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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대선 패배 때 깨끗이 승복했다?…노무현 당선되자 당선 무효소송

등록 2013-10-24 20:06수정 2013-10-25 19:28

김기현 새누리당 정책위의장(가운데)이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 대선평가 보고서’를 인용한 손팻말을 보이며 발언을 하다 참석자들과 함께 웃고 있다. 김경호 기자 jijae@hani.co.kr
김기현 새누리당 정책위의장(가운데)이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 대선평가 보고서’를 인용한 손팻말을 보이며 발언을 하다 참석자들과 함께 웃고 있다. 김경호 기자 jijae@hani.co.kr
새누리 ‘대선 개입’ 물타기 주장 검증
 
“문제글 트위트의 0.02% 불과”
일반인도 허위유포·비방땐 처벌 

“공무원 개인의 의사표현이다”
정치적 중립의무 위반한 것
 
“대선 패배때 깨끗이 승복했다”
2002년 당선무효소송 제기해
MB정부 일이라 관계없다?…수사 ‘외압’은 현정부 책임

국가정보원과 국군사이버사령부·국가보훈처 등 주요 국가기관의 조직적인 대선 개입 의혹이 드러나고 있는데도, 새누리당은 야권이 별 것 아닌 일, 지금의 정부와는 무관한 사안을 침소봉대한다는 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그러나 새누리당의 주장을 조목조목 따져보면, 지난 대선 당시 벌어진 이들 기관의 행위가 ‘불법 관권 선거운동’에 해당한다는 점이 뚜렷이 드러난다.

■ 0.02%라 문제 없다?…단 1건이라도 불법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국정원이 대선에 개입했다는 5만5천여건의 트위트는 4개월 동안 생산된 트위트의 0.02%에 불과하다. 그런 미미한 양으로 대선 결과가 바뀌지 않는다”고 했다. 새누리당은 그동안 검찰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적용한 국정원 직원의 인터넷 게시글이 73건에 불과하다며 “조직적인 대선 개입이 아니다”고 주장해 왔다. 혐의 내용이 800배 늘어나자 이번엔 트위트 생산량을 거론하며 ‘비율 물타기’에 들어간 것이다.

새누리당의 이런 주장은 국가기관과 공무원의 지위를 이용한 불법 선거운동은 그 양에 상관 없이 단 한 건이라도 무겁게 처벌받는 현실을 외면한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헌법재판소 결정에 따라 지난해 1월부터 트위터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포함한 인터넷 선거운동이 전면허용됐지만, ‘어느 후보를 좋아한다’는 식의 일반적 의견이 아닌 허위사실 유포나 비방은 일반인들도 처벌을 받는다. 지난해 대선 기간에는 허위사실 공표·비방 등 사이버 선거법위반 행위로 4012건이 삭제됐고 9건에 대해서는 고발, 20건은 수사의뢰가 이뤄졌다. 실제 국정원이 생산한 트위트 내용보다 한참 떨어지는 내용을 게재·유포한 혐의로 기소된 이들에게 징역1년(집행유예 2년)이나 벌금 250만원 등이 확정됐다.

■ 야당 지지하는 공무원도 있을 것?…업무 관련성이 더 중요 청와대와 새누리당은 ‘야당 지지하는 공무원들도 지난 대선에서 인터넷 댓글을 달았을 것’이라며, 국정원과 군에서 벌인 ‘친여반야’ 활동을 ‘여당 지지 공무원들의 개인적 의사표현’ 쯤으로 몰아가고 있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안 찾아서 그렇지 일일이 뒤지면 문재인 후보를 지지하는 인터넷 댓글이나 트위트를 한 공무원도 부지기수일 것”이라고 했다. 김태흠 새누리당 원내대변인은 <시비에스(CBS)>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공무원들 전체를 조사해 보라. 댓글 달고 리트위트하는 사람이 얼마나 많겠냐. 불법이 있으면 처벌하고 대책을 세우면 된다”고 했다.

이를 두고 전체 공직사회의 기강을 다잡아야 할 청와대까지 ‘국가기관이 조직적으로 했는지 안 했는지 아직 결론이 나지 않았다’는 식으로 접근하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또 헌법에서 규정한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성을 지나치게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이종수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교사 등 공무원 개인이 정부를 비판하는 발언만 해도 해임·파면으로 엄벌해 왔던 정권과 정당에서 아이러니하게도 갑자기 공무원의 정치적 표현을 옹호하는 듯한 상황이 됐다”고 꼬집었다.

■ 새누리는 대선 승복?…2002년 대선무효소송 제기 새누리당은 민주당이 민주주의 원칙을 무시한 채 ‘대선 불복’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공격하며, 자신들은 과거 대선에서 패배했을 때 깨끗하게 승복했다고 주장한다. 당 사무총장 출신인 서병수 의원은 당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2002년 대선 당시 집권 세력 일부와 검찰이 김대업을 앞세운 병풍 공작정치를 해서 우리 후보가 57만여표 차이로 대통령에 당선되지 못했을 때도 우리는 그 결과를 존중했다”며 “108만표 넘게 패배했는데도 1년이 다 되도록 결과에 승복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민주주의를 말할 수 있느냐”고 말했다.

하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새누리당의 전신인 한나라당은 2002년 대선 직후인 그해 12월24일 “전자개표 과정에 대한 각종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며 중앙선관위원장을 상대로 대선 당선무효소송을 대법원에 제기한 바 있다. 근거도 불분명한 전자개표기 오작동 논란을 문제삼아 선거가 끝난 지 5일 만에 대놓고 ‘대선 볼복’ 투쟁에 나선 것이다. 이런 탓에 당시 당내 소장파 의원들이 지도부의 비상식적인 ‘대선 불복’ 움직임에 정면 반발하면서 당이 분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 이명박 정권 일이어서 책임없다?…수사 ‘외압’ 의혹은 현 정권 책임 새누리당은 “국정원과 군의 조직적인 대선 개입 사건과 관련해 박근혜 대통령이 사과와 책임있는 조처를 해야 한다”는 민주당의 요구에 대해, “과거 정권에서 벌어진 일이기 때문에 박 대통령이 책임질 사안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새누리당 안에선 “도대체 뭘 사과하라는 건지 모르겠다”는 얘기도 공공연히 나온다. 청와대가 침묵을 지키고 있는 것도 이런 인식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국가 권력기관의 불법 대선개입 행위가 분명하게 드러난 만큼, 현재 이들 기관을 책임지고 있는 현직 대통령이 포괄적인 유감을 표명하고 재발 방지를 위한 분명한 조처를 취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는 게 정치권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더욱이 국정감사에서 법무부와 검찰 수뇌부가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 수사팀에 ‘외압’을 행사했다는 구체적인 증언까지 나온 마당이어서, 더 이상 과거 정권의 일탈 행위로 치부할 수 만은 없게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수헌 김남일 기자 minerva@hani.co.kr

[시사게이트] 박근혜 ‘댓통령’ 만든 ‘댓글 공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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