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유영익 국사편찬위원장, 박승춘 국가보훈처장
국회 국정감사가 1일로 막을 내린 가운데, ‘문제적 국감 스타’로 떠오른 박승춘 국가보훈처장과 유영익 국사편찬위원장의 답변 태도가 극과 극으로 대조를 이뤄 화제가 되고 있다. 박승춘 처장은 의원들의 추궁에 ‘배째라’ 식 강공으로 대응한 반면, 유영익 위원장은 ‘오리발 내밀기’로 일관해 빈축을 샀다.
박승춘 처장은 31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감에서 대선이 끝난 직후인 2013년 1월 호국보훈안보단체연합회 신년교례회에서 발언한 ‘보훈처가 국내 이념 대결에서 승리를 선도했다’는 자신의 강연 내용이 드러나자, 막무가내식 태도를 보이기 시작했다.
이날 강기정 의원(민주당)이 ‘보훈처가 이념 대결을 하는 조직인가’라고 묻자 박 처장은 “이념 대결에서 승리할 수 있는 업무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답변했다. 강 의원이 이어 “동영상에서 보듯 실질적인 선거 개입을 하고도 거짓말을 하고 있으니 책임져야 한다”고 말하자, 박 처장은 “제가 거짓말하는지 강 의원이 그런 주장을 하는진 국민이 판단할 것”이라고 응수했다. 이런 태도에 대해 새누리당의 김정훈 정무위원장도 “여기가 선거 유세장도 아닌데 ‘국민이 판단할 것’이라고 말하면 곤란하다. 애매한 정치적 답변을 하지 말라”고 주의를 주기도 했다. 조원진 의원(새누리당)도 “내용의 문제가 아니라 답변 태도가 심각하네요. 여기 국회의원들은 국민의 대표입니다. 여야 의원을 설득하지 못하고 우리는 핫바지입니까? 국민이 뭘 판단하라는 것입니까?”라고 꾸짖었다.
박 처장이 처음부터 이렇게 ‘속내’를 솔직하게 대답한 것은 아니다. 민주당 의원들이 지난달 28일 국감에서 보훈처가 박정희 독재 미화, 민주화운동 폄훼 등의 내용이 담겨 있는 DVD를 지난해 배포하며 보수 편향 안보 교육을 실시했다는 의혹을 제기하자, “(교육은) 안보강사들이 개인적인 생각으로 한 것”이라며 눙을 친 바 있다. 의원들의 추궁으로 궁지에 몰리자, 며칠 뒤 ‘정면 승부’를 한 것 아니냐는 풀이가 가능하다. 3성 장군 출신으로 2011년 2월 이명박 정부에서 보훈처장에 임명된 박 처장은 박근혜 대통령 취임 직후 장차관급 인사가 대폭 교체되는 와중에도 자리를 지켜 주위를 놀라게 했다. 또한 박 대통령 취임 뒤 ‘님을 위한 행진곡’을 “특정 단체와 세력이 애국가 대신 부르는 노래”라며 5·18 기념식에서 부르지 못하게 하는 등 계속해서 정치적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이에 비해 지난 9월 임명된 유영익 국사편찬위원장은 아들 병역 문제 등과 관련해 거짓말 행진을 계속하며 의원들과 숨바꼭질을 벌였다. 유 위원장은 아들의 미국 국적 취득과 병역 기피 의혹에 대해 “한국어를 못하고 취직도 안 돼 미국으로 나갔다”고 해명했지만, 한국콘텐츠진흥원 미국 지사 입사 때 이력서에 스스로 “한국어에 유창하다”고 적은 것으로 지난달 20일 드러났다.
유 위원장은 또 지난달 4일 열린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교문위) 정기회의 자리에서는 자신이 한동대에 석좌교수로 있던 2008년 수업시간에 뉴라이트 단체인 교과서포럼이 발간한 <대안교과서 한국 근현대사>를 사용한 적이 없다고 발언했지만, 학생들의 제보로 위증임이 드러났다.
심지어 31일 배재정 의원(민주당)이 그동안 국감장에서 보인 유 위원장의 과거 발언을 담은 동영상을 국감장에서 틀은 뒤 소감을 묻자, 유 위원장은 “동영상을 트는 동안 딴 생각을 하고 있어서 못 봤다”고 황당한 답변을 내놓기도 했다. 유 위원장의 답변에 배 의원은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유 위원장 역시, 지난달 15일 새벽까지 진행된 교문위 국정감사에서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햇볕정책은 친북이고, 미국에 당당해야 한다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발언은 반미’라고 강변하며, ‘진심’을 드러낸 바 있다. 정치적인 사안에 대해선 공격적으로, 사생활 치부에 대해선 ‘오리발 내밀기’로 대응한 셈이다.
그는 교과서포럼 고문으로 대안교과서 출판에 관여하는 등 역사 왜곡에 앞장선 뉴라이트 세력과 행보를 같이해왔으며, 이승만 전 대통령을 ‘아시아의 콘스탄티누스 대제’라고 찬양해온 극단적인 ‘이승만주의자’다.
온라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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