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우편향 논란을 빚고 있는 교학사 한국사 교과서의 주저자 이명희 공주대 교수(맨 왼쪽)가 11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새누리당 근현대 역사교실’ 모임에 강사로 참석해 연단으로 나가다 태극기를 보며 가슴에 손을 얹고 있다. 이 모임을 만들어 이 교수를 초청한 김무성 의원(맨 앞줄 앉은 이)이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뉴스1
김무성 의원, 이명희 교수 초청…의원 50여명 참석
‘좌파 척결’ 주장에 “노량진 강사들 다 좌파” 맞장구
‘좌파 척결’ 주장에 “노량진 강사들 다 좌파” 맞장구
“현재 좌파 진영이 교육계와 언론계의 70%, 예술계의 80%, 출판계의 90%, 학계의 60%, 연예계의 70%를 각각 장악하고 있다. 이 부분을 자각해서 대처하지 않으면 자신도 모르게 저쪽(좌파)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큰 게 우리 사회다.”
친일·왜곡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뉴라이트 성향의 고교 한국사 교과서(교학사) 주저자인 이명희 공주대 교수는 11일 국회 의원회관 소회의실에서 새누리당 의원 50여명을 상대로 이런 매카시즘적 논리를 동원해 우파적 역사교육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이 교수의 특강은 새누리당의 차기 당권 주자로 거론되는 김무성 의원이 마련했다. 최근 ‘새누리당 근현대 역사교실’이라는 모임을 조직한 김 의원은 이날 교학사 교과서의 친일·왜곡 논란과 관련해 “그러한 지적과 비판도 교과서를 만든 사람을 실망시키기보다 많은 자각이 될 것으로 생각하고, 특히 친일사관에 의한 교과서라는 지적에 대해 이 교수가 말씀해 달라”며 이 교수에게 항변 기회를 줬다. 특히 김 의원은 “어떤 잘못된 교과서는 학생들에게 북침과 남침을 혼란스럽게 만들고, 중공군을 아군처럼 표현”했다며 이른바 ‘좌파 교과서’를 겨냥해 색깔 공세를 펴기도 했다.
하지만 이 교수는 특강에서 자신이 쓴 교과서의 오류 논란에 대해서는 해명하지 않은 채 “(한국 문화의 헤게모니를 좌파가 잠식한) 현 국면 유지 시, 10년 내에 (좌파에 의해) 한국 사회의 구조적 전복이 가능하다”며 의원들을 상대로 좌파 척결과 우파 교육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이 교수는 특히 자신이 저술한 교과서에 대한 학계의 비판을 “교학사 교과서 (채택률을) 1~2%로 낮추려는 것이다. 역사교과서 전쟁을 통해 좌파 혁명세력의 문화 헤게모니를 장악·유지하기 위한 전략”이라고 주장하며 “집권 여당이 (역사에 대한) 국민 혼란을 수습하기 위한 기구를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이어 “무엇보다 새누리당이 당원 교육을 해야 한다. 민정당 시절(에는) 당원을 교육하고 공통인식을 가지고 네트워크가 형성됐다”며 “이것을 통해 대한민국의 중심세력을 재생산·재충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강이 끝나자 새누리당 의원들 사이에서 우레와 같은 박수가 쏟아졌고, 대부분의 참석 의원들이 이 교수의 특강 내용에 동의를 표했다. 이노근 의원은 “노량진 학원가 학원강사들이 다 좌파”라고 거들었고, 박인숙 의원은 “교수님 같은 분이 집중 교육해서 (좌파를) 내보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대동 의원도 “바른 역사인식을 통해서 우리나라와 사회를 바른길로 이끌어야 된다는 뜻은 충분히 공감 간다”고 했다.
일부 참석자들은 해당 교과서 내용에 이의를 제기하기도 했다. 유수택 최고위원은 특강 뒤 질의에서 “이번 교학사 교과서에는 광주 민주화운동의 정신적 배경을 전혀 기술하지 않음으로써 광주시민들이 섭섭하게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교육계 전문가들은 이런 모임에 우려를 나타냈다. 조상식 동국대 교수(교육철학)는 “가치의 균형을 세워야 하는 건 맞지만, 항일·민주화운동을 부정하는 것은 위험하고 올바르지 않다”며 “근현대 역사교실은 잘못된 모임이다. 정치권이 소모적인 이념적 갈등을 벌일 게 아니라, 독일의 ‘보이텔스바흐 협약’처럼 민주화와 근대화의 공을 모두 인정하는 사회적 대타협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송채경화 기자 kh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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