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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가시방석’ 김관진, ‘배째라’ 남재준

등록 2013-10-23 20:55수정 2013-10-24 20:31

김관진 국방장관(왼쪽)과 남재준 국가정보원장
김관진 국방장관(왼쪽)과 남재준 국가정보원장
대선 개입 의혹 군·국정원 두 수장 다른 태도 눈길
국가정보원에 이어 국군 사이버사령부도 지난 대선 때의 개입 의혹에 휘말리면서 이들 기관의 책임자인 김관진 국방부 장관과 남재준 국정원장에 눈길이 쏠리고 있다. 김 장관은 군 사이버사에서 대선 개입 의혹 사건이 벌어진 지난해에도 이 조직을 관할하는 장관이었다는 점에서 상당한 부담을 안고 있다. 반면, 남 원장은 국정원의 대선 개입 의혹 사건이 자신의 임기 전에 일어난 일이어서 “책임질 이유가 없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김 장관은 국회 국정감사 첫 날인 지난 14일 군 사이버사의 활동과 관련해 “북한이 대한민국 정부의 실체를 부정하고 선전·모략·선동하기 때문에 그에 대응하기 위한 수단”이라며 “국내 정치에 개입한 일이 없다”고 답변했다. 그러나 다음날부터 군 사이버사의 대선 개입 의혹이 <한겨레> 등 언론과 국회의원들에게서 쏟아져나왔다. 이와 관련해 김 장관은 두 차례나 직접 “진상을 밝히겠다”고 언론에 공언했고, 22일 1차 조사 결과 발표하기도 했다.

김 장관은 현재 막다른 골목에 몰린 형국이다. 가장 큰 의문은 이번 사건이 언론에 보도되기 전까지 과연 김 장관이 군 사이버사의 이런 활동을 몰랐을까 하는 것이다. 지난해 총선과 대선은 모두 김 장관이 재임했던 시절이기 때문이다. 만약 김 장관은 이번 사태를 사전에 몰랐다면 ‘무능하다’는 이야길 들을 수 있고, 사전에 알았다면 ‘불법’을 방조한 일이 되기 때문이다.

김 장관의 이런 곤란한 사정 때문인지 국방부의 진상 조사 결과는 언론의 보도를 따라가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22일 발표된 국방부의 합동조사본부의 1차 조사 결과는 그때까지 언론사들이 보도한 내용에서 한치도 나아가지 못했다. 국방부가 대선 개입 혐의를 받고 있다고 발표한 4명의 군 사이버사 요원은 모두 <한겨레>에서 찾아내 보도한 요원들이었다. 더욱이 다음날 23일 <한겨레>는 그보다 9명이나 많은 13명이 개입됐다고 보도했고, 국회 국방위 김광진 의원도 이 사건에 개입한 2명의 군 사이버사 요원을 추가로 공개했다.

김 장관이 군 사이버사의 이런 불법적 활동을 몰랐을 리 없다는 합리적 의심 또한 어느 정도 설득력이 있다. 군의 한 관계자는 “군 사이버사는 장관의 직할 부대이고 그 활동이 주로 인터넷 영역이어서 그 활동을 주기적으로 점검한다”고 말했다. 상명하복의 군 특성이나 직할 부대라는 점에서 볼 때 군 사이버사 요원들의 대선 개입 의혹 활동이 조직적으로 이뤄졌다면 국방부 장관이 몰랐을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이 사건으로 두 정부에 걸쳐 3년 가까이 장관을 지낸 그의 ‘타고난 관운’이 시험대에 올랐다.

남재준 국가정보원장은 그동안 국정원의 대선 개입 의혹 사건에 대해 자신은 책임이 없다는 입장이다. 국정원의 대선 개입 의혹 사건이 모두 원세훈 전 원장 시절에 일어났기 때문이다. 남 원장은 지난 8일 국회 정보위원회에 출석해 “전임 원장이 한 일이어서 책임감을 느끼지 않고, (내가) 사퇴할 이유도 없다”고 밝혔다. 비록 전임 원장 때 일어난 일이라도 현 원장이 사과할 필요는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대법원의 재판 결과에 따라 할 일이(이유가) 있으면 사과를 할 것”이라며 거부했다.

하지만 남 원장은 이번 사건의 수사와 관련해 점점 더 이 사건 속으로 얽혀들고 있다. 특히 지난 21일 서울고검 국정감사에서 남 원장이 ‘대선 개입’ 혐의로 체포된 국정원 직원들에게 “진술을 하지 말라”고 종용했다는 증언이 나왔기 때문이다. 남 원장의 수사 방해가 단순한 방어권 행사를 넘어 직권 남용에 해당한다는 지적까지 나왔다. 남 원장은 자신의 지시가 “국정원법에 따른 정당한 절차”라는 입장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국정원의 한 관계자는 “검찰의 국정원 요원에 대한 체포 과정에 중대한 하자가 있고, 진술과 관련해 사전 승인을 받지 않은 것에 대해 공문을 보내 이의를 제기했을 뿐이다. 진술을 거부하라고 지시한 게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남 원장은 국정원 요원들이 올린 트위트 글 5만5천건에 대해서도 “법정에서 진실을 밝히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어영 김수헌 기자 ha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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