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이 장성택 조선노동당 행정부장의 실각 가능성을 발표하는 과정에서 통일부, 국방부와 ‘엇박자’를 내며 혼선을 빚은 데 대해 남재준 국정원장은 6일 “장성택 관련 정보를 발표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매끄럽지 못했다”며 잘못을 사실상 인정했다.
국회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한 남재준 원장은 “장성택 관련 정보를 발표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매끄럽지 못했다. 앞으로 그러지 않도록 더욱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말했다고 국회 정보위 야당 간사인 정청래 민주당 의원이 전했다.
남 원장의 답변은 “국정원이 ‘장성택 실각설’ 발표 과정에서 충분히 확인되지 않은 정보를 통일부, 국방부 등의 국가기관 사이에 제대로 공유하지 않고 발표한 것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 답한 것으로, 발표 과정에서 부처간 조율과 내용의 수위 조절 등에 흠결이 있었음을 시인한 것이다. 국정원은 이번 발표 뒤 북한과 관련된 민감한 정보를 제대로 확인도 하지 않고 너무 성급하게 발표한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아왔다.
정 의원은 남 원장이 이와 관련해 “통일부와 국방부 등과는 정보를 (사전에) 공유했고, 국정원에서는 통일부에서 발표해줬으면 하는 의견이 있었지만, 발표 뒤 후속 일이 걱정됐는지 통일부에서 국정원이 하는 것이 좋겠다고 해서 발표했다”는 답변을 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국정원 발표 뒤 류길재 통일부 장관은 지난 4일 “실각이라고 말하지 않았다. 실각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것”이라고 했고, 김관진 국방부 장관은 5일 “더 많은 정보를 수집해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며 장성택 실각설을 적극 공개한 국정원과 유보적인 입장을 보여 논란을 키우기도 했다. 정보 공유는 했지만 정부 부처마다 판단이 달랐던 것이다. 이에 대해 남 원장은 “정보를 공유했지만 표현 방법에 차이가 있었다”고 답했다고 정 의원이 전했다.
또 국정원이 정보위원장과 여야 간사에게 대면보고를 하는 과정에서 장성택 실각설이 언론에 먼저 보도된 경위와 관련해 정 의원은 “남 원장이 추후 조사하겠다, 이런 발표 방식과 형식이 매끄럽지 못한 부분에 대해서는 반복되지 않도록 유념하고 개선해 나가겠다고 답했다”고 말했다.
이승준 기자 gamja@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