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정치 정치일반

박 대통령 발언 하루 뒤 전방위 공세…당·정·청 ‘각본’ 있었나

등록 2013-11-01 22:41수정 2013-11-03 16:28

“전공노도 대선개입” 물귀신 작전

“공무원단체 중립 지켜야” 뒤
여당의원·장관 국감서 ‘군불’
이틀전에는 극우단체서 고발

원세훈 공소장 변경 허가 등
‘선거법 위반 유죄판결’ 대비
사전 준비작업 진행한 의혹
국정감사 마지막 날인 1일 새누리당이 전국공무원노동조합(전공노)과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의 ‘대선 개입’ 주장을 제기한 과정을 보면,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사건에 대응하기 위해 사전 시나리오를 준비한 것처럼 신속하고 조직적이라는 점이 눈에 띈다. 청와대와 정부 부처 등과 미리 교감을 한 듯한 정황도 엿보인다.

새누리당의 갑작스런 ‘전공노 불법선거’ 공세는, 전날 박근혜 대통령이 “공무원 단체나 개별 공무원이 정치적 중립을 위반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언급한 직후부터 터져나왔다. 박 대통령은 이와 함께, 그동안 야권이 사과와 책임자 문책을 요구해온 국가기관의 대선개입 사건을 사법부의 판단 뒤 엄정하게 처리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즉 박 대통령의 발언은 막대한 예산과 조직, 전문인력을 보유한 국정원과 국군 사이버사령부, 국가보훈처 등의 대선 개입 혐의가 속속 드러나는 상황에서 함께 나온 것인데도, 새누리당은 유독 ‘공무원 단체도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한다’는 대목만 쏙 빼서 ‘포문’을 연 것이다.

새누리당은 박 대통령의 발언을 계기로 개별 공무원의 댓글·트위터에 대한 본격적인 공세에 나섰지만, 사전 준비 작업은 여권 전체가 일찌감치 진행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박 대통령의 발언 이틀 전인 지난 29일, 자유청년연합 등 극우단체들은 ‘전공노가 지난해 대선에서 조직적으로 특정 후보를 지지했다’며 검찰에 고발장을 냈다. 이어 박 대통령의 ‘공무원 단체와 개별공무원 중립 준수’ 발언이 나왔고, 그날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 김진태 새누리당 의원은 전공노와 민주당의 불법선거 문제를 제기했다.

박 대통령 발언 하루 만인 1일에는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 등 원내지도부가 주재한 회의에서 전공노에 대한 수사를 촉구하는 발언이 이어졌다. 법무부·안전행정부 등 관련 부처 국정감사에서도 전공노 소속 공무원들에 대한 수사·조사를 촉구하는 질의가 집중됐다. 이에 황교안 법무부 장관과 유정복 안전행정부 장관은 “조치하겠다”며 여당의 촉구에 화답하면서, 정부 차원의 실제 조사 및 처벌에 나설 가능성까지 열어뒀다. 31일 박 대통령의 발언이 나오기 전부터 청와대 내부에서는 “국정원 외에 다른 공무원들도 댓글을 달지 않았느냐”, “개별 공무원의 선거범죄 사례는 많다”며 이런 분위기에 ‘군불’을 지피기도 했다.

청와대는 박 대통령의 공무원 중립 발언이 새누리당과 사전 교감을 통해 나온 게 아니라고 부인하면서도, 새누리당의 문제제기는 충분히 있을 수 있는 게 아니냐는 태도다. 청와대 관계자는 “새누리당과 미리 논의한 일은 없는 것으로 안다. 다만 새누리당 내부에서 전공노나 전교조의 선거개입에 대한 문제의식은 오래전부터 있어왔고, 이참에 그 부분도 확실히 짚고 넘어가려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다만 이 관계자도 “(새누리의 문제제기가) 오래가지는 않을 것 같다”며 국정원 사건에 대한 대응책 성격이 있다는 점은 인정했다.

새누리당이 공세에 나선 시점이 이른바 ‘윤석열 수사팀’의 공소장 변경 신청을 법원이 받아들인 직후라는 점도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법원이 추가 증거를 받아들이면서 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한 유죄 심증을 굳혔다고 보고, ‘유죄판결 후폭풍’에 대비하기 위해 청와대와 새누리당, 정부가 조직적 물타기를 시작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석진환 김남일 기자 soulfat@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정치 많이 보는 기사

“대왕고래 아닌 대왕구라였다”… 국정 브리핑 1호의 몰락 [영상] 1.

“대왕고래 아닌 대왕구라였다”… 국정 브리핑 1호의 몰락 [영상]

“대통령이 사기 친 것처럼 발표”…차관 질책한 권성동 2.

“대통령이 사기 친 것처럼 발표”…차관 질책한 권성동

[영상] 1분15초 만에 들통난 윤석열 ‘거짓말 영상’, 실소 터진 민주당 3.

[영상] 1분15초 만에 들통난 윤석열 ‘거짓말 영상’, 실소 터진 민주당

“첫 시추 성공 거의 없어”…대왕고래 계속 파보자는 대통령실 4.

“첫 시추 성공 거의 없어”…대왕고래 계속 파보자는 대통령실

“부당 지시 왜 따랐냐 묻는 윤석열, 사람 바닥 보는 듯” 5.

“부당 지시 왜 따랐냐 묻는 윤석열, 사람 바닥 보는 듯”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