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길 민주당 대표(왼쪽)와 전병헌 원내대표가 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김 대표는 이 자리에서 “민주당에 여름휴가는 없다”고 말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대화록 불법유출 의혹 재점화 포석
시기놓쳐 ‘뒤늦은 의욕’ 효과는 의문
시기놓쳐 ‘뒤늦은 의욕’ 효과는 의문
민주당이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대화록)을 지난 대선 때 불법 입수해 활용한 의혹을 사고 있는 김무성·정문헌 새누리당 의원과 권영세 주중 대사를 7일 검찰에 고발하겠다고 5일 밝혔다. 민주당 지도부가 국가기록원에 보관중인 대화록 관련 자료의 열람·공개를 앞장서 추진한 뒤 오히려 ‘공개 위법 논란’이 불거지면서, 국가정보원의 대선개입과 대화록 무단 유출·활용이라는 본질이 묻혀버렸다는 당 안팎의 비판이 일자 대화록 사전 유출 의혹을 ‘재점화’하려는 포석으로 보인다.
박용진 민주당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김무성·정문헌 의원과 권영세 대사를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 혐의(무단 열람을 통한 기밀누설)로 고발할 것이다. 만약 검찰이 대화록을 대통령기록물로 보지 않을 것에 대비해, 공공기록물관리법 위반 혐의(비밀문서인 공공기록물의 기밀누설)로도 고발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박 대변인은 “기록물을 국정원의 성명 미상의 직원에 의해 받게 된 것이라면, 국정원법 위반의 공동정범으로도 고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김한길 대표도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국정원 대선개입 국정조사를 제대로 준비시켜 진행하겠다. 국정원이 대선에 개입하고 국가기밀인 정상회담 회의록을 탈법적으로 공개한 것이 얼마나 엄청난 국기문란 행위인지 국민들에게 알리겠다. 정상회담 대화록이 대선 과정에 새누리당에 어떻게 유출됐고, 어떻게 활용됐는지도 밝혀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화록 공개 여부는 국회 운영위원회에 맡기고, 국정원의 대선개입과 대화록 사전·불법 유출 문제에 다시 집중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대화록을 지난 대선 전에 입수해 유세에서 읽기까지 했다’는 김무성 의원의 발언이 공개된 지 9일이나 지난데다, 정국의 관심이 이미 대화록 공개 논란으로 옮겨간 상황에서 민주당 지도부의 ‘뒤늦은 의욕’이 얼마나 먹힐지는 의문이다. 검찰이 언제 수사를 본격화할지 알 수 없고, 오는 10일부터 진행될 국정원 국정조사의 범위에는 이 문제가 포함돼 있지도 않다. 한 중진 의원은 “국정원의 대선개입 문제와 새누리당의 대화록 악용에 당력을 모아 갔어야 했는데, 민주당이 대화록 열람을 넘어 공개까지 추진하면서, 엔엘엘 발언을 둘러싼 대화록 공개 논란을 정국 이슈로 더 키우고 말았다”고 지도부의 전략적 오판을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민주당 핵심 당직자는 “김한길 대표도 대화록 공개가 국정원 대선개입 문제보다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 적은 없다. 다만 엔엘엘 논란을 이번 기회에 정리하지 않으면 앞으로도 이 논란에 끌려갈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것”이라며 “다시 더 중요하고 심각한 문제인 국정원 대선개입과 국정원 국정조사에 시선을 집중시키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의 검찰 고발 방침에 당사자들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정문헌 의원은 “내가 법을 위반했다는 주장을 이해할 수 없다. 민주당으로선 정치적으로 고발이라도 해야지, 다른 것을 할 게 있겠느냐”고 말했다. 김무성 의원 쪽도 “(발언 내용이 공개된 뒤) 최근에 냈던 보도자료(정문헌 의원한테 대화록 내용을 구두로 들었을 뿐 대화록 원문을 입수한 것이 아니라는 내용)의 입장과 같다”고 했다. 권영세 주중대사도 대사관 홍보관을 통해 “근거 없는 주장으로 정쟁을 만들려는 일부의 움직임에 휩쓸리지 않겠다”고 밝혔다.
송호진 송채경화 기자, 베이징/성연철 특파원 dmz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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