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30 재보궐선거 경기 화성갑 새누리당 후보로 공천이 확정된 서청원 전 한나라당 대표(가운데)가 4일 오전 국회 정론관을 찾아 기자들과 인사를 나눈 뒤 질문에 답하고 있다. 김경호 기자 jijae@hani.co.kr
대변인 등에 공지 않고 ‘비밀회의’
박민식 의원 “고무줄 공천에 우려”
낙천 김성회 전 의원 “참담한 심정”
박민식 의원 “고무줄 공천에 우려”
낙천 김성회 전 의원 “참담한 심정”
새누리당은 4일 10·30 재보궐선거 경기 화성갑에 서청원 전 한나라당 대표를 공천하기로 최종 결정한 최고위원회의를 당대표 비서실장과 당 대변인들에게도 제대로 공지가 안 될 정도로 은밀하게 진행했다. 새누리당 안팎에선 불법 정치자금 수수 등 ‘4대 범죄자 공천배제’를 공언했던 당이 2008년 친박연대 비례대표 공천을 대가로 특별당비를 받는 등 두 차례나 정치자금법을 위반한 서 전 대표를 공천한 것에 대한 당내 반발과 잡음을 피하기 위해 ‘비밀 최고위’를 열었다는 비판이 나온다.
유일호 새누리당 대변인은 최고위 뒤 브리핑을 통해 “서청원 신청자가 지역주민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는 후보이자 지역민심에 가장 근접한 후보로, 당선가능성도 가장 유력한 후보로 판단해 후보자로 추천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유 대변인은 “만장일치였다”며 “(최고위원들이)김성회 후보가 반발할 수 있지 않느냐는 걱정은 좀 했는데, 당의 단합된 모습 보이기 위해서라도 같이 동참할 수 있도록 화성 지역에 잘 하자, 이런 말이 나왔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날 최고위는 의결권이 있는 당대표와 원내대표, 최고위원 등 최소한의 인원에게만 3일 밤 늦게 공지가 내려가는 등 은밀하게 추진됐다. 의결권은 없으나 통상 최고위에 참석하는 당대표 비서실장, 대변인 등에게는 전날 오후 7시께 (내일)최고위가 취소됐다는 문자만 전달됐을 뿐 이후 일정에 대한 공지는 전혀 없었다. 여상규 대표 비서실장은 최고위가 끝난 11시께 회의장에 도착해 제대로 공지가 이뤄지지 못한 것에 대해 화를 낸 것으로 전해졌다. 평소 국회의 대표최고위원실에서 열리던 회의 장소도 평일에 거의 기자들이 찾지 않는 여의도 새누리당 당사로 옮겼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그냥 조용히 끝내려고 했을 여지가 충분히 있다”고 지적했다. 당내 반발과 언론의 감시를 피해 서 전 대표 공천을 최종 확정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당내에서는 서 전 대표의 공천 결정에 대한 우려 목소리가 계속 흘러나오고 있다. 박민식 의원은 이날 오전 <평화방송> 라디오에 출연해 “(공천 기준을) 어떤 사람한테는 엄격하게 적용하고, 어떤 사람한테는 고무줄처럼 적용한다면 차후 내년도 지방선거에서 비슷한 사람들이 ‘나는 왜 안 주느냐’고 할 때 어떻게 대답을 할 수 있을 것인지 심히 걱정된다”며 “(당내 논란의) 추이를 보면서 뜻을 같이 하는 부원들과 동지를 모아 나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박민식 의원과 함께 1일 서 전 대표 공천 반대 기자회견을 한 조해진 의원은 “이미 결정된 상황에서 흡집내기는 힘들지 않겠느냐”면서도 “그러나 이 문제는 이후에라도 분명히 다시 논의가 될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새누리당 재선 의원도 “선거 결과가 나쁘면 사무총장은 물론 당지도부가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했다.
낙천한 김성회 전 한나라당 의원도 보도자료를 내어 “당의 결정에 당혹스럽고 놀랐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참담한 심정”이라며 “화성시민들과 상의해서 차후 저의 거취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송채경화 기자 kh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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