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정치 정치일반

반환점 돈 노무현 정권 - ‘소통’ 어려운 대통령

등록 2005-08-24 21:06수정 2006-02-07 17:56

당과도…국민과도…“말이 안 통한다”
당과도…국민과도…“말이 안 통한다”
당과도…국민과도…“말이 안 통한다”

노무현 대통령이 지난 23일 지방언론사 편집국장단 간담회에서 쏟아낸 말은 원고지로 200장을 훌쩍 넘겼다. 책 한 권 분량이다. 그런데도 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국정을 수행하면서 제일 어려웠던 점은 내 생각과 다르게 국민들에게 전달되는 것”이라고 ‘소통의 어려움’을 호소했다.

근본주의적 문제의식 참모들도 제어못해
‘나홀로’ 판단·결정…“당과 상시적 소통기구 필요”

노 대통령만 ‘소통 부재’를 느끼는 것은 아니다. 열린우리당의 한 핵심관계자는 “대통령이 도대체 고집을 꺾지 않는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현안에 대해 몇차례 거듭 건의를 해도 듣지를 않는다는 것이다. “뭘 하려면 제발 당쪽 이야기 좀 듣고 해라”고 조언했다가 대통령으로부터 된통 ‘퉁박’을 맞거나, 아예 접촉이 끊어진 인사들도 몇 있다. 이 때문인지, 대연정론 등 대통령의 요즘 발언에 대해서도 여당 의원들의 분위기는 그리 적극적이지 않다.

왜 이렇게 됐을까? 왜 노 대통령은 자신의 표현대로 “돛단배처럼 홀로 떠있는 신세”가 됐을까?

노 대통령의 근본문제는 근본주의?=열린우리당의 한 의원은 노 대통령의 8·15 경축사에 대해, “처음부터 끝까지 과거사 청산을 말하는 것을 들으며 ‘정말로 집요한 분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청와대쪽은 이를 두고 “노 대통령이 근본주의자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윤태영 부속실장은 “대통령의 고민은 근본에 맞닿아 있고, 문제의식을 끊임없이 되새김질해온 것”이라고 말했다.

근본주의의 치명적인 약점은 대중과의 호흡에서 드러난다. 국민적 공감을 얻지 못하면, ‘무능’이나 ‘무책임’이라는 비판을 받게 된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국민보다 반 발짝만 앞서라”고 끊임없이 주문한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노 대통령이 이런 주문을 받아들일 것 같지는 않다. 한 참모는 “김 전 대통령이 그렇게 조심스럽게 정국을 운영해왔지만, 우리 사회의 근본적인 틀을 바꾸지는 못했다는 것이 노 대통령의 판단”이라며 “젊은 대통령이니 ‘모 아니면 도’ 식의 승부를 걸어보고 싶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이 앞장서 달리다보니 청와대 참모들도 제동을 걸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386 출신의 한 참모는 “말리려고 해도 대통령이 ‘옛날에 너희들이 하자던 대로 하고 있는 것 아니냐’고 말해, 더이상 할 말이 없어진다”고 말했다. 반면, 관료 출신의 한 참모는 “적지 않은 참모들에게 지난 2년반은 대통령을 이해하는 ‘학습기간’이었다”고 말했다. 참모들이 ‘아니오’를 말하지 못하는 두가지 다른 이유다.

“대통령의 권한과 책임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것 아닌가?”=노 대통령은 자신의 역할을 ‘발제자’로 자리매김하는 듯하다. 그 자신이 최근 한 말을 종합하면, 우리 사회의 문제점과 다가오는 위험요소를 지적하고 정치권과 시민사회, 학계 등에 그 해결을 호소하는 구실이다.

이를 두고 조용현 인제대 교수는 “법이 정해준 한계 안에서 대통령의 권한을 정확하게 행사하는 것”이라고 옹호했다. 하지만, 정치권 안팎의 상당수 의견은 그 반대쪽이다.

