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불교조계종 소속 승려들이 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견지동 조계사 대웅전 앞에서 ‘박근혜 정부의 참회와 민주주의 수호를 염원하는 승려 1012인 시국선언’을 하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공소장 2차변경 수용
검찰 “씨앗글 121만번 RT하면 범죄행위도 121만개 된다”
재판부, 원글부터 심리키로…트위트 행위자 특정이 관건
검찰 “씨앗글 121만번 RT하면 범죄행위도 121만개 된다”
재판부, 원글부터 심리키로…트위트 행위자 특정이 관건
국가정보원이 트위터를 통해 조직적으로 대선 및 정치에 개입한 정황을 보여주는 트위터 글 121만228건이 법원의 판단을 받게 됐다.
국정원의 대선 여론조작 및 정치개입 사건을 심리중인 서울중앙지법 형사21부(재판장 이범균)는 28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원세훈(62) 전 국정원장의 재판에서, 검찰이 트위터 글 121만건을 추가하는 내용의 공소장 변경신청을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1차 변경(트위터 글 5만5689건 추가) 때와 마찬가지로 공소사실의 동일성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원 전 원장의 변호인은 “121만건 각각에 대해 국정원 직원 누가 어떤 글을 작성하거나 리트위트했는지 특정되지 않아 공소장 변경을 하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공소사실이 특정되지 않는다면 판결로 공소를 기각할 사유는 되지만, 공소장 변경의 전제에 해당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121만228건의 글 가운데 중복되지 않는 ‘원글’은 모두 2만5847건이다. 검찰은 최근 국정원 직원들이 퍼나르기 등에 사용한 원글이 2만6550건이라고 했으나, 숫자가 조금 줄었다. 2만5847건의 원글 가운데 대선개입 혐의를 적용한 것은 1만3100건, 정치개입 혐의를 적용한 것은 1만2747건이다. 원글을 토대로 국정원 직원들이 자동프로그램을 통해 리트위트한 글이 모두 121만228건이다.
검찰이 지난 20일 낸 2차 공소장 변경신청은 1차 신청 때와는 상황이 달랐다. 검찰 지휘부와 법무부 등의 수사 방해로 수사가 지연되는 바람에, 원 전 원장 재판이 상당히 진행된 상황에서 뒤늦게 121만건이라는 방대한 양을 추가했다. 해당 트위터 글을 국정원 직원 누가 썼는지 특정되지 않아 변호인이 강하게 반발했고, 재판부도 수정·보완을 요구했다.
이날 공판에서 재판장이 “자동프로그램으로 리트위트한 내용은 공소장 말미에 참고자료로 붙이면 안 되냐”고 묻자, 검찰은 “일반 공직선거법 사건에서 3가지 내용의 전단지를 1만부 배포하면 범죄사실은 1만부를 뿌린 게 된다. 마찬가지로 씨앗글을 121만번 리트위트하면 범죄행위는 121만개가 된다”며 버텼다. 국정원의 조직적 리트위트 사실을 추가해 선거운동의 목적성을 밝히기 위한 것이다.
재판부는 검찰의 공소장 변경신청을 허가하긴 했지만 우선 원글 2만5847개부터 심리하기로 했다. 검찰이 원 전 원장의 혐의를 입증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이 원글을 국정원 직원 누가 썼는지 특정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재판부는 “공소사실을 특정하는 것은 검찰이 변호인의 방어권을 보장하기 위해 은혜를 베풀 듯 하는 게 아니다. 입증 책임이 있는 검찰이 해야 하는 것이다. 검찰의 주장대로 121만건 하나하나가 하나의 공소사실을 이루는 것이라면, 언제 누가 어디에서 무엇을 했다는 게 나와야 한다. 만약 트위터 행위자가 계속 특정이 안 되면 공소사실이 특정 안 된 것으로 볼 소지도 있다”고 말했다.
국정원은 이날 ‘2차 공소장 범죄일람표상 트위터 글 내용 분석’이라는 제목으로 121만건 가운데 113만여건(93%)은 대선이나 정치와 관련 없는 글이라는 내용의 자료를 냈다. 검찰은 “피고인의 방어권을 보장하기 위해 트위터 계정 현황과 글 내용을 의견서로 제공했는데, 어떻게 국정원에서 활용했는지, 공소장 내용과 거리있는 내용을 분석해 검찰을 공격하는 내용을 만드는지 의문이다. 방어권 보장 이외 용도로 사용되지 않도록 재판장이 지휘 좀 해달라”라고 요청했다.
121만228건의 트위터 글이 추가되면서 앞으로 재판은 트위터 글에 대한 집중 심리가 이뤄질 전망이다. 최초에 게시된 2만5847건의 글이 각각 대선·정치 개입에 해당하는지, 이 글들을 퍼뜨리는 과정에서 국정원 직원들이 상부의 지시를 어떻게 받고, 어떻게 실행했는지 공방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재판부는 다음달 2일 오후 3시 공판을 재개하고 각각의 트위터 글 작성자와 아이디를 어떻게 특정했는지 검찰의 설명을 듣기로 했다. 다음달 9일부터는 실제로 트위터 글을 올린 안보5팀 직원 15명가량이 차례로 법정에 설 예정이다.
이경미 김선식 기자 km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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