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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장관 지휘받는 조사본부의 한계…“지휘부 결론 따를밖에”

등록 2013-11-21 08:28수정 2013-11-21 15:02

국군 사이버사령부의 댓글·트위터 정치개입 사건을 조사중인 국방부 조사본부가 사이버사령부를 압수수색한 지난달 22일 오전, 군 관계자들이 황급히 사이버사 현관문을 닫으며 취재진의 접근을 막고 있다. 류우종 기자 wyryu@hani.co.kr
국군 사이버사령부의 댓글·트위터 정치개입 사건을 조사중인 국방부 조사본부가 사이버사령부를 압수수색한 지난달 22일 오전, 군 관계자들이 황급히 사이버사 현관문을 닫으며 취재진의 접근을 막고 있다. 류우종 기자 wyryu@hani.co.kr
‘조직적 활동’ 기준 해석 딜레마
수사 발표일도 독자결정 못해

‘지시에 따른 작업’ 확인에 주력
지휘부엔 “시간끌면 문제” 건의

사령관 압수수색 등 의욕 불구
“독립성 없다는 것 드러나” 비판
“특검이 올 수 있다는 위기감이 있었다. 그때 책임져야 하는 것은 조사본부의 수사진이다. 할 만큼은 했다.”

조사본부 사정에 밝은 국방부 관계자들은 “육군 소장인 옥도경 사이버사령관의 집무실을 압수수색한 것만 봐도 조사본부가 할 만큼은 했다는 증거 아니냐”고 말했다. 조사본부가 의욕을 보이고 김관진 국방부 장관이 “한점 의혹 없이 수사한다”고 거듭 밝히면서 한때 안팎에서 ‘뭔가 나올 것’이란 기대 섞인 전망도 있었다.

하지만 조사본부가 사이버사 요원들의 댓글·트위터 정치개입 활동을 ‘개인 일탈로 보기 어렵다’는 판단을 내려놓고도 결국 최종 결정을 국방부 지휘부로 넘긴 것은 수사 주체로서의 한계를 드러낸 것 아니냐는 지적이 많다. 조사본부는 조직활동의 범주를 좁혀서 엄격하게 해석할지, 광범위하게 넓혀서 해석할지를 놓고 고심을 거듭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국방부의 한 관계자는 “조직적 활동의 범주를 특정 정당 후보를 지지하거나 비방해서 선거에 영향을 끼칠 만한 지시를 포함하고 있느냐로 엄격하게 볼지, 아니면 야당의 정책을 비판한 것까지 포함할지에 대한 판단의 문제가 남아 있다. 중간수사결과 발표를 앞두고 그런 부분을 조사본부에서 결정짓는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국민의 관심이 쏠린 사건인데도 중간수사결과 발표일도 조사본부가 정하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이번 사건의 핵심 쟁점인 조직활동의 범주를 조사본부가 판단하지 못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 아니냐”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조사본부 의견을 정책실에 전달했으니 군 지휘부에서 가부간에 결론을 내릴 것이다. 조사본부는 그에 따라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사본부 안에서도 강경한 의견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의 한 관계자는 “조사본부 수사관 40명이 한달 동안 90명을 수사하고 사령관 집무실까지 압수수색했다. 그래 놓고 ‘사이버사 요원들이 이러저러한 정치 댓글·트위터를 올렸지만 개인 차원에서 올린 것일 뿐’이라고 발표한다면 누가 믿어주겠느냐”며 “언론이 생각하는 것보다는 높은 수위를 발표하려고 방법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조사본부는 ‘조직활동성’을 판단하는 또다른 기준으로 지시의 의미만이 아니라 ‘지시에 따른 작업의 일관성’ 여부를 확인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 관계자는 “‘조직적 활동’에서 지시의 의미에 대한 해석은 군 지휘부에 맡기더라도 요원들의 구체적 실행 부분은 조사본부가 자체적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건 어느 정도 가닥이 잡힌 만큼 중간수사결과 발표에 담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조사본부는 “시간을 더 끌면 수사결과의 신뢰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중간수사결과 발표를 서둘러줄 것을 상층부에 건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개인 일탈로 보기 힘든 정황이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시간을 더 끌면 사건을 은폐하려 한다는 오해를 살 것으로 판단한 것 같다.

국방부 지휘부는 조사본부의 의견서를 두고 고심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국방부의 한 관계자는 “지휘부의 결론이 어떻든 간에 개인의 불법 행위인지 여부, 조직적 활동이었는지 여부, 국가정보원과의 연계성 여부 등은 중간수사결과 발표에 포함될 거다. 이후 판단은 군 검찰과 군 법원에서 이뤄지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조사본부가 나름대로 수사에 성의를 보였지만 가장 중요한 부분에 대한 판단을 지휘부에 넘긴 것을 두고선 비판적인 의견이 많다. 군 검찰부장 출신인 최강욱 변호사는 “국방부 장관의 지휘를 받는 조사본부가 처한 현실을 그대로 드러낸 것이다. 수사 주체는 수사에 책임을 질 의무가 있다. 수사를 해서 밝힐 게 있으면 밝히고 검찰에 송치하면 되는 거다. 사건의 실체를 밝히려면 특검으로 가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근용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은 “군 수사기관이 조직적 관여가 있었는지에 대한 판단조차 못한다면 그만큼 독립성이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하어영 정환봉 기자 ha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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