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법안 심사앞
민주당에 강공책
연말 주도권 잡기
민주당에 강공책
연말 주도권 잡기
새누리당이 황찬현 감사원장 후보자 임명동의안 처리를 밀어붙이자, 여권의 의도와 향후 국회 운영 기조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새해 예산안과 경제 활성화 법안 등의 처리를 위해선 야당의 협조가 필수적인데도 임명동의안 처리를 강행했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은 임명동의안 처리 뒤 정당성을 강조하며 야당 지도부를 겨냥했다. 홍지만 원내대변인은 28일 “감사원 수장의 공백이 3개월을 넘어가는 시점에서 인준안이 뒤늦게나마 통과돼 다행”이라며 “무조건 국회를 보이콧하며 정국 혼란을 야기하는 것은 국민을 위한 것이 아니라 민주당 지도부의 무능을 숨기려는 악수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독단적 국정운영으로 비칠 수 있어 여당이 ‘인사’를 단독처리한 전례가 없음에도, 임명동의안 처리에 반발해 의사일정 중단을 선언한 민주당을 오히려 압박하고 나선 것이다.
김태흠 원내대변인도 12월 국회 운영과 관련해 “임명동의안 처리와 예산안·법안은 따로 논의해야 한다. 앞으로 야당 요구 사항이나 강도를 봐가면서 협의하고 설득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박근혜 대통령도 오전에 국민경제자문회의를 주재하면서 “만약 내년도 예산안과 법안이 국회에서 통과가 안 되면 막 살아나고 있는 우리 경제에 타격이 되고 국민의 고통이 커질 것”이라며 야당을 우회적으로 압박했다. ‘정쟁-민생 구분’ 논리로 민주당에 맞불을 놓으며 강공의 지속을 예고한 셈이다.
새누리당이 이렇게 강경 일변도로 나가는 것은, 야당이 내년 예산안과 주요 법안 심사에서 ‘일전불퇴’를 공언한 마당에 ‘명분’이 충분한 임명동의안까지 볼모로 잡혀 끌려다닐 경우 연말 국회가 더 어려워질 수 있다고 판단한 결과로 풀이된다. “사안마다 민주당이 이런 식으로 나오면 단독처리할 수밖에 없다”는 김태흠 원내대변인의 말도 이런 맥락으로 읽힌다. 야권을 압도하는 박 대통령과 당의 지지도, 최근 ‘종북몰이’로 정국을 주도하고 있다는 자신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민주당이 제안한 ‘특검을 논의할 4인 협의체’도 걷어찬 새누리당이 마냥 강공으로 일관하다가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하지만 민주당과 타협점을 모색해온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가 29일 한일의원연맹 합동총회를 위해 일본으로 출국하면서 당분간 절충안 마련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황 대표 쪽은 “갑자기 상황이 변해서 난감한 상황이다. 계속해서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고 했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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