열린우리당의 한 의원은 서울대 입시안을 놓고 노 대통령과 정운찬 서울대 총장이 대결하는 모양새를 빚었던 사례에 이맛살을 찌푸렸다. 그는 “우리들이 나서도 충분할 일인데, 대통령이 직접 나서면서 양쪽 모두 운신의 폭이 좁아졌고, 갈등의 골이 더 깊이 패였다”고 말했다. 대통령이 직접 나선 ‘약효’에 대해서는 청와대의 담당 비서관도 “더 두고 보자”며 평가를 유보했다.

열린우리당 안에서 대통령의 ‘대국민 직접 정치’에 우려를 표시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도 이 때문이다. 우원식 의원은 대통령이 논쟁적인 사안에 나서는 시점을 잘 따져 ‘최후의 통합자’로서 국민적 권위를 회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통령에 대한 조직적 보좌 기능의 부재를 지적하는 이들도 많다. 노 대통령은 지난달 대연정론을 제기할 때, 주로 자신과 고락을 오래 함께 해온 청와대의 몇몇 젊은 참모들과 의논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의견이나 반론을 듣기는 힘든 상황이다. 청와대 참모들도 자주 “대통령의 정치적 판단이 가장 뛰어난데, 무슨 정무적 보좌가 필요하냐”고 말한다. 노 대통령은 8·15 경축사 초안도 직접 썼다. 참모들은 연설 전날에야 겨우 한차례 독회를 가졌다고 한다.

145명의 의원이 소속된 열린우리당의 실질적 지도자이자 정부와 청와대의 거대한 조직을 거느린 국가원수가 사실상 ‘나 홀로’ 정치적 판단과 결정을 한다는 얘기다. 달리 말하면, 대통령으로서의 권한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다는 말도 된다.

앞으로 2년반, 그 대안은?=노 대통령이 지금까지 해오던 방식을 거둬들일 것 같지는 않다. 오히려 최근의 말들을 곱씹어보면 더욱 자신의 ‘원칙’에 충실하려는 자세를 보이고 있다. 유시민 열린우리당 의원은 “우리 국민들 사이에 형성된 일반적인 대통령상과 노 대통령은 너무 다르고, 이를 연결하고 올바로 해석해줘야 할 매개체가 없는 것도 현실”이라고 말했다.

대책은 무엇일까? 당장의 과제로는 여당과의 소통 강화와 청와대의 메시지 관리를 주문하는 이들이 많다.

열린우리당의 한 재선의원은 청와대와 당 사이에 ‘전략적 단위’를 형성할 필요성을 제기했다. 당 지도부와의 협력관계로는 부족한 만큼, 우선 당내 여론형성의 고리 구실을 하는 몇몇 의원들과 상시적인 통로를 만들어야 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또 우원식 의원은 앞으로 2년반 동안 참여정부가 우리사회에 던질 과제들을 미리 정교하게 작성해 둘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다른 의원은 “아무리 옳은 말이라도 국민들이 이를 받아들일 수 있는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며 “말을 해야 할 계기와 매개를 잘 선택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김의겸 기자 kyummy@hani.co.kr


“우리의 목표 계속 밀고 싶어…슈뢰더·고이즈미 의회해산 부럽다”

노 대통령 밝혀

노무현 대통령이 24일 출입기자들과 점심을 함께 하며, ‘중단없는 개혁’에 대한 의지를 내비쳤다.

노 대통령은 참여정부가 반환점을 도는 데 대해 “제 인생으로 보면 반환점이라고 말할 수 있지만, 제 목표로 보면 돌아서기 싫고, 내려가기 싫다”며 “자리야 내려가도 좋지만, 우리가 축구하던 목표는 돌아서기 싫고 계속해서 마지막 그날까지 더 좋은 사회를 위해, 보다 나아진 내일을 위해서 계속 밀고 가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또 지난 2년반에 대한 평가와 관련해 “많은 사람이 많은 잣대를 가지고 평가하지만 정부가 이 시대의 과제에 충실했는가, 시대의 흐름에 순행했는가 또는 역행했는가 하는 것이 첫번째 평가의 대상이 돼야 한다”고 말해, 여전한 자긍심을 드러냈다.

