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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국정원 ‘장성택 실각’ 판단 독단발표 한듯…정부 ‘통제탑’ 구멍

등록 2013-12-05 21:03수정 2013-12-17 10:17

김관진 국방부 장관이 5일 오전 국회 국방위원회에 출석해 ‘장성택 실각’과 관련한 북한 동향과 군의 대응 태세를 보고하기에 앞서 인사하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김관진 국방부 장관이 5일 오전 국회 국방위원회에 출석해 ‘장성택 실각’과 관련한 북한 동향과 군의 대응 태세를 보고하기에 앞서 인사하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류길재 통일 “관계기관 논의”
김관진 국방은 “협의했지만 발표할진 몰랐다”

‘국가안보실’ ‘국가안보조정회의’
제대로 작동 안됐을 가능성 커
국가정보원의 ‘장성택 실각 가능성’ 공개 뒤 정부 부처마다 설명이나 강조점이 달라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이 때문에 국정원이 어떤 ‘필요’에 의해 부처간 정보 교류와 평가도 없이 덜컥 발표한 것 아니냐는 의심을 사고 있다. 특히 북한과 관련된 민감한 정보를 다룰 때는 정부 부처간에 정보를 공유하고 공개 수준 등을 사전에 조율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정원은 3일 국회 정보위원회 보고 뒤 자료를 내어 “장성택이 모든 직책에서 해임되었을 가능성이 농후하다”며 공식적으로 ‘실각 가능성’을 공개했다. ‘가능성 농후’로 빠져나갈 구멍을 마련해 놓긴 했으나, 국회에 보고한 정보의 ‘신빙성’을 의심하기는 어려운 분위기였다. 국정원 관계자도 그날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장성택 실각 첩보가 있는데, 이것이 사실인지 아닌지 정보 판단을 하는 데 시간이 걸렸다. 사실상 최종적으로 실각이라고 판단하게 됐고 그래서 오늘 국회에 보고했다”며 실각설을 기정사실화했다.

그러나 이런 ‘과감한’ 정보 판단에 대해 관련 부처들은 조심스런 태도를 보이고 있다. 류길재 통일부 장관은 4일 국회에 출석해 “장성택이 지금 실각했다 이렇게 얘기할 수 없다.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이다”라고 완곡하게 말했다. 김관진 국방장관도 전군 주요 지휘관 회의에서 “완전한 실각 여부는 더 많은 정보를 수집해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고 신중하게 발언했다.

이처럼 부처마다 다른 목소리가 나오는 것은 사전에 대북 정보의 공유나 판단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은 결과로 풀이된다. 류길재 장관은 국회에서 “그 내용을 어떻게 공개할 것인지에 대해 관계 기관들이 함께 논의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김관진 장관은 5일 국회에 나와 “정보기관이 사실관계에 대해 협의는 했지만 그렇게 발표할 것이라는 것은 사전에 듣지 못했다”고 다른 말을 했다. 두 장관의 말이 엇갈리는 것을 보면, 이번 공개는 국정원이 독자적으로 추진했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정부의 한 관계자도 “발표 당일 오전에 국정원이 관계 기관들과 유선상 협의를 한 정도”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민감한 정보의 경우 공개에 앞서 관련 부처간 충분한 협의를 거쳐 조율된 ‘언론 공개 지침’(Press Guidance·PG)을 마련해야 혼선을 막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특히 국민의 불안감을 키울 수 있는 북한 관련 정보는 그 필요성이 더 크다고 한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역대 정부들은 청와대에 외교·안보 관련 정책을 조율하는 기구를 두고 운영해 왔다”며 “민감한 정보는 이 기구를 통해 사전에 각 부처간 조율을 거쳐 발표했다”고 말했다. 실제 김영삼 정부에서는 ‘통일안보정책조정회의’, 김대중·노무현 정부에서는 ‘국가안전보장회의’(NSC)가 그런 역할을 했다.

박근혜 정부도 전임 이명박 정부가 외교·안보 사안에 대한 ‘컨트롤타워’ 기능 부재로 정책 혼선을 겪었던 사례를 고려해 청와대에 ‘국가안보실’을 뒀다. 또 통일·외교·안보·정보 관련 부서장이 참석하는 ‘국가안보정책조정회의’도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장성택 실각 가능성’의 공개 과정에서는 이들 기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노무현 정부 시절 국가안전보장회의에서 일한 김연철 인제대 교수는 “정보는 국정원만 가진 게 아니다. 국방부, 한미연합사, 통일부, 외교부 등이 모두 갖고 있다. 관련 부처가 참여하는 정보평가회의에서 피지를 마련하고 정부의 조율된 공식 입장을 밝혀야 혼선이 적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병수 선임기자, 최현준 기자 su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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