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장 투명하게 공개해 특정업무지침 개선” 궤변에 비난 여론 확산
공직자로서 부적절한 언행으로 사퇴 압력을 받고 있는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가 자진사퇴를 거부하며 자기 덕분에 특정업무경비 제도가 개선됐다고 강변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이에 대해 온라인에서는 “도둑이 자기 때문에 경보 시스템 생겼다고 자랑하는 것”이라 비판이 나오고 있다.
<중앙일보> 6일치에 실린 인터뷰에서 이 후보자는 “청문회에서 사실과 다른 의혹이 양산되면서 ‘괴물 이동흡’이 만들어졌다. 평생을 떳떳하게 살아왔는데 인격살인을 당한 상태인만큼 지금으로선 명예회복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국회 표결도 있기 전에 사퇴할 경우 (인사청문회에서) 제기된 의혹을 인정하는 것이란 오해를 받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후보자는 또 “내가 (청문회에서) 통장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바람에 기획재정부가 최근 특정업무경비 지침을 개선하는 계기가 만들어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후보자는 특정업무경비 말고도 약 30개의 비위 사실과 의혹이 불거져 부적격자라는 여론의 판정을 받은 상태다. 이미 사실로 드러난 것만 해도, 불법 정치자금 후원과 위장전입을 비롯해, 집 근처에서 업무추진비 부당 사용, 긴급조치 헌법소원 고의 지연, 해외 출장에 부인 동반해 관광성 외유, 홀짝제 피하려 관용차 추가 지원 요청해 관철, 관용차로 자녀 출퇴근 등 부지기수다. 이밖에 함께 여직원에게 법복을 벗기게 하는 등 공직자로서 적절하지 못한 행태에 대한 숱한 증언이 나온 바 있다.
이 후보자와 관련해 제기된 상당수의 의혹들은 이 후보자가 스스로 자료를 부실하게 제출하는 바람에 여전히 의혹으로 남아 있다. 예를 들어 이 후보자는 딸 유학비로 수천만원 송금한 계좌를 끝내 제출하지 못했다. 특정 업무경비 사용 내역도 끝내 제출하지 않았다. 이밖에 사찰 기부금의 출처에 대해서도 “현금 뭉칫돈을 사용했다. 자세한 것은 기억하지 못한다”며 어물쩍 넘어갔다.
특히 특정업무경비의 부적절한 사용에 대한 이 후보자의 인식 자체에 공직자로서 큰 결함이 있다는 지적이다. 이 후보자는 특정업무경비를 개인통장이나 단기금융상품 계좌에 넣는 등 부적절하게 사용한 것과 관련해 “공직 사회의 잘못된 관행을 따랐으니 거듭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사과는 하면서도 관행일 뿐이라며 빠져나가려는 것이다.
또한 이 후보자는 특정업무경비 3억원을 환원할 용의가 있다며, 마치 돈을 돌려주면 잘못이 없어지는 것처럼 말하고 있다. 그러나 공금을 사적으로 사용한 것은 명백한 범죄행위이며, 수사가 필요한 사안이다. 이에 대해 참여연대는 6일 이 후보자를 업무상 횡령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스스로 밝히지 못해 가라앉지 않고 있는 의혹들을 두고 ‘인격살인’이라 변명하고, 자신의 청문회 덕분에 ‘특정업무경비 지침이 개선될 계기가 마련됐다’고 자화자찬하는 이 후보자에 대해 여론의 시선은 싸늘하다.
이재화 변호사는 자신의 트위터에서 이 후보자가 신속한 국회 표결을 주문한 것을 두고 “신속한 국회 표결? 신속하게 검찰 수사 받는 것이 우선이다”고 일갈했다. 백찬홍 씨알재단 운영위원은 “이 정도면 도둑이 자기 때문에 경보 시스템 생겼다고 자랑하는 것이지요”라고 비판했고 아이디 ‘이용우’는 “장애여학생들 강간한 일이 투명하게 공개돼 도가니 영화가 만들어졌고 도가니법도 만들어졌다. 그러니 내가 얼마나 훌륭한 일을 했느냐? 뭐 이런 논리냐?”며 황당해 했다.
누리꾼 ‘kismto****’는 “오늘 아침 뉴스도 못 봤나. 영국의 어느 의원은 10년 전 교통법규 하나 위반한 조그만 사건 하나로 의원직 사퇴하고 모든 공직 내려놓고 법정에 가서 그에 상응한 벌 받을 준비 하는것 못 봤나. 좀 보고 배워라 배워”라고 주문했다.
허재현 기자cataluni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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