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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인사자료 만들어 대통령 독대…공직사회 ‘쥐락펴락’

등록 2013-06-30 20:18수정 2013-07-01 18:57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3월22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장관 임명장 수여식에서 기념사진 촬영에 앞서 남재준 국가정보원장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김봉규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3월22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장관 임명장 수여식에서 기념사진 촬영에 앞서 남재준 국가정보원장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김봉규 기자
국정원 힘의 원천은

‘국가보안’ 핑계로 신원조사
공무원들 ‘부정적 평가’ 우려
국정원 정보관들과 친분 유지

BBK 보도 ‘한겨레’ 상대 소송 등
재판 관련 법원 정보까지 수집
미래창조과학부 관계자는 “국가정보원은 술자리에서 벌어진 시시콜콜한 이야기들까지 정보로 수집한다. 이 내용이 우리 부처 인사담당자에게 전해져 고위직 인사에 참고로 활용되기도 한다”고 털어놨다. 또다른 정부 중앙부처 관계자는 “국정원 직원들이 사무실로 찾아오거나 식사 자리를 만들어 사람들을 만나고, 우리 부처의 정책이나 주요 간부들의 동향을 파악하고 있다. 때로는 운동(골프) 모임에 나오기도 하는데, 고위직일수록 존안자료에 국정원의 평가가 들어가는 걸 잘 알기 때문에 이런 자리를 거부하기 힘들다”고 했다.

국정원이 국회와 정부기관, 검찰은 물론 법원까지 드나들며 정보수집을 할 수 있는 힘의 원천은 ‘인사 영향력’이다. 국정원은 수집한 정보를 바탕으로 고위 공무원·정치인 등의 ‘인사존안자료’를 만들어 청와대에 보고한다. 이 자료는 장차관 임명이나 고위공무원 승진 등에 활용된다. 더욱이 존안자료에는 객관적인 평가뿐 아니라 특정 인물에 대한 소문, 부처 내부 평판 등 주관적 내용도 들어 있다. 부정적인 내용이 많을수록 고위직 승진이 힘들어지는 만큼 국정원 직원들과 친분을 유지할 수밖에 없다.

국정원은 심지어 헌법상 독립성이 보장된 사법부에서도 정보를 수집한다. 국정원은 2008년 비비케이(BBK) 문제 보도와 관련해 이명박 전 대통령이 <한겨레>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 재판의 담당 판사에게 전화를 걸어 재판 진행 상황 등을 물어보다 거센 항의를 받았다. 이런 물의를 빚은 뒤에도 국정원의 법원 정보 수집은 계속되고 있다. 국정원 직원은 판사들을 만날 기회가 줄자 인사 정보를 미끼로 활용하기도 한다. 한 법원장급 고위 관계자는 “국정원 직원이 어느 고위직 판사에게 전화해 인사 내정 소식을 알려주며 만나자고 했다. 전혀 모르는 사람의 전화였지만 인사 정보가 있다는 말에 방으로 찾아오는 것을 허락했다. 그 판사는 반신반의했지만 며칠 뒤 청와대에서 국정원 직원이 말한 곳으로 인사가 났다고 알려왔다”고 전했다.

국정원은 ‘신원조사’를 빌미로 공무원 인사에 폭넓게 개입할 여지가 열려 있다. 대통령령인 ‘보안업무규정’은 “국정원장이 그 직권 또는 관계기관의 장의 요청’에 따라 ‘국가보안을 위하여 국가에 대한 충성심·성실성 및 신뢰성을 조사하기 위하여 신원조사를 행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 대상은 ‘공무원임용예정자’부터 ‘정부의 승인이나 동의를 요하는 법인의 임원 및 직원’까지 광범위하다. 신원조사 결과 ‘국가안전보장상 유해로운 정보가 있음이 확인’되면 관계기관장에게 통보하도록 되어 있다. 한마디로, ‘잘되게 하진 못해도 못되게는 할 수 있는 힘’을 지니고 있는 것이다.

대통령 직속기관인 국정원은 정보를 수집하는 인력이 워낙 많고 촘촘한데다, 수집한 정보를 대통령과 독대하며 보고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국정원이 자신의 ‘선호’에 맞게 정보를 가공해 공직사회를 쥐락펴락할 가능성은 항상 열려 있다.

박주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사무차장은 “국정원은 정치개입 댓글을 종북 대응 활동이라고 말하는 등 일반 국민들과 동떨어진 인식을 갖고 있다. 이런 기준에 따라 신원조사로 적합, 부적합 의견을 내거나 공무원 임용과 승진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정환봉 이근영 기자 bonge@hani.co.kr

[관련 영상 -시사게이트#2] "박근혜 대통령님, 당황하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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