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WTO 정부조달협정 개정안 국회 보고 없이 처리
지하철 운영-철도 건설 등 총망라…“비준 절차 위반” 지적
지하철 운영-철도 건설 등 총망라…“비준 절차 위반” 지적
세계무역기구(WTO) 정부조달협정(GPA) 의정서 개정안이 국회 보고 없이 지난 5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사실이 12일 뒤늦게 드러났다. 개정 의정서에 따르면, 철도시설의 건설 및 엔지니어링, 철도시설의 관리·감독 등의 문호가 정부 조달을 통해 외국자본에 개방된다.
앞서 박근혜 대통령은 4일 프랑스 기업인들과의 간담회에서 “도시철도 시장개방과 관련해서는 정부조달협정 비준을 준비하고 있으며, 그렇게 되면 도시철도 분야의 진입장벽도 개선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한 바 있다. 박 대통령의 발언이 나온 뒤, 초안 작성 1년여 만에 정부조달협정이 국무회의를 통과했고, 이제 대통령 재가 절차만 남겨두게 됐다.
정부가 의결한 정부조달협정 개정안은 일반철도 및 도시철도의 시설 건설 및 조달, 설계 등 엔지니어링 서비스, 감독 및 관리의 조달 계약을 공개 대상에 포함하고 있다. 도시철도(지하철) 운영과 지하철, 일반철도의 설계·건설·감독을 비롯해 시설의 유지·보수 등 철도 기간망의 거의 모든 내용을 망라하는 범위다. 이에 따라 세계무역기구 가입 국가는 우리 철도산업의 정부조달사업에 국내 기업과 똑같이 참여할 수 있게 됐다. 고속철도와 일반철도의 여객 및 화물 철도는 이번 개정 의정서에서 제외됐다.
정부조달협정 개정안은 철도 민영화를 통해 철도산업의 지분을 시장에 공개한 뒤, 외국자본이 참여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줬다는 의미를 갖는다. 외국자본이 정부 입찰에 참여해 철도 기간망 전 분야에 뛰어들 수 있게 된다는 뜻이다. 사회공공연구소의 박흥수 객원연구위원은 “공공성이 가장 높은 교통수단인 철도에 외국자본이 들어올 경우 어떤 부작용이 나타날지 쉽사리 예측하기 어렵다”며 “공기업인 코레일의 경쟁력이 약해지는 것은 물론이고, 시민들은 지하철 9호선 사례와 같이 요금 인상 등 불편을 겪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정부의 갑작스런 정부조달협정 개정 의정서 의결을 두고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국무회의 의결로 개정 의정서 비준을 코앞에 두고 있지만, 국회 동의·보고 등 절차를 거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야당은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를 통해 정부에 국회 비준 동의 절차를 거칠 것을 요구할 방침이다. 박원석 정의당 의원은 “국회에 일언반구도 없이 비준안을 통과시키는 것은 헌법 위반”이라고 말했다.
노현웅 기자 golok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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