그는 특히 슈뢰더 독일 총리와 고이즈미 일본 총리의 의회 해산이 부럽다고 말했다. 그는 “슈뢰더 총리가 다시 총선에 들어간 것은, 내가 이 일을 할 수 없으면 여기에 앉아있을 가치가 없다고 생각하고 마감을 하려는 것이고, 또 하나는 정권을 바꾸어서라도 개혁은 해야 되겠다는 메시지를 국민들에게 강하게 던진 것”이라며 “고이즈미 총리도 우정사업개혁을 성공하지 못하면 내각의 존재가치가 없다고 선언한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는 이어 “(두 총리를)보면 참 부럽다”며 “대한민국 대통령은 당을 걸고 승부를 할 수도 없고, 자기 자리를 걸고 승부를 할 수 있는 제도가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명색이 대통령이라는 사람이 무책임하게 사표만 낸다고 이 문제가 해결되는 것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의겸 기자

노무현 대통령 주요발언록

 ◇ 2003년

 △이쯤 되면 막가자는 거죠(3월9일, 검사와의 대화 중 한 검사가 ‘대통령도 취임 전에 청탁전화를 했다’고 따지자)

 △전부 힘으로 하려고 하니 대통령이 다 양보할 수도 없고, 이러다 대통령직을 못해 먹겠다는 생각이, 위기감이 든다(5월21일, 5·18행사추진위 간부들과의 면담에서)

 △앞으로 10년내에 우리 군이 자주국방의 역량을 갖출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겠다(8월15일, 광복절 경축사에서)

 ◇ 2004년

 △임기를 마치는 그 날까지 저는 저의 이 허물을 결코 잊지 않고 항상 자신을 경계하는 회초리로 간직하고 가겠다(5월15일, 대통령 탄핵소추안 기각을 접하고)

 △당도 청와대 운영에 불필요한 논란과 간섭을 자제해 달라(6월4일, 김혁규 총리 지명방침 철회와 관련해 여당 지도부 회동에서)

 △국가보안법은 칼집에 넣어 박물관으로 보내는 게 좋지 않겠는가(9월5일, <문화방송> ‘시사매거진 2580’ 인터뷰에서)

 ◇ 2005년

 △대학은 바로 산업이고, 산업이 돼야 한다(1월6일, 청와대 참모진들에게 이기준 교육부총리 임명 철회 논란과 관련해)

 △각박한 외교전쟁도 있을 수 있을 것이다(3월23일, 한일관계 관련 대국민 서신에서)

 △권력은 이미 시장으로 넘어간 것 같다(5월16일,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대책회의에서)

 △대연정이라면 당연히 한나라당이 주도하고 열린우리당이 참여하는 대연정을 말하는 것이다(7월28일, 열린우리당 당원들에게 보낸 서신을 통해)



관련기사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정치 많이 보는 기사

체포-구속-파면-조기대선, 운명을 받아들여야 한다 1.

체포-구속-파면-조기대선, 운명을 받아들여야 한다

김민전에 “잠자는 백골공주” 비판 확산…본회의장서 또 쿨쿨 2.

김민전에 “잠자는 백골공주” 비판 확산…본회의장서 또 쿨쿨

‘적반하장’ 권성동 “한남동서 유혈 충돌하면 민주당 책임” 3.

‘적반하장’ 권성동 “한남동서 유혈 충돌하면 민주당 책임”

윤석열 쪽 “민주당, 유튜버 내란선전죄 고발은 국민 입틀막” 4.

윤석열 쪽 “민주당, 유튜버 내란선전죄 고발은 국민 입틀막”

원희룡·이용…뺏지 없는 국힘 당협위원장들 “매일 관저 앞으로” 5.

원희룡·이용…뺏지 없는 국힘 당협위원장들 “매일 관저 앞으로”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