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지 못하는 여-야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사건에 대한 국정조사 일정과 내용을 협의하기 위해 26일 오전 국회 사랑재에서 만난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왼쪽)와 전병헌 민주당 원내대표가 무거운 표정으로 앉아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국정원 ‘대화록’ 무단공개 파문
여야 ‘국정조사 요구서’ 공동제출
여야 ‘국정조사 요구서’ 공동제출
새누리당과 민주당은 26일 여야 공동으로 ‘국가정보원 댓글 의혹 사건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요구서’를 제출했다.
두 당은 요구서에서 “국가정보원 직원 등의 2012년 대통령 선거개입 의혹, 축소수사 의혹 및 폭로과정의 의혹 등 제반사항들에 대하여 그 실체적 진실을 규명하여, 유사 사례의 재발을 방지하고 국가정보원의 정치적 중립을 확보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을 위하여 국정조사를 요구한다”고 밝혔다. 국정조사는 여야 동수의 위원 18인으로 구성하는 특별위원회에서 하기로 했다.
국정조사의 범위는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불법 지시 의혹 및 국정원 여직원 등의 댓글 관련 등 선거개입 의혹 일체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의 직권남용 의혹 및 권은희 전 수서경찰서 수사과장의 키워드 확대 등 수사 관련 의혹 일체 △전·현직 국가정보원 직원의 대선 및 정치 개입 관련 의혹과 비밀 누설 의혹 일체 △국가정보원 여직원에 대한 인권 침해 의혹 등 일체 △기타 필요한 사항이다.
앞서 새누리당과 민주당의 원내대표, 원내수석부대표, 정책위의장은 이날 오전 국회 사랑재에서 ‘6인 회담’을 열어 국정원 국정조사 계획서를 7월2일 본회의에서 법안 처리 후 의결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국정원 국정조사가 제대로 이뤄질 것인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대화록 파장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며 여야의 대치가 첨예해 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다. 유일호 새누리당 대변인은 서면 논평을 통해 “오늘 아침 민주당 김한길 대표의 말씀대로 엔엘엘은 반드시 사수해야 할 우리의 영토선이다. 여야의 이견이 있을 수 없는 사안이다. 이번 기회에 엔엘엘 관련 발언으로 인한 소모적인 논쟁에 확실한 종지부를 찍는 것이야말로 새누리당이 바라는 바다”라고 밝혔다. 여당 대변인이 ‘소모적인 논쟁에 종지부를 찍자’고 한 것은 일종의 휴전 제의다.
배재정 민주당 대변인은 오전 국회 기자실 브리핑을 통해 남재준 국정원장 해임과 박근혜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했다. 배 대변인은 “남재준 원장을 해임하라. 박근혜 대통령의 결단이 불가피하다. 국민 앞에 직접 진실을 밝히고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야당에서 대통령 사과와 관계 기관장 해임을 요구하는 것은 정치적으로 보면 일종의 정리 수순이다.
하지만 오전 11시께 법사위원회에서 박범계 민주당 의원이 권영세 주중대사의 대선 전 발언을 폭로하고, 오후 들어 김무성 의원의 폭탄 발언이 알려지면서 분위기가 다시 뒤집혔다. 박근혜 대통령의 핵심 참모들이 대선 전에 남북정상회담 발언록을 이미 확보했고 대선 이후 폭로할 계획도 세워두고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배재정 민주당 대변인이 굳은 표정으로 부랴부랴 국회 기자실에 나타난 것은 오후 4시30분께였다. 배 대변인은 긴급 브리핑을 통해 “김무성 의원은 대선 당시 입수했다는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원문의 입수 경위와 국정원 비선라인을 밝히라. 이번에 실시할 국정원 국정조사에는 국정원 댓글 사건만이 아니라 새누리당의 국정원 비선라인의 존재 공개, 정상회담 대화록 원문 공개 과정, 새누리당과 국정원 경찰의 국정농단 행위 전반이 포함되어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러나 두 정당의 국정조사 요구서는 이미 제출된 뒤였다. 이에 따라 국정원 국정조사의 범위와 대상을 둘러싸고 특위 구성과 조사계획서 채택 과정에서 여야의 대립이 다시 격화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성한용 선임기자 shy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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