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분석 여야 ‘개혁특위’ 설치 합의
예산 통제권 강화 등 눈에 띄지만
국내파트 폐지·수사권 놓고 이견
“박대통령 의지에 달렸다” 분석도
예산 통제권 강화 등 눈에 띄지만
국내파트 폐지·수사권 놓고 이견
“박대통령 의지에 달렸다” 분석도
국가정보원 등의 대선개입 진상을 규명하기 위한 특검은 일단 보류됐지만, 국정원의 정치개입을 막기 위한 개혁작업은 본격적인 시동이 걸렸다. ‘국가정보원 등 국가기관의 정치적 중립성 강화를 위한 제도개선특별위원회’(국정원개혁특위)를 국회에 설치해 연말까지 주요 입법을 끝내기로 여야가 3일 저녁 합의한 결과다.
특히 이번 국정원 개혁은 과거와 달리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가 주도한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민병두 민주당 전략홍보본부장은 4일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정보부가 설립된 이래 최초로 국회에서 특위를 구성해 공개적으로 논의하고 개혁을 하게 됐다 하는 것은 굉장히 큰 성과”라고 말했다.
실제로 과거 중앙정보부에서 국가안전기획부(1980년), 다시 국가정보원으로 이름을 바꾸고 내부 개편(1999년)을 할 때 이를 주도한 것은 정보기관 자신이었다. 그 결과 국내정보 파트는 김대중·노무현 정부에서도 살아남았고, 정권의 성격과 필요에 따라 일탈행위를 저지르는 일이 반복됐다. 박근혜 대통령 역시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이 터진 뒤에도 국정원에 이른바 ‘셀프 개혁’을 주문했다. 그러나 남재준 국정원장은 지난 10월 ‘국내정보 파트 대폭 보강’ 등을 뼈대로 하는 셀프 개혁 방침을 밝혔다가 야당과 시민단체의 반발을 산 바 있다.
국정원개혁특위 설치 합의는 이런 ‘역주행 셀프 개혁’에 급제동을 건 것으로 볼 수 있다. 또 국정원의 국내정치 개입 통로가 돼온 국내파트를 폐지 또는 대폭 축소하기로 했다. “국정원 직원(IO)들의 정부기관 출입을 통한 부당한 정보활동의 통제 및 정당과 민간에 대한 부당한 정보수집행위를 금지”하기로 한 것이다. 또 부당한 정치관여에 대해 직무집행을 거부할 권리를 신설하고, 내부고발자의 신분을 보호하는 조항을 도입하기로 한 것도 정치관여의 재발을 막기 위한 장치다.
국회 정보위원회를 상설 상임위로 만들고, 국정원 예산에 대한 국회의 통제권을 강화하기로 한 것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국회 정보위는 문민정부 시절인 1994년 당시 국가안전기획부에 대한 감시·통제를 강화하기 위해 처음 만들어졌지만, 비상설 특위로 운영되다 보니 정보위원들의 전문성이나 국정원에 대한 통제기능이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국정원 조직에 정통한 한 인사는 “현재 ‘파트타임’으로 운영되는 정보위를 상설화해야 통제가 강화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국정원은 정보위원들에게 공개하는 정보를 확대해야 할 것”이라며 “대신 정보위원들은 여야를 떠나 국익 차원에서 해당 정보를 유출하지 않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정원 개혁에 대한 국회 차원의 합의에도 실제 개혁의 성사 여부를 두고는 의구심이 여전하다. 벌써부터 합의 내용을 두고 여야의 해석이 다르다. 정보원들의 기관 출입 금지를 놓고 민병두 본부장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국정원 직원들의 기관 출입을 폐지하는 것이 아니라 그 업무 자체를 폐지시킨 것”이라고 말했으나, 홍문종 새누리당 사무총장은 “국정원 국내파트를 완전히 없앤다는 것은 지금 현재로서는 납득도 잘 안 가고, 받아들여지지 않는다”고 했다.
민주당은 또 대공수사권 폐지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국정원 개혁안을 내놓은 바 있어 수사권 문제를 놓고도 논란이 예상된다. 이에 대해 민 본부장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구체적인 내용은 특위에서 논의할 문제다. 다만 여야 합의 정신은 국정원 개혁과 예산안 및 법안 처리를 연말까지 함께 하기로 한 것”이라며 예산안 연계 전략을 내비쳤다.
역대 정권에서 개혁이 논의될 때마다 이를 비틀어온 국정원의 반발도 넘어야 할 산이다. 국정원은 실제로 여야 합의 직전에 청와대와 여당 지도부에 “우리의 운명을 야당에 내주면 안 된다”며 극력 저항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야의 합의를 앞두고 북한의 장성택 실각설이 국정원발로 갑자기 나온 것도 이런 맥락이란 해석이 있다.
따라서 국정원 개혁의 성패는 역시 박근혜 대통령의 의지에 달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문정인 연세대 교수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여야의 합의대로만 하면 국정원의 정치개입을 막는 데는 큰 진전이라고 볼 수 있다”며 “하지만 대통령 직속기관인 국정원을 개혁하기 위해선 대통령이 주도적으로 나서야 할 텐데, 박 대통령은 현재 뒤로 빠져있지 않느냐. 지금이라도 박 대통령이 여야의 합의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김종철 김남일 기자 phill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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