동을 벌여야”
“개잡놈” “죽일놈” 등 노 전 대통령 빗대 ‘쌍욕’도 퍼부어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이 국가기관의 대선 개입을 비판하며 박근혜 대통령의 사퇴를 요구한 장하나 민주당 의원과 박정희 전 대통령의 비극적 결말을 언급한 양승조 민주당 의원의 발언을 문제 삼아 ‘언어 살인’ ‘국기 문란’ ‘위해 선동 조장’이라며 극언을 쏟아냈지만, 정작 이 수석 본인이 지난해 12월 노골적인 ‘대선 불복’ 발언을 했다.
지난 대선 날인 2012년 12월19일 당시 새누리당 선대위 공보단장이던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은 “설령 문재인 후보가 당선되더라도 당선 무효 투쟁을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수석은 기자회견을 열어 “문재인 명의의 불법 선거운동 문자가 전국적으로 뿌려지고 있다. 상대방은 (우리가) 총을 완전히 내려놓은 상태에서 무차별적으로 총격을 가하는 무자비한 선거 운동을 하는 것이 아니냐”며 이렇게 주장했다. 장하나 의원이 지난 6일 성명을 통해 “현재 드러난 사실만 가지고도 지난 2012년 12월19일 대통령선거는 국가기관들이 조직적으로 총동원된 총체적 부정선거임이 명백하다. 총체적 부정선거이자 불공정 선거로 당선된 박근혜 대통령이 선택할 수 있는 것은 국민에게 사죄하고 즉각적인 사퇴를 하는 것뿐이다”고 주장한 논리와 크게 다르지 않다.
이 수석뿐 아니라, 새누리당 의원들이 참여정부 시절 대선에 불복하는 행동을 하고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막말을 한 것도 다시 회자되고 있다.
새누리당의 전신인 한나라당은 2002년 대선 직후 ‘전자 개표 조작설’을 제기하며 선거 5일 만인 2002년 12월24일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을 상대로 ‘당선 무효 소송’을 냈다. 재검표 결과 문제가 없다는 결론이 나자 당시 서청원 한나라당 대표는 “죄송하다”며 사과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한나라당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참여정부 내내 대선 불복성 발언과 대통령 비하 발언을 이어갔다. 2003년 8월에는 한나라당 주요당직자회의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을 개구리에 비유하며 “시도 때도 없이 지껄인다” “생긴 게 똑같다” 등의 발언을 한 것이 알려져 물의를 빚기도 했다. 같은 해 9월에는 김무성 의원이 “내 가슴 속에는 노무현을 이 나라 대통령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노무현이 지조를 바꾸지 않고 나간다면 우리 당은 노무현의 퇴임 운동을 벌여야 한다”며 대선 불복을 선언했다. 같은해 10월 홍준표 의원도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지난 대선은 노무현이 조직폭력배 호텔업자 등의 불법적인 돈을 끌어다 치른 추악한 사기극이었다”고 말했다.
2004년에는 본격적인 대통령 탄핵 사태가 벌어졌다. 2004년 초 노 전 대통령이 한 언론사 기자회견에서 특정 정당 지지를 유도하는 발언을 했다는 논란에 휩싸이자, 한나라당은 국회 본관 앞에서 ‘불법선거 제왕 노 대통령 심판하자’는 플래카드를 걸고 규탄대회를 진행했다. 당시 사진은 지난 9일 새누리당이 국회 로텐더홀 계단에서 ‘민주당은 대선불복 망언, 장하나 의원을 즉각 출당하라’는 플래카드를 걸고 규탄대회를 벌이는 사진과 나란히 비교되며 온라인상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결국 한나라당은 당시 야당이던 민주당과 함께 대통령 탄핵안을 가결시켰다가 역풍을 맞았다.
이밖에도 2004년 3월 전여옥 전 한나라당 대변인이 한 방송 토론회에서 “미숙아는 인큐베이터에서 키운 뒤에 나와야지“라며 노 전 대통령을 ‘미숙아’에 비유한 발언이 논란이 됐다. 같은해 8월에는 한나라당 의원들이 직접 배우로 출연한 연극에서 당시 노무현 대통령을 ‘노가리’에 빗대 “개잡놈”, “죽일놈”이라고 욕설을 해 물의를 일으켰다.
또한 조국 서울대 교수도 9일 트위터를 통해 김태흠 새누리당 원내대변인이 지난 8월16일 “희대의 허위 정치공작 사건으로 당선된 노무현 정부의 탄생 자체가 무효”라고 한 발언을 소개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누리꾼들은 과거 야당 시절에는 현직 대통령에 대해 마음껏 비판했던 새누리당이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서는 말 한마디에 발끈하는 등 대통령을 ‘신성시’하는 모습을 보인다며 질타를 가했다.
아이디 @bs****를 쓰는 한 누리꾼은 “2002년 당시 한나라당이 대선불복을 하고 재검표 요구를 했을 때 노무현 대통령은 재검표 거부를 하지 않았다. 대선불복했던 한나라당 의원들에게 발끈해 하지도 않았다“며 “탄핵을 주도한 한나라당을 국민들이 심판했을 뿐 노무현 대통령은 겸허했었다”고 지적했다.
문화학자 엄기호씨는 자신의 트위터에 “말 한마디 한 것이 국기문란이고 테러라면 도대체 지난 대선에서 국가기관이 개입한 것은 뭐라고 해야하는 거냐”며 “대통령에 대한 말 한마디로 제명하겠다는 것은 헌법에서 민주주의를 제명하겠다는 것. 대통령이 무슨 북한식 최고존엄이냐 아니면 진골도 손대면 안 되는 성골이냐?”고 되물었다.
한 누리꾼(아이디@su****)은 “민주주의 국가에서 대통령은 최고 존엄이 아니다. 비판이나 비난은 물론 조롱의 대상도 될 수 있으며, 물러나라는 요구도 있을 수 있다. 진정 박근혜가 최고 존엄이 군림하는 세상을 원한다면 북으로 가라”고 비판했다. 아이디 @as****를 쓰는 누리꾼도 “대한민국은 표현의 자유가 있는 민주주의 국가입니다.국회의원이 아니라 시민 개개인 누구나 박근혜 대통령 사퇴를 얘기할 수 있어요. 여기가 북한입니까? 최고존엄 박근혜님에 대해서는 그 어떤 발언도 할 수 없게? 새누리당의 행동이야말로 반민주적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송채경화 기자 khsong@hani.co.kr
박근혜 1년, 경제민주화·복지 날아간 자리에 공안정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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