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부의 정치력 부재 쓴소리
서청원도 “야당에 인내 가져라”
서청원도 “야당에 인내 가져라”
새누리당 중진인 서청원·이재오 의원이 13일 당 지도부에게 야당에 대한 양보와 타협, 인내를 통한 정치의 복원을 공개적으로 촉구했다. 이 의원은 특히 최경환 원내대표를 앞에 두고 국가정보원과 검찰을 일방적으로 옹호하고, 청와대의 발언을 감싸기만 하는 새누리당의 태도를 지적하며, 국정원 개혁특위 설치 등 야당을 설득할 타협안을 제시하라고 주문했다.
5선인 이 의원은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여당은 정치개혁을 등진 정당처럼 되어버렸다. (박근혜 정부 출범) 1년 동안 정치를 국정원과 검찰이 다 했기 때문에 그렇다. 여당은 국정원과 검찰 뒷바라지하다가 볼일 다 봤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이어 “우리 당이 대야전략을 새롭게 짜서 성숙된 모습으로 야당에 접근해야지, 야당이 무엇을 하면 맨날 반대하고 싸우고, 국정원이나 검찰이 무엇을 내놓으면 그것을 옹호하고, 청와대가 한마디하면 그것 감싸기 바쁘고, 이렇게 해서는 우선은 넘어가지만 장기적으로 국민들은 여당을 똑같이 피곤하게 생각한다”며 “오히려 여당에게 정치력 부재에 대한 책임이 돌아올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또 국회 안에 개헌특위와 야당 의원을 위원장으로 하는 국정원 개혁특위를 구성할 것을 야당에 제안하자는 대안을 제시하며 “이렇게 무엇을 가지고 야당과 협상안을 내놓아야지, 그냥 야당의 특검 주장은 엉터리다, 야합연대라고 공격하기는 좋지만 국민들이 볼 때는 우리들의 주장이 공허하게 보이지 않겠는가”라고 물었다.
이 의원의 발언은 민주당이 국정원 등 국가기관의 대선개입에 대한 사과와 관련자 문책, 국정원 개혁특위 등을 요구하는 상황에서 정치력을 발휘하기보다는 대통령의 의중만 살피며 대야 공세의 수위를 더욱 높이는 최경환 원내대표 등 친박근혜계 중심의 당 지도부를 비판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의원은 비공개로 진행된 회의에서도 최 원내대표 등 원내 지도부가 국회 교착상태의 원인으로 ‘국회 선진화법’을 지목하며 헌법소원을 검토하고 있는 것을 두고 “헌법소원 얘기는 웬만하면 하지 말라”는 충고도 했다고 회의 참석자들이 전했다.
‘정치 복원’을 약속하며 10·30 재보선을 통해 원내에 진입한 서청원 의원(7선)도 새누리당이 공세를 멈추고 야당에 양보할 것을 주문했다. 서 의원은 같은 회의에서 “야당이 이런저런 이유를 들어 공격한다하더라도 인내를 가지고 정국을 풀어나가길 바란다. 우리 모두 답답하고 괴롭지만 지금 이 시점에서는 지도부에게 용기를, 그리고 지혜를!”이라며 “다 같이 정국을 풀어나가려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서 의원의 측근인 박종희 전 한나라당 의원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야당과 ‘갑을관계’로 지내지 말고 무조건 져주라는 뜻이다. 여당이기 때문에 겸손하게 져주고 무조건 야당의 말을 들어주라는 게 평소 서 의원의 소신”이라고 설명했다.
송채경화 기자 khsong@hani.co.kr
국회선진화법 논란, 정권의 무리수다 [한겨레캐스트 #1